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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탈리 칼럼] 요즘에 더 의미있는 마르크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 아소시에 대표 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마르크스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두 세기 전 독일에서 태어났다. 종교사상가도 아니면서 인간의 역사에 그만큼 많은 영향을 미쳤던 이가 또 있을까. 그 누구도 이 정도로 많은 해설과 논평의 대상이 되지는 못했다. 그것도 매번 그의 책을 읽는 수고를 들이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말이다.
 
왜곡된 인물 만평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은 마르크스를 떠올리면서 호도된 대학생 세대들, 수백만 개의 깨어진 희망, 과녁을 빗나간 십여 번의 혁명, 끔찍한 독재와 대량 학살 등 그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잔학상을 기억하려 한다.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마르크스를 아무렇게나 인용하고 있다. 이는 경제를 초보적으로 이해하려 하거나, 마르크스가 독재의 타당성을 증명해 준다고 주장하려는 목적이거나, 심지어 최근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사례처럼 자신들의 반유대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다(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반유대주의는 유럽 내 유대인 사회의 대부업 활동이 초래했다고 보는 것이 마르크스의 생각이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유대인들이 유럽에서 1000년 전에도 자신들의 의사는 한결같이 존중받지 못한 채로 오직 금융직에 종사할 경우에만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은 잊어버리고서 하는 말이다).
 
마르크스가 써놓은 글들부터 되짚어 보는 것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도 그렇다. 마르크스가 남긴 저작들은 차고 넘친다. 개중에는 상대적으로 읽기 쉬운 것도 있다. 170년 전 불과 일주일 만에 쓰여진 천재적인 『공산당 선언』부터 보는 것도 가능하다. 그 뒤에 『자본론』이라는 거대한 성문을 두드리기 전이라도 먼저 펼쳐 볼만한 책들이 얼마든지 있다.
 
아탈리 칼럼 5/18

아탈리 칼럼 5/18

책을 읽어나가면 부르주아는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볼 때 대단히 혁신적인 계급으로 진보와 자각의 원동력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마르크스 눈에 비친 자본주의는 그전까지의 생산 방식과는 달리 자유라는 개념을 설정해 두고 있다. 이제 막 걸음을 뗀 자본주의의 행진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운명이기에 막아보려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시점에서부터는 전 인류와 그들 간에 벌어지는 모든 교역 및 물품 거래에 자본주의가 적용된다는 의미다. 자본주의는 최후의 위기 때 가서야 붕괴될 것이고, 이후 찾아오는 것은 희소 자원 분배 시스템이 아닌 절대적 풍요 사회일 것이다.
 
마르크스가 신뢰했던 유일한 정치 조직은 세계적 노동자 단체였다. 이는 갈수록 세계화하는 자본주의에 대항하고 임금 노동자가 창출한 잉여가치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주주들의 행위를 저지하면서 자본주의 위기 도래를 더 빠른 속도로 앞당기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마르크스가 생각하는 사회주의는 어떤 한 국가에서만 이뤄질 수가 없다.
 
말년의 마르크스는 러시아에서 곧 일어날 일을 두고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까지 했다. 마르크스가 볼 때 러시아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혁명의 발원지로서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마르크스가 명명한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이해하려면 파리 코뮌에 대한 그의 견해를 읽어야만 한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마르크스가 이름 붙인 이 제도가 형식적 자유를 보호하고 있으며, 소비에트 혁명으로부터 돋아난 끔찍한 전체주의 시스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실로 마르크스 저작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 책들 속에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의 현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는 자연 파괴, 난민 발생, 개인주의 폐해도 심각하게 생각했다. 마르크스는 또 세계화의 전조를 가장 먼저 감지한 사상가 중 한 명이다. 세계화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해 보려는 이들에게 마르크스라는 길잡이는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를 대신하여 수립되는 것이 아니고 자본주의 이후에 도래한다는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마르크스로부터 모든 독재는 복잡한 생각을 단순하게 왜곡하는 현상에서 배양되는 것임을 배운다. 세계화와 앞으로 다가올 그 세상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마르크스를 읽고 또 읽으며 그 속에 깃들어 있는 희망으로 우리의 정신을 갈고 닦을 필요가 있다. 물론 마르크스만이 유일한 길잡이는 아니다. 다른 많은 사상도 미래 이해에 도움이 된다. 다만, 인간의 열정을 깊이 있게 분석하는 사상들에서 시작할 일이다. 마르크스가 셰익스피어를 상대로 끊임없이 나누었던 지적 대화,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속된 다른 많은 사상가들과의 대화야말로 우리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자크 아탈리 아탈리 에아소시에 대표·플래닛 파이낸스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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