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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잘못하면 재일동포 사회도 욕먹는다

여건이 재일민단 중앙본부 단장

여건이 재일민단 중앙본부 단장

문재인 정부들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남북 화해 무드, 지난해말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폐기된 뒤 미묘하게 증폭되고 있는 한·일간의 역사 신경전.
 
이런 상황에서 가장 미묘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은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일 것이다. 일본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가 치열한 이념 대결을 펼쳐온 무대다.
 
지난 2월 선출된 여건이(69·사진)민단 중앙본부 단장은 지난 1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도형을 보더라도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이듯 과거 역사도 마찬가지”라며 한·일 양국 국민들의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민단은 여러 고비때마다 고국을 도왔다.
“제주도 감귤 농사도 재일동포 도움으로 시작됐다. 구로공단 설립때도 일본 동포들이 도왔고, 한국전쟁땐 642명이 참전해 135명이 전사했다.”
 
조선총련과의 관계는 과거와는 달라졌나.
“조선총련은 북한 노동당이 관여하는 단체여서 민간 단체인 민단과는 다르다. 여기엔 안보이는 38선이 있다. 민단을 만들때 사상 대립으로 죽은 사람도 있었고, 피와 눈물을 흘린 선배들도 많았다.”
 
현 정권들어 남북은 화해 무드다. 민단과 조선총련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가능할까.
“북한이 나쁜 짓을 하면 우리(민단)도 피해를 본다. 납치와 핵·미사일 개발 문제에서 조선총련은 일본 사람들의 적이나 다름 없다. 민단이 그런 조선총련과 손을 잡으면 일본 사람들에게선 ‘역시 같은 조선 사람’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조선총련이 반성하고 보통 단체가 돼야한다.”
 
한국이 보수정권인지, 진보정권인지에 따라 민단 활동도 영향을 받나.
“(보수·진보를 떠나)한일관계가 중요하다. (보수를 표방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 방문을 한 데 대해)내가 가장 싫어하는 노래가 ‘독도는 우리땅’이다. 우리가 독도를 갖고 있는데, 굳이 그곳에 갈 필요가 있느냐.”
 
한·일 역사 갈등을 어떻게 치유할까.
“한국사회는 무엇이든 명백하게 말하지만, 일본은 뭐든지 애매하게 말하는 사회다. 일본 사람들은 심지어 정치가라고 해도 (식민 지배 등)근대사에 대해 잘 모른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계속 ‘너희가 나쁜 짓을 했다’고 하면 반발이 생긴다. 그들에게 (효과적으로)알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혐한 시위나 헤이트 스피치(인종 차별적 증오 발언)는 시들해졌나.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SNS나 인터넷상에선 아직도 심하다. 지난해 7월엔 오사카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하는 조례가 만들어졌고, 내년엔 도쿄에도 생긴다. 올림픽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지방선거 참정권 운동의 전망은.
“조선총련이 반대를 하고 있다. 우리가 지방자치단체 등에 요망서를 제출하면 총련은 반대 요망서를 가져온다. 일본인들에겐 ‘우리는 해주고 싶지만 총련과 잘 논의해 보라’는 변명거리가 될 수도 있다. 과거엔 ‘외국인 참정권’의 주된 외국인은 한국인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인이다. 이제는 일본 의원들이 ‘한국인은 괜찮은데 중국인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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