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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실종된 국방개혁 2.0 … 북한 비핵화 늪에 빠졌나

우리 군의 전투력과 체질을 획기적으로 혁신한다는 국방개혁이 늪에 빠졌다. “공룡같은 군대를 날쌘 표범으로 전환시키겠다”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의지는 실종 위기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던 국방개혁은 출범 일년이 지나도록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장군 감축, 병사 복무기간 단축과 봉급 인상에 관한 내용만 노출돼 이게 국방개혁의 전부인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안보를 지키고 국민이 이해할 만한 국방개혁안은 언제 나올 것인가.
 
송영무 장관은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국방개혁 2.0’을 놓고 2시간 가량 토론했다. 결론은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다시 보고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 등 군 핵심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회의 내용은 철저히 통제됐다. 국방개혁안은 4월 말에만 해도 대통령 보고 후에 곧바로 발표할 예정이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개혁 보고는 2∼3달 뒤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4.27 판문점 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방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국방개혁 2.0의 목표는 ‘강한 군대 건설’이다. 이를 위해 ▶싸우면 이기는 군대 육성 ▶스스로 책임지는 국방태세 구축 ▶국민이 신뢰하는 군으로 체질 개선 등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방개혁의 핵심도 아닌 병사 복무기간 단축(21개월→18개월)이나 장군 감축(80명) 등이 주로 홍보되고 있다. 실제 국방개혁의 주요 목표는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를 위한 신작전수행개념과 군 구조개혁인데 국민 공개를 꺼리고 있다. 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가운데 신작전수행개념은 북한이 도발하면 최단 시간에 최소의 희생으로 전쟁에 승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작전계획을 짜고 필요한 무기와 부대를 확보하는 데 촛점이 맞춰져 있다. 도발한 북한군을 신속하게 제압한 뒤, 우리 공세기동부대를 북한 깊숙이 투입해 핵심지역을 석권하는 내용이다. 공세기동부대는 공정부대와 기동군단, 상륙부대로 구성돼 있다.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개전 초에 제거하는 킬체인,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을 공중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도발한 북한 전쟁지도부를 제거하는 대량응징보복전략(KMPR) 등의 능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북한으로선 매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래서 이런 내용을 지금 발표하면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고, 축소 공개하면 정부의 안보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국방개혁 2.0은 북한 비핵화의 후순위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론 국방개혁과 북핵 폐기는 별개다. 북한이 완전히 비핵화 하기까진 여러 해가 걸리고, 도중에 포기해 원점으로 돌아갈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군으로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이 핵을 폐기하더라도 수백 문의 장사정포와 1000개가 넘는 스커드 등 탄도미사일이 여전히 남는다. 더구나 북한 미사일에는 화학·생물학무기까지 장착할 수 있어 우리에게 큰 위협이다.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체제가 구축되기 전까지는 강력한 안보적인 대비책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의 미래 위협에 대비도 중요하다. 이들 국가 또한 북한처럼 핵과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다. 정부가 국방개혁을 미루고만 있을 수 없는 이유다. 과거에도 지금처럼 국방개혁을 지연시키다가 종국엔 동력이 떨어져 실패로 돌아간 경우가 한두번 아니다.
 
국방개혁 2.0 자체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우선 신작전수행개념을 작전계획으로 발전시키지 않고 있다. 개념계획으로 돼 있는 한 실제 사용할 수가 없다. 이를 위한 국방부의 엄청난 투자도 무의미해진다. 국방부가 신작전수행개념을 작전계획으로 만들지 않는 이유가 북한을 의식한 게 아닌지, 전쟁보다 평화를 선호하는 정부 의지 때문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평화는 적의 도발을 제압할 수 있을 때 유지된다는 게 오랜 경험이다. 또 북한의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 등 수백 개의 탄도미사일 대비책은 절대적으로 미흡하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수도권을 보호할 수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이 모자란다.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 미사일방어(THAAD·사드)체계만으로는 한반도 남부지역 방어에 한계가 있다. 송 장관은 지난 대선 때 사드에 버금가는 다른 요격체계를 2중3중으로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후속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인구 절벽에 따른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병력 감소로 육군 사단들이 해체되는데도 그 공백을 메울 방안이 묘연하다. 남아있는 사단은 40∼50년 전 비효율적인 재래식 구조다. 이런 상태에서 값비싼 무기를 줘봐야 큰 효과가 없다. 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북한조차 사단을 쪼개 여단급으로 편성한 뒤, 사단의 임무에 따라 여단들을 모듈식으로 편조하고 있는 추세다. 사단의 작전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정찰부대와 장비도 크게 부족한 게 현실이다. 적을 보는 눈이 없는데 잘 싸우기가 어렵다. 합동성에도 문제가 많다. 과거엔 육·해·공군의 합동작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통합군을 추진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엔 이런 근본적인 구조 개편엔 관심조차 없다.
 
또한 각군 본부를 폐지하면 장성이 자동 감축되고 많은 영관급 장교들을 야전으로 보낼 수 있다. 그런데도 국방개혁 2.0은 군 구조 개편없이 장성 자리만 일방적으로 줄이려 한다. 체질은 바꾸지 않고 살을 억지로 떼내 좋은 옷만 입혀 맵시를 갖추려는 식이다. 또한 병 복무기간을 단축해 병력 부족이 가속화될 조짐이다. 이 모두 포퓰리즘식 정책이다. 지금처럼 병력이 줄면 2023년엔 총병력 48만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120만명인 북한군에 대처하기도 쉽지 않지만 군축문제가 나올 때 어떻게 할 지 걱정이다.
 
앞으로 병력이 크게 줄어들 육군이 보완책으로 첨단 전투병체계인 워리어 풀랫폼과 드론, 전술미사일 등 5대 게임체인저를 제시했지만 정부가 필요한 예산을 제공할 지는 의문이다. 송 장관은 지난 11일 국민참여 국방예산 대토론회에서 “장군 수를 줄이고 병력을 감축해 예산을 10조5000억원을 절약하겠다”며 “올해 예산은 43조원을 쓰고 내년엔 약 50조원을 요구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성은 낮다. 경직성인 국방예산을 25%나 줄이는 것도 가능해 보이지 않지만 한 해에 7조원의 예산을 더 확보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방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올해에 비해 7% 증가한 46조 원을 최대치로 보고 있다. 현대전이 사이버전과 함께 이뤄지는데도 사이버무기 개발은 안중에도 없다. 이제부터라도 국방부가 한반도 평화엔 튼튼한 안보가 관건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제대로 된 국방개혁 2.0을 세워주길 기대한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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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