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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봉 없이 폐쇄 카자흐식 핵실험장 폐기, 1억5000만 달러 들여 다시 작업

북한이 국제 사회에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완전한 폐기’가 되기 위해서는 카자흐스탄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①갱도 폭파 및 입구 완전 폐쇄 ② 지상 구조물, 연구시설 철거 ③인력 철수 및 핵실험장 완전 폐쇄의 절차를 밟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향후 핵실험장에 굴을 파고 핵연료를 몰래 채굴할 가능성까지 없애는 ④‘밀봉’ 작업으로 마무리하지 않을 경우 카자흐스탄에서 벌어졌던 핵실험장 불완전 폐기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 지질학자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한번만 더 핵실험을 한다면 산정상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 [연합뉴스]

중국 지질학자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한번만 더 핵실험을 한다면 산정상이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 [연합뉴스]

 
카자흐스탄은 옛 소련의 대표적인 핵실험장이었던 자국 내 세미팔라틴스크를 1990년대 자발적으로 폐기했다. 하지만 이후 플루토늄을 몰래 채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2000년대 다시 밀봉 절차를 밟아야 했다.

 
세미팔라틴스크의 현 지명은 쿠르차토프다. 세미팔라틴스크라는 명칭은 핵실험장이라는 사실을 숨기려던 비밀명이었다. 소련이 실시했던 715차례의 핵실험 중 456차례가 이곳에서 벌어졌다. 전문가들이 세미팔라틴스크 모델을 주목하는 이유는 세계적으로 핵 실험장 폐기의 전 과정이 투명하게 외부에 공개된 유일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프랑스도 마르쿨 핵 시설을 폐기한 뒤 언론 초청 등을 통해 공개했지만, 이미 폐기가 다 이뤄진 뒤였다.
 
냉전이 종식된 이후 카자흐스탄은 미국ㆍ러시아와 협의 끝에 자발적으로 핵무기 포기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카자흐스탄은 1993~97년 미국으로부터 600만 달러를 지원받아 세미팔라틴스크의 핵실험 시설인 13개 갱도와 181개 터널을 봉쇄했다. 하버드대 과학ㆍ국제관계를 위한 벨퍼 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폐기의 초점은 세미팔라틴스크를 다시 핵실험에 쓰지 못 하게 하는 데에만 맞춰져 있었다. 이때문에 갱도와 터널 내부에 대한 사전 사찰은 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 안에 얼마나 많은 플루토늄이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95년 세미팔라틴스크를 방문한 미국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진이 “갱도와 터널 내에 플루토늄 등 핵폭탄 원료가 채굴 가능한 상태로 산재해 있다”는 결론을 냈다. 특히 핵실험장 중 한 곳인 데질런 산에 대해서는 “플루토늄 광산이 될 정도”라고 미국 정부에 경고했다. 누구든 몰래 굴을 파서 폐쇄 갱도에 접근해 플루토늄을 채굴한 뒤 핵무기 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이듬해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세미팔라틴스크 완전 폐기 프로젝트’ 논의가 시작됐다. 2000년 미국이 핵실험 시설 폐기 비용 1억5000만 달러를 부담하기로 하면서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러시아는 플루토늄 추정 위치 정보 제공을, 카자흐스탄은 작업 인력 제공을 약속했다.  
3개국은 2000~2005년에 걸쳐 ‘그라운드 호그’ 작전(갱도와 터널에 격납 콘크리트 돔을 설치하는 체르노빌식 수습법)과 ‘매치 박스’ 작전(격납실에 특수 콘크리트 혼합물을 부어 봉인) 등을 시행했다. 2012년 데질런 산의 갱도ㆍ터널에 콘크리트를 부으며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마무리됐다. 정화까지 포함한 완전 폐기에 20여년이 걸린 셈이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놓고도 갱도 등에 있을 수 있는 플루토늄, 우라늄 등의 핵 연료를 다시 꺼내가지 못하게 하는 봉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16일 “풍계리 갱도를 폭파하더라도 약 200㎏의 플루토늄ㆍ우라늄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론적으로 이를 다시 채굴하면 핵탄두 20여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외교 전문매체인 디플로맷은 15일(현지시간) 북한이 핵실험장을 폐기해도 수주에서 수개월 내에 복구할 수 있다는 미 국방정보국(DIA)과 국가지리정보국(NGA)의 정보 평가 보고서를 소개했다.
 
서 교수는 “풍계리 핵실험장도 폭파가 아닌 콘크리트 매립을 해야 한다”며 “풍계리 실험장 매립은 2~3년이면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카자흐스탄에는 지난달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직접 찾아 관련 당국자들을 만났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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