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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낮엔 공무원, 밤엔 소설가…"글쓰기는 바느질"

7급 공무원인 김소윤(38) 작가가 지난 11일 본인 일터인 전주시의회 사무국 의사과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7급 공무원인 김소윤(38) 작가가 지난 11일 본인 일터인 전주시의회 사무국 의사과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난 재능 없나" 좌절한 여대생, 소설가 되다 
 
"대학교 때 모든 공모에 소설을 냈는데 다 떨어졌어요. 출판사 문도 두드려 봤지만 퇴짜를 맞았죠."

 
지난 3월 『정난주 마리아-잊혀진 꽃들』로 '제6회 제주 4·3평화문학상' 소설 부문에 당선된 김소윤(38·여) 작가의 말이다. 그는 "당시엔 '내가 재능이 없나' 좌절했다"고 했지만, 기어코 '소설가'가 됐다.  
 
김 작가는 현직 7급 공무원이다. 두 가지 직업을 가진 '투잡족'인 셈. 지난 11일 전북 전주시 서노송동 전주시의회 1층 로비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2003년 고려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듬해인 2004년 10월 지방직 9급 공채에 합격해 전주시 공무원이 됐다. 그동안 여러 동사무소와 전주시 행정혁신과 등을 거쳐 현재 전주시의회 사무국 의사과에서 근무한다.
 
낮에 일하면, 소설은 언제 쓸까. 더구나 그는 '워킹맘'이다. 2006년 공무원 동기인 채호승(41)씨와 결혼해 윤호(11)군과 윤아(8)양 두 남매를 키운다. 김 작가는 "소설을 쓸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 소설에 대한 감정이나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 뒀다 매일 밤 조금씩조금씩 쓴다"고 했다. 그는 이를 "바느질하듯이 작은 천을 이어 큰 조각보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
 
7급 공무원인 김소윤(38) 작가가 지난 11일 본인 일터인 전주시의회 사무국 의사과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7급 공무원인 김소윤(38) 작가가 지난 11일 본인 일터인 전주시의회 사무국 의사과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공무원과 소설가 사이…"환상과 현실을 오가요"   
 
김 작가는 "천천히 쓰면 좋은 점이 있다"고 했다. "한 부분을 다시 보고 수정만 수십 번 반복하니 오류가 적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엔 원고지 1200매 분량의 장편소설도 석 달 만에 썼는데 요즘은 오늘 한 장, 내일 세 줄 쓰는 식으로 조금씩 붙여 나간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원고지 1850매에 달하는 『정난주 마리아…』도 자료 조사부터 완성까지 4년 넘게 걸렸다고 한다. 『정난주 마리아…』는 조선 후기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제주도에 유배된 여성 정난주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소설이다. '황사영 백서 사건'은 실제 있었던 일로 1801년 천주교 신자인 황사영이 조선 조정의 천주교 박해 참상을 기록한 밀서를 중국 천주교회에 전달하려다 발각된 사건이다. 이 일로 황사영은 처형됐고, 그의 아내인 정난주는 제주도로 귀양을 갔다. 정난주는 다산 정약용의 맏형인 정약현의 딸이다.  
 
이 소설의 메시지는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민중이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것. 김 작가는 "당시 최고 권력을 누렸던 '정난주'라는 여인이 천민 중에서도 제일 천하다는 관노비로 추락했다 다시금 주변 사람들을 도와가며 자아를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민중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받은 제주 4·3평화문학상은 4·3의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문학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상금은 소설 7000만원, 시 2000만원이다. 심사위원들은 『정난주 마리아…』에 대해 "조선의 변방에 놓인 제주의 차별성을 '정난주'라는 한 여인의 핍진한 삶과 연결시키는 작가의 진정성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작가의 성실하고 개성 있는 문체도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공무원과 작가를 병행하는 데 힘든 점은 없을까. 그는 "외려 장점이 많다"고 손사래를 쳤다. "공무원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소설을 쓰면서 풀고, 반대로 글을 쓰면서 패배감이 들 때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으니 '그래, 꼭 소설만 써야 되나' 하는 든든한 마음이 든다"는 것. 그는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시청에서 민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 캐릭터를 만들거나 이야기 구성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소설 쓰는 능력이 기획안 작성이나 창의성이 필요한 업무를 하는 데도 쓸모가 있다"고 덧붙였다.
 
7급 공무원인 김소윤(38) 작가가 지난 11일 본인 일터인 전주시의회 사무국 의사과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7급 공무원인 김소윤(38) 작가가 지난 11일 본인 일터인 전주시의회 사무국 의사과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아기 키우며 쓴 소설 당선 또 당선 
 
그가 막연하게나마 소설가의 꿈을 품은 건 중학교 1학년 때부터다. 독자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서다. 그는 "문장과 문장 사이에 상상력을 불어놓고, 다음 장면을 작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부러웠다"고 했다. 일기도 그때부터 썼다. 중·고등학교 시절 백일장 한 번 나가본 적 없던 그가 실기(작문) 점수가 60%나 차지하는 문창과에 지원해 단박에 붙은 이유다.  
 
문창과 출신인 그가 전업 작가가 아닌 공무원을 택한 이유는 뭘까. "소설만 쓰면 '외골수'가 될 것 같아서요. 생계도 걱정됐고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면서 시간을 두고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공무원인 부모님 영향도 있었죠."
 
정작 그는 "공무원이 되고 결혼을 한 뒤 소설 쓰는 작업을 전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2009년 『가슴 뛰는 삶』이란 책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한다'는 내용이다. 당시 육아 휴직 상태였던 김 작가는 "핑계를 대지 말고 어떻게든 써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온종일 앉아 있는대서 글이 써지는 게 아니다. 아기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썼다"고 했다. 소설가로 등단한 시기도 그 무렵이다.  
 
김 작가는 2010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물고기 우산』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에 단편소설 『벌레』가 당선됐다. 2012년에는 제1회 자음과모음 '나는 작가다'에 장편소설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가 당선됐다. 지난 2월에는 단편소설집 『밤의 나라』를 펴냈다. 『정난주 마리아…』는 올가을 출간된다.
 
김소윤(38) 작가. [사진 김소윤 작가]

김소윤(38) 작가. [사진 김소윤 작가]

글 잘 쓰는 비결? "많이 읽을수록 달라져요"  
 
김 작가가 꼽는 글 잘 쓰는 비결은 '많이 읽는 것'이다. 그는 "예전에는 재능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박완서·박경리·최명희·황석영 등 거장들이 쓴 한국 소설들을 읽으면서 우리말이 참 아름답다고 깨달았다. 많이 읽을수록 글이 달라진다. 지금도 글이 안 써질 때는 다른 책들을 손에 붙들게 된다"고 했다.
 
김 작가는 "좋아하는 작가는 항상 바뀌지만 요즘은 벽초 홍명희가 좋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정서와 해학을 잘 살렸다"는 게 이유다. 역사소설 『정난주 마리아…』도 홍명희의 『임꺽정』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김소윤 작가가 지난 2월 펴낸 단편소설집 『밤의 나라』 표지. [사진 김소윤 작가]

김소윤 작가가 지난 2월 펴낸 단편소설집 『밤의 나라』 표지. [사진 김소윤 작가]

김소윤 작가의 장편소설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 표지. [사진 김소윤 작가]

김소윤 작가의 장편소설 『코카브―곧 시간의 문이 열립니다』 표지. [사진 김소윤 작가]

작가 지망생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타자의 인정보다 내가 내 작품에 만족스러워하는 게 먼저다.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소설을 꾸준히 쓰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인정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김 작가의 꿈은 두 가지다. "독자들이 꾸준히 찾아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다른 하나는 항상 쓰고 싶은 소설이 있고, 계속 즐기면서 쓰는 겁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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