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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사이렌 소리에 허둥지둥, 시민들은 무관심… 지진 대피훈련 가보니

16일 오후 2시1분 대전시 유성구 지족역. ‘앵~~~’ 하는 사이렌 소리와 함께 “질서 있게 대피하세요”는 안내방송이 반복적으로 나왔다. 역사 내의 불은 비상등을 제외하고 모두 꺼졌다. 지진을 가정한 훈련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진 대피훈련 예비훈련이 이뤄진 대전 유성구 지족역에서 대전도시철도공사와 유성구청, 소방서 관계자가 훈련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진 대피훈련 예비훈련이 이뤄진 대전 유성구 지족역에서 대전도시철도공사와 유성구청, 소방서 관계자가 훈련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역사 1층에 있던 대전도시철도공사 직원들이 경광봉을 들고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승객을 신속하게 건물 밖으로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하에서 1층으로 올라온 시민들은 뛰지 않고 평소처럼 걸었다. 역사 곳곳에 훈련에 참여하는 직원이 배치됐고 훈련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설치됐지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재촉하는 직원들을 보고도 그대로 지나쳤다.
지진 대피훈련이 진행된 대전 지족역에서 시민들이 경보사이렌을 듣고도 신속하기 대피하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진 대피훈련이 진행된 대전 지족역에서 시민들이 경보사이렌을 듣고도 신속하기 대피하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날 지족역에서는 지진에 대비한 훈련이 진행됐다. 전국에서 이뤄진 훈련에 맞춰 실시한 예비훈련이었다. 지족역에서는 17일 오후 2시 유성구청과 도시철도공사, 소방서 등이 참여하는 본훈련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인원과 장비, 대피는 예비훈련과 본훈련에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일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었지만 대부분 걸어서 역사를 빠져나왔다. 한 간부가 “빨리 뛰세요”라고 소리를 치자 그제야 뛰는 시늉을 했다. 예비훈련이지만 자신의 위치와 역할도 모르고 허둥대는 직원도 적지 않았다. “이런 훈련에 처음 나왔다”는 직원도 있었다.
지진 대피훈련이 진행된 대전 지족역에서 시민들이 경보사이렌을 듣고도 신속하기 대피하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진 대피훈련이 진행된 대전 지족역에서 시민들이 경보사이렌을 듣고도 신속하기 대피하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진 대피훈련은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2016년 경주 지진과 지난해 포항 지진으로 불안감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지진 발생 때 대피요령 등을 알게 하자는 취지였다.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 이후 전국 최대 규모의 지진 대피훈련이다.
 
대전에서도 모든 관공서와 어린이집·유치원, 초·중·고등학교가 훈련에 참여했다. 구청별로 민간시설 1곳을 선정, 시민들이 직접 훈련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정작 시민의 참여는 저조했다.
전국적으로 지진 대피훈련이 진행된 16일 오후 2시 강원도청에서 건물을 빠져나온 직원들이 주차장에 모여 있다. 박진호 기자

전국적으로 지진 대피훈련이 진행된 16일 오후 2시 강원도청에서 건물을 빠져나온 직원들이 주차장에 모여 있다. 박진호 기자

 
같은 시각 강원도 춘천시 강원도청에도 지진 발생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자 사무실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은 안내방송에 따라 계단을 통해 건물 밖으로 향했다. 훈련 상황이라 대부분이 직원들이 천천히 걸어서 이동했다. 일부 극소수의 직원은 빠르게 계단을 내려오기도 했다.
 
훈련이 시작된 뒤 사무실을 둘러봤다. 대부분은 안내 방송에 따라 대피한 상태였다. 하지만 일부 사무실은 훈련에 참여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도청 내에 있는 카페에 앉아있거나 복도를 서성이는 직원과 민원인도 있었다.
전국적으로 지진 대피훈련이 진행된 16일 오후 2시 강원도청 커피숍에서 일부 직원과 민원인들이 대피하지 않고 앉아 있다. 박진호 기자

전국적으로 지진 대피훈련이 진행된 16일 오후 2시 강원도청 커피숍에서 일부 직원과 민원인들이 대피하지 않고 앉아 있다. 박진호 기자

 
이날 훈련은 간단한 대피 요령 안내 후 5분여 만에 종료됐다. 강원도청 본청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1333명이다. 하지만 이날 대피장소에 모인 이들은 300~400여 명에 불과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출장 인원이 많은 데다 비가 내리는 바람에 훈련 참여율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민간시설과 달리 초등학교에 이뤄진 지진대피훈련은 매뉴얼대로 진행됐다. 말 그대로 ‘모범답안’이었다.
16일 오전 지진 대피훈련이 진행된 대전 서구 선암초등학교에서 4학년 3반 학생들이 책상 밑으로 대피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6일 오전 지진 대피훈련이 진행된 대전 서구 선암초등학교에서 4학년 3반 학생들이 책상 밑으로 대피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날 오전 10시20분 대전시 서구 선암초등학교에서도 전 교생이 참여는 지진 대피훈련이 이뤄졌다. 전국적인 훈련은 오후 2시였지만 일찍 귀가하는 유치원생과 저학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훈련을 오전을 앞당겼다.
 
지진 발생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자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책상 아래로 몸을 피했다. 잠시 뒤 가방으로 머리를 보호하고 일렬로 질서 있게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전교생 530여 명이 모두 운동장으로 대피하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16일 오전 지진 대피훈련이 진행된 대전 서구 선암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가방을 위로 들고 운동장으로 대피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6일 오전 지진 대피훈련이 진행된 대전 서구 선암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가방을 위로 들고 운동장으로 대피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선암초 임선순 교장은 “매달 한 차례씩 지진과 화재 관련 대피훈련을 진행하는 데 실제상황처럼 하고 있다”며 “어릴 적 몸에 익힌 훈련이 성인이 돼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춘천=신진호·박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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