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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다음은 전력망? … 남북 교류 앞당길 직류 전기

1886년 미국 전역에 60개 전력회사를 세운 토머스 에디슨. ‘직류’ 전기를 발명한 그는 ‘교류’ 전기가 미국 표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론 조작’에 나선 일화가 있다. 전압을 높이기 힘든 직류는 당시 2마일 이상 송전하기도 어려웠다.  
 
반면에 니콜라 테슬라가 개발한 교류는 변압기를 이용해 쉽게 전압을 높일 수 있어 멀리까지 전기를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에디슨은 교류의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남미에서 구한 교류 발전기를 감옥에 전달했다. 감옥에서 1700V 교류 전류로 사형을 집행하도록 해 대중에게 교류의 위험성을 각인시키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여론 조작도 교류가 전기의 표준이 된 시대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130여 년 전의 ‘직류와 교류의 전쟁’은 교류의 승리로 끝났지만, 최근 들어 다시 직류가 주목받고 있다. 에디슨도 풀지 못한 난제였던 직류 전기의 원거리 송전 기술이 최근 들어 속속 개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태양광·수소연료전지 등 신재생발전 방식이 직류 형태로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하다 보니 서서히 직류가 교류의 아성을 넘볼 채비를 하고 있다. LS전선 등 전선회사는 물론 한국전력·LG전자 등 국내 대표 전기·전자업체들도 ‘직류 시대’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LS전선은 15일 세계에선 처음으로 고압직류송전(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케이블에 대해 공인 기관의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간 진행된 500㎸(50만V)급 고압 직류 케이블에 대한 한국전기연구원(KERI)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별다른 추가 테스트 없이 해외에도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된다.  
 
‘가전 명가’ LG전자도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전력과 직류만 사용하는 가전 생태계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한전이 직류 배전망을 구축하면 LG전자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직류에서 쓸 수 있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공기청정기 등에 대한 개발을 끝낸 상태”라며 “한전이 직류형 전시관 구축에 나서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30년 전부터 직류는 원거리 송전이 불가능하다는 결정적 단점만 빼면 교류보다 장점이 많았다. 1초에 50~60번씩 전류 방향이 바뀌는 교류와 달리 직류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흐름이 단순하다 보니 더 얇은 전선으로도 같은 양의 전기를 보낼 수 있고, 전자파도 적게 발생한다. 전자파를 상대적으로 많이 방출하는 교류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설비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사람과 떨어진 고층 송전탑과 두꺼운 피복을 입힌 케이블이 필요했지만, 직류는 이런 설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직류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교류가 표준이 된 이유는 실용성 때문이다. 교류는 ‘테슬라 코일’을 이용해 발전소에서 막 생산된 전기의 전압을 쉽게 높일 수 있었다. 펌프를 세게 틀어 압력을 높이면 물을 멀리까지 흘려 보낼 수 있는 것처럼, 코일을 많이 감아 전압을 높이면 전기를 멀리까지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직류도 전압을 높일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이 개발되면서 원거리 전송이라는 난제를 극복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직류를 활용하면 교류로는 불가능했던 대륙 간 송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직류가 전력 손실이 더 적기 때문이다. 유럽 대륙 전체를 전력망으로 연결하거나, 중국·인도·브라질 등 국토가 넓은 나라의 장거리 송전도 직류 시스템으로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남북관계가 급진전하면 몽골에 태양광·풍력 발전단지를 짓고, 중국·북한·한국·일본 등을 전력망으로 연결하는 동북아 수퍼 그리드 사업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급부상도 직류의 활용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구자윤 한양대 전자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햇빛·바람·조류 등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신재생에너지는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가 필수적”이라며 “이에 활용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연료전지 등은 모두 직류 전기를 사용하는 장치들”이라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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