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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날 유혈 충돌, 팔레스타인 사망자 속출

이스라엘 건국 70주년 기념일인 14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겨 개관했지만 최악의 유혈 사태로 번졌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는 절차여서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원히 감사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이날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가자지구 접경지역 등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군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14세 소년을 포함해 현지시간 오후 4시 현재 팔레스타인 주민 최소 41명이 숨지고 2000여 명이 다쳤다고 가자지구 보건 당국이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군 기지 등에 공습도 가했다. 2014년 가자지구 접경지에서 양측 간 갈등이 시작된 이후 사상자가 가장 많이 나온 날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이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 개관한 14일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분노의 날'로 정하고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 개관한 14일 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분노의 날'로 정하고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은 지난 3월 30일부터 가자지구에서 ‘위대한 귀환 행진’이라고 이름 붙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 달 반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 40여 명이 숨지고 20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는데 이날 하루에만 이를 넘어서는 사상자가 나왔다. 팔레스타인 측은 “끔직한 학살을 중단하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고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이스라엘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해선 안 된다며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부부가 예루살렘에서 열린 미 대사관 이전 전야제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부부가 예루살렘에서 열린 미 대사관 이전 전야제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예루살렘 남부 아르노나 지역에 있던 미 영사관을 대사관으로 바꾼 이날 개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지만 영상을 통해 축하했다.
미국 정부가 14일 예루살렘 남부 미 영사관을 대사관으로 고쳐 14일 개관했다. 새 대사관 입구에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위대하게 만들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14일 예루살렘 남부 미 영사관을 대사관으로 고쳐 14일 개관했다. 새 대사관 입구에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위대하게 만들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대사관 이전에 이스라엘은 축제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위대하게 만들었다”는 플래카드가 버스에까지 내걸리고 이스라엘 프로축구팀 ‘베이타르 예루살렘’은 구단 명칭을 ‘베이타르 트럼프 예루살렘’으로 바꿨다. 전날 열린 전야제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른 나라도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86개국 중 개관식 초청에 응한 것은 33개국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예히야 신와르는 “순교자 100만 명을 보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건국 다음 날인 15일을 팔레스타인 측은 ‘나크바(대재앙)의 날’로 정했다. 살던 땅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 70만 명가량이 현재 주변국 등에 흩어져 살고 있는 이들은 언제가 돌아가겠다는 생각으로 고향집을 떠날 때 대문의 자물쇠를 뜯어 가져갔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 대사관 이전 개관식 전약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를 썼다"고 환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 대사관 이전 개관식 전약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를 썼다"고 환영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정부의 대사관 이전 결정은 예루살렘을 어느 국가에 속하지 않는 도시로 규정한 유엔 결의안과 배치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추구해 온 ‘2국가 해법’도 타격을 받게 됐다.  
 
현재 미국은 중동 평화 협상에서 역할을 할 여지가 줄어들었고 유엔 등 국제기구나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팔레스타인 문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이란과 무력 충돌도 불사하고 있어 중동 정세는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랍 국가들이 과거와 달리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고 가자지구를 제외한 서안 지역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지 않아 새로운 인티파다(팔레스타인 민중봉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우리는 돌아갈 것"이라고 적힌 게시물을 들고 미국 정부가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긴 데 항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우리는 돌아갈 것"이라고 적힌 게시물을 들고 미국 정부가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긴 데 항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하마스 지도자 신와르는 “이스라엘의 경제 봉쇄로 가자지구는 거대한 감옥이 됐다”며 “여기서 서서히 죽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는 감옥의 벽을 부수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자지구에는 11년 동안 굶주리고 억압받은 굶주린 호랑이가 있다. 그 호랑이가 이제 풀려났으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사관 이전은 중동 갈등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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