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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세습에도 세계 8위 부국…김정은은 싱가포르가 끌린다

[채인택의 글로벌 줌업]김정은 위원장 서구체제 거부하고도 경제성장 이룬 싱가포르에 눈돌리나 
 
6월 12일 북미 정상회의가 열릴 싱가포르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체제 유지와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추구할 영감으로 가득한 나라다. 싱가포르의 가치를 평가할 때 흔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펼치고 남북한 모두에 상주공관을 상호 설치한 외교적 균형국가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미국이나 중국에 휘둘리지 않고도 국제사회에서 번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리콴유(李光耀, 1923~2015년) 전 총리. 아시아적 가치를 내걸고 권위주의 통치를 하면서 경제적 번영을 이뤘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체제 유지와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싱가포르 모델을 따를 것인지 관심사로 떠오른다. [중앙포토]

리콴유(李光耀, 1923~2015년) 전 총리. 아시아적 가치를 내걸고 권위주의 통치를 하면서 경제적 번영을 이뤘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체제 유지와 경제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싱가포르 모델을 따를 것인지 관심사로 떠오른다. [중앙포토]

 
경제적 모범국가, 정치·사회적으론 통제국가
5월 11일 싱가포르의 영어신문 스트레이트 타임스 1면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의 소식.[AP=연합뉴스]

5월 11일 싱가포르의 영어신문 스트레이트 타임스 1면에 등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의 소식.[AP=연합뉴스]

여기에 더해 싱가포르의 경제는 세계적인 모범이다. 서울 면적(606.2㎢)의 1.2배인 721.5㎢의 작은 국토에 561만 명(2017년 11월 싱가포르 통계청)이 몰려 사는 작은 도시국가인데도 경제적으로는 ‘대국’이다. 국내총생산(GDP)이 3486억 달러로 세계 41위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명목금액 기준 2018년 전망치다. 구매력 기준(PPP)으론 5540억 달러로 세계 39위다. 인구가 적으니 1인당 GDP는 IMF 명목금액 기준 2018년 전망치로 6만1766억 달러에 이른다. 세계 8위의 부자 나라다. 휘게의 나라로 유명한 덴마크나 세계 초강대국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가 등을 감안한 구매력 기준(PPP)으론 9만8014달러로 세계 3위의 초부국이다.  
6월 12일 열릴 북미정상회담 후보지로 거론되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왼쪽)과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오른쪽). [싱가포르=연합뉴스, 중앙포토]

6월 12일 열릴 북미정상회담 후보지로 거론되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왼쪽)과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오른쪽). [싱가포르=연합뉴스, 중앙포토]

여기에 더해 싱가포르가 개방체제를 통해 이렇게 경제적으론 번영을 누리면서도 정치적으론 대표적인 개발독재 국가이며 사회적으로는 통제국가라는 사실은 김 위원장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서구식 민주주의를 도입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경제적 번영을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김위원장으로선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 서구의 체제 개혁 요청을 뿌리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이 도시국가는 전 세계 권위주의 통치의 교과서와도 같은 나라다.  
 
안정 필요하다며 권위적 개발독재 계속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2014년 12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리 총리는 리콴유 초대 총리의 아들이다. [사진제공=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지난 2014년 12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리 총리는 리콴유 초대 총리의 아들이다. [사진제공=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싱가포르의 국부인 리콴유(李光耀, 1923~2015) 전 총리에 이어 아들인 리셴룽(李顯龍, 66) 총리가 현재 정부를 이끌고 있다는 점도 김정은 위원장에겐 매력적일 것이다. 경제적 번영과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한 누구도 이를 부정적인 세습정치로 비난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독재는 경제발전을 이루려면 정치적·사회적 안정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정치참여와 언론·집회·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독재정치 체제를 펴는 것을 가리키다. 독재정권은 이렇게 얻은 경제발전의 성과를 사회복지가 아닌 일자리 마련, 경기 활력 등의 방식으로 국민에게 나눠줌으로써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겉보기로는 선거·정당·의회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운영은 민주주의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선거는 집권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스템에 의해 치러진다.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은 탄압을 당하기 일쑤다. 의회는 대개 정권의 거수기 노릇을 한다. 노동조합도 있지만 대개 어용조합이다.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승리한 마하티르 전 총리(가운데)와 당원들이 9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기자회견장에서 환호하고 있다. 마하티르는 1981~2003년 장기 집권했으며 아시아적 가치를 앞세워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도입에 반대했다. 이번 총선 승리로 그는 93세에 다시 총리를 맡게 됐다. [EPA=연합뉴스]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승리한 마하티르 전 총리(가운데)와 당원들이 9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기자회견장에서 환호하고 있다. 마하티르는 1981~2003년 장기 집권했으며 아시아적 가치를 앞세워 서구식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도입에 반대했다. 이번 총선 승리로 그는 93세에 다시 총리를 맡게 됐다. [EPA=연합뉴스]

 
싱가포르의 국부로 1959~90년 총리, 1990~2004년 선임장관, 2004~2011년 내각고문으로 사실상 막후 통치를 하며 종신 권력을 유지했던 리콴유 전 총리는 대표적인 개발독재 지도자로 통한다. 아시아에서는 장제스(蔣介石, 1887~1975년, 1948~75년 집권) 총통 시절의 대만, 수하르토(1921~2008년, 1968~98년 집권) 대통령 시절의 인도네시아, 페르디난트 마르코스(1917~87년, 1965~86년 집권) 대통령 시절의 필리핀, 최근 재집권한 마하티르(93, 1981~2003년 1차 집권) 총리 시절의 말레이시아 등이 개발독재를 추구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나라는 개발독재 체제를 마감했지만 싱가포르는 아직도 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개발독재자들은 서구식 민주주의와 가치·철학을 거부하고 장기 집권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 인권을 바탕으로 하는 서구식 민주주의는 아시아에 맞지 않다고 거부한다. 리콴유와 마하티르가 대표적인 아시아적 가치 옹호자다. 아시아적 가치는 개인보다 공동체의 전체 이익 중시와 사회·경제적 번영의 우선 추구, 권리 주장보다 사회적 조화 우선시, 지도자에 대한 충성과 존경 등을 강조한다. 예절과 공손함과 함께 업무에 대한 성실성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 그리고 국가에 대한 충성을 예의 공손함 등을 강해 유교 이념을 바탕으로 하는 집단주의, 공동체주의로 평가된다. 서구가 직업소명설, 금욕주의 등을 바탕으로 하는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바탕으로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면 아시아에서는 이러한 아시아적 가치를 바탕으로 번영을 꾀한다는 주장이다.  

 
집권당에 절대 유리한 선거제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라는 무슬림 국가에 둘러싸인 작은 도시 국가 싱가포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를 오히려 '통상의 교차로'라는 이점으로 활용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라는 무슬림 국가에 둘러싸인 작은 도시 국가 싱가포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위치를 오히려 '통상의 교차로'라는 이점으로 활용했다.

싱가포르는 이런 가치를 고스란히 정치 체제에 적용했다. 개방 경제 체제로 번영해온 싱가포르를 서방의 일원이거나 민주국가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 나라는 정당도, 의회도, 선거제도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정치 체제를 자세히 뜯어보면 누가 봐도 서구식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이 나라에는 선거로 뽑는 임기 5년의 국회의원 101명으로 이뤄진 단원제 의회가 있다. 그런데 선거제도가 독특하다. 의원 중 89명을 선거로 선출하는데 그 중 13명만 지역구당 최고 득표자 1명만 선출하는 개별선거구에서 뽑는다. 76명은 16개 집단선거구에서 선출한다. 집단선거구는 유권자가 후보자가 아닌 특정 팀에 투표하는데 득표 비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게 아니라 최다 득표 팀이 해당 선거구의 모든 의석을 차지한다. 싱가포르는 소수민족에게 기회를 준다며 집단선거구에 입후보하는 팀을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하도록 했지만, 당연히 큰 정당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제도다.  
이러한 제도에 힘입어 싱가포르의 집권 인민행동당(PAP)은 독립 이래 계속 의회를 장악해왔다. 인민행동당은 1954년 영국 유학에서 귀국한 변호사였던 리콴유가 노동운동가들과 손잡고 창당한 조직으로 독립 이후 집권당으로 자리 잡았다. 가장 최근인 2015년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인민행동당은 69.9%를 득표해 전체 101석 가운데 89석을 차지했다. 야당인 싱가포르 노동자당은 12.8%의 득표율에도 전체 의석의 6%인 단 6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소선거구 1군데, 집단선거구 1군데(5명)를 확보했다. 여기에 싱가포르 특유의 제도인 비선거구 선출의원 3명이 추가됐다. 비선구구 선출의원은 낙선 야당후보 가운데 득표율이 높은 사람을 구제해주는 싱가포르 특유의 선거제도다. 의회에서 야당 목소리를 들리게 하라는 리콴유 초대 총리의 지적에 따라 1984년 신설됐는데 민주주의 투표제도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비정당원 임명의원이 9석 있다. 정권 교체가 근본적으로 힘든 이러한 정치 체제는 민주주의를 억눌렀지만 개발독재체제를 정치적으로 뒷받침해 현재의 강소국으로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영기업 지주회사가 대기업과 언론사 소유
싱가포르의 지도. 서우르이 1.2배 면적이다.

싱가포르의 지도. 서우르이 1.2배 면적이다.

싱가포르가 김 위원장에게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정치제체는 물론 경제체제도 서구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싱가포르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정부 주도의 경제 운용 시스템을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 성장전략을 앞세워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심지어 정부가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을 직접 소유, 운영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국영기업 지주회사인 테마섹은 세계적인 투자 큰 손이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대기업의 대부분과 모든 언론기관까지 소유하고 통제한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 싱가포르의 언론 자유 문제를 지적하곤 한다.  
흔히 정부 주도라고 하면 비효율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정부가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다. 이는 싱가포르의 독특한 공직 시스템에서 비롯한다. 이 나라의 공무원은 정규 부서에서 일반 행정을 맡는 집단과 공기업이나 각종 위원회·협의회 등 특수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나뉜다. 특수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은 민간기업 직원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면서 미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한다. 이들은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하면서 상황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정규 부서 공무원들은 이런 전략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책임지고 보장하는 임무를 맡는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개입이 경제 환경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국가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싱가포르 공무원의 유능함과 청렴도 한몫했다.  
 
경제 성장 둔화하자 2003년 대대적 혁신  
싱가포르 육군의 군인들이 대만 남부에 있는 해외 훈련장에서 '싱광(星光)계획'에 다른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정기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전술을 익히는 것은 강한 군대를 유지하는 기본이다. 국토가 좁은 싱가포르는 공군은 미국, 호주, 프랑스, 카타르 등에서 육군은 부르나이, 태국, 대만 등에서 각각 훈련하고 있다. 특히 1975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대만에서의 군사훈련 '싱광 계획'은 1990년 대중 수교 이후에도 계속돼 왔다.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국가안보에선 자주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싱가포르 육군의 군인들이 대만 남부에 있는 해외 훈련장에서 '싱광(星光)계획'에 다른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정기적인 교육과 훈련으로 전술을 익히는 것은 강한 군대를 유지하는 기본이다. 국토가 좁은 싱가포르는 공군은 미국, 호주, 프랑스, 카타르 등에서 육군은 부르나이, 태국, 대만 등에서 각각 훈련하고 있다. 특히 1975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대만에서의 군사훈련 '싱광 계획'은 1990년 대중 수교 이후에도 계속돼 왔다. 중국과 협력하면서도 국가안보에선 자주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이런 싱가포르 시스템의 효용성을 잘 보여준 게 2004년 이후 이룬 제2의 경제 도약이다. 한국·대만·홍콩과 더불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의 하나로 불렸던 싱가포르는 2004년 이후 새로운 경제전략으로 초고속성장을 다시 이뤘다. 싱가포르는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2001년 성장이 2.2%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자 그해 12월 총리 지시로 통산산업부(MTI) 산하에 경제검토위원회(ERC: Economic Review Committee)를 발 빠르게 설립했다. 이 위원회는 싱가포르 경제상황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2003년 21세기 새로운 경제성장 전략을 제시한 보고서를 내놨다. ERC가 2003년 2월에 발표 보고서는 싱가포르의 발전을 위한 즉각적인 대처방안과 향후 15년간 적용할 장기적인 전략을 각각 권고했다. 전략의 핵심은 자유무역협정 체결, 투자환경 개선, 기업가 정신과 창조성 고양,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혁신과 시장개척, 인력 확보의 다섯 가지였다. 이를 관통하는 철학은 정책의 목표를 ‘효율’에서 ‘혁신’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지금 싱가포르가 누리는 경제적 성과가 잘 보여준다.  
 
경쟁력만 강조해 사회보장제도는 부족
싱가포르가 대만 남부에서 진행하는 싱광(星光)계획의 현장. 싱가포르군이 장갑차를 타고 전술 훈련을 하고 있다. 국토가 좁은 싱가포르에선 기갑부대는 물론 포병 사격 훈련도 쉽지 않다.

싱가포르가 대만 남부에서 진행하는 싱광(星光)계획의 현장. 싱가포르군이 장갑차를 타고 전술 훈련을 하고 있다. 국토가 좁은 싱가포르에선 기갑부대는 물론 포병 사격 훈련도 쉽지 않다.

싱가포르의 숨은 고민은 공동체 의식의 희박이다. 홍콩과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가계수입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최저임금제도도 없다. 사회보장제도도 미약하다. 국가는 경기에 불을 지펴 일자리와 비즈니스 기회만 만들어주면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보편적 사회보장 시스템도 없어 은퇴 후 생활비를 미리 모아둬야 한다. 이를 악물고 각박하게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검토위원회 권고 등에 따라 뒤늦게 저소득층에 대해서도 국영병원의 무료 의료서비스와 주거비와 직업교육비 지원을 해주고 있다. 
 
빠른 성과 필요한 김정은 위원장에 매력적  
북한의 김 위원장은 체제를 뒷받침해온 핵심계층을 그대로 유지하고 주요 기업을 국가가 계속 소유하면서도 경제 발전을 이루는 방법을 싱가포르 모델에서 찾으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식 정치와 경제, 사회 체제가 앞으로 북한의 미래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빠른 경제발전으로 권력 입지를 다지려고 할 가능성이 큰데 그럴 경우 싱가포르 모델이 메력적일 수 있다.  
  
카지노 포함 복합리조트 벤치마킹 가능성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의 모습. 내국인 입장 허용을 조건으로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이 투자했다. 건물은 한국의 쌍용그룹이 지었다. [중앙포토]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호텔의 모습. 내국인 입장 허용을 조건으로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이 투자했다. 건물은 한국의 쌍용그룹이 지었다. [중앙포토]

여기에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가 보유한 ‘복합리조트’이 도입을 추구할 가능성도 크다. ‘복합리조트’ 도입은 싱가포르 경제검토위원회에서 말한 서비스 산업의 혁신과 시장개척을 위한 권고에 따른 결과다. 싱가포르는 ‘도박’은 안된다는 오랜 고집을 꺾고 2004년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카지노를 합법화하고 2개의 카지노 리조트 개장을 허락한 것이다. 관광산업을 진흥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카지노 기반의 리조트엔 ‘복합 리조트(IR)’라는 새로운 명칭을 붙였다. 쇼핑, 음식, 레저에 카지노를 더한 가족 중심의 대규모 리조트를 가리킨다. 전시회장이나 회의장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강과 항구가 만나는 시내 요지 마리나 베이 샌즈와 남쪽의 리조트 지역인 센토사 섬에 자리 잡은 리조츠 월드 센토사 두 군데에 허가를 내줬다. 영업은 2010년 시작됐다. 북미 정상회의 장소로도 거론된다.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에 카지노 리조트를 건설한 세계 최대의 카지노 운영업체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은 애초 미화 38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제시해 마리나 베이 복합 리조트의 운영권을 따냈다. 하지만 자본경비와 토지 비용이 예상을 웃돌면서 개발비만 50억 달러가 넘는 등 총액 8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객실이 2561개에 이르며 카지노 외에도 컨벤션과 일반 관광효과도 상당하다. 직접 고용인원만 1만 명에 이르며 간접 고용유발효과도 2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리조트는 한국의 쌍용건설이 지었다. 마리나 베이 복합 리조트는 싱가포르 전체 GDP의 0.8%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센토사 복합 리조트는 겐팅 싱가포르사가 운영권을 따냈는데 2개의 카지노의 유니버설 테마파크와 세계 최대의 해양수족관을 갖춘 마리나 라이프 파크를 결합했다. 1840개의 객실을 갖춘 이 복합 리조트에는 49억3000만 달러가 투자됐다. 이 리조트도 1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싱가포르는 카지노 산업을 유치하는 결단으로 130억 달러 가까운 투자를 받은 것은 물론 2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었다. 간접 고용효과까지 따지면 확보한 일자리가 6만 개에 가깝다. 싱가포르의 카지노 산업 규모는 전 세계 도시 중 마카오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며 컨벤션 산업은 3위로 평가받는다. 싱가포르는 카지노롤 포함한 복합리조트 산업을 21세기형 서비스 산업으로 국가가 주도적으로 키우고 있다. 김 위원장이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큰 대상이다.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의 셸든 애덜슨 회장. 그가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에도 투자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중앙포토]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의 셸든 애덜슨 회장. 그가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에도 투자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중앙포토]

 
싱가포르는 관광산업이 발달했다.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 좁은 국토에도 남쪽 센토사 섬을 통째로 리조트로 개발하고 북쪽에 야간 사파리로 유명한 대규모 싱가포르 동물원을 마련했을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의료관광 진흥책도 쓰고 있다. 싱가포르의 첫 영국 총독인 래플스 제독의 이름을 딴 래플스 병원이 중심지다. 이 병원은 중동 지역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몇 년 전 이란의 샴쌍둥이 자매를 분리 수술했다 실패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싱가포르의 의료관광 산업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싱가포르는 북한의 교과서가 될 것인가
싱가포르국기

싱가포르국기

집권 이후 마식령 스키장 등 관광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해온 김 위원장이 노릴 만한 경제 발전 전략의 교과서가 싱가포르에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를 놓고 담판을 벌이게 된다. 김 위원장은 그곳에서 핵 담판에 이은 체제 유지와 사회적 통제 유지, 국가 주도의 경제 운용과 발전 방안도 벤치마킹하고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김 위원장의 미래 전략에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교과서를 잘 읽어 본다고 시험을 잘 볼 수는 없다. 문제는 북한이 싱가포르만한 인력, 노하우, 공직자 윤리를 갖추고 있느냐에 달렸다. 이를 푸는 것은 김 위원장의 몫이다.  
 
 
채인택 국제전문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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