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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수 도대체 왜 적어야 하나? 국민은 많을수록 이익

김진국 기자 사진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조홍식 서울대 법학대학원장은 ’변호사 시험이 어려워 제대로 된 법률가 교육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동 기자]

조홍식 서울대 법학대학원장은 ’변호사 시험이 어려워 제대로 된 법률가 교육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동 기자]

고려 광종 때 시작한 과거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길이었다. 아버지가 귀족이 아니어도 공부만 하면 출세할 수 있었다. 그게 공무원 임용시험으로 이어졌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등용문(登龍門)이요, 계층 상승의 사다리였다.

 
‘고등고시 사법과’는 1963년 ‘사법시험’으로 바뀌었다가 지난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2009년 3년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만들어 변호사 시험을 치르고 있다. 서울대 법대도 지난 2월 마지막 학부 졸업생 10명을 배출하고, 학부 문을 닫았다. 조홍식(55) 서울대 법학대학원장은 마지막 서울 법대 학장이다.
 
조 원장은 1986년 사법시험(28회)을 거쳐 판사와 로펌 변호사로 일했다. 미국 로스쿨과 변호사 시험을 거쳤고, 도쿄(東京)대 교환교수로 일본의 로스쿨 제도도 살펴봤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그는 한국의 로스쿨 10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달 30일 서울대 법학대학원장실에서 만난 그는 "이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당초의 기대에 못 미친다는 말이다. 그러나 로스쿨 제도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지식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하는데, (법대에서는) 한심하게도 사법시험(이하 사시·司試) 과목만 공부하고 졸업합니다. 사시에 합격하지 않으면, 아예 그 일에 종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양성하자는 게 로스쿨이죠. 그런데 사시 때보다 변호사 시험(이하 변시·辯試)에 더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로스쿨, 사시 때보다 시험에 더 매달려
 
그 때문에 바꿨는데 달라진 게 없네요.
“사시는 재학생 합격자 비율이 10~15%밖에 안 되었거든요. 학생들이 숨 쉴 여력이 있었어요. 올해 서울대 로스쿨에서는 116명이 변시를 봐 110명이 붙었습니다. 떨어지면 설명이 안 되는 거죠. 그러니 변시에 더 매달리고, 시험 과목만 듣습니다.”
 
토론식 수업이 어려워졌다는 건가요?
“그것은 하는데요, 결국 변시로 돌아가요. 똑똑한 학생 중에서 떨어내려니 변호사로서 기본 소양을 테스트하는 게 아니라 변별력을 위해 비틀고, 구석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 어렵게 냅니다.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법적 추론 능력을 배양할 수가 없는 거죠. 서울대는 로스쿨 2기, 3기 때 본래의 취지에 맞게 교육하느라 변시에 신경 쓰지 않다가 합격률을 많이 까먹었습니다.”
 
학교를 옮기는 학생도 변수가 된다면서요.
“정원이 적고, 합격률까지 낮으면 더 어렵지 않겠습니까? ‘반수(半修)’ 해서 다른 로스쿨로 옮기는 학생도 있습니다. 편입을 허용하면 그런 학교는 공동화되겠죠. 그래서 그건 막아놓고, 자퇴해서 빠진 학생만큼은 신입생을 더 뽑게 해줍니다. 그렇지만 변시가 문제지, 학교 교육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어떤가요.
“미국의 로스쿨은 일정 수준이 되면 자격을 줍니다. 변호사의 옥석(玉石)은 시장에서 가려지게 하는 거죠. 국민 입장에서는 싼 변호사, 비싼 변호사가 같이 있는 게 나쁠 게 없지 않겠습니까?”
 
시장이 아니라 ‘부모가 누구냐’로 가려진다는 ‘금수저’ 의혹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의심이 있습니다만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는 말하기 조심스럽습니다. 대형 로펌은 요즘 1학년 1학기 성적이 나오면, 성적 좋은 학생 중에 골라 여름에 인턴을 시킵니다. 그러면서 사회적 적응력, 소통 능력을 봅니다. 1학년 2학기 성적까지 나오면 판단이 됩니다. 겨울방학 때 또 인턴을 시키고, 거기서 뽑아 버립니다. 로펌이 학생들 정보를 잘 모르니까, 조심스럽지만 아무래도 ‘금수저’ 쪽이 취업에 유리하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것 같습니다.”
 
교양 교육을 위해 로스쿨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
“학부를 졸업해 사시를 보면 다른 사고 양식을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법대에 들어오고, 아무 생각하지 않고 법 공부만 열심히 해서 법원에 들어갔죠. 속된 표현으로 법원에서 잘나가는 판사들도 법원의 사고양식을 몸에 익히고, 잘 반영하는 사람 아니겠어요?”
 
 
대형 로펌, 1학년 1학기 성적 보고 인턴 시켜
 
그는 과학·기술의 발달, 가치관의 다양화로 인간의 경험칙으로 형성된 규범 판단만 하던 시절은 지났다고 말했다.
 
“배워서 판결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전자면 전자, 바이오면 바이오, 기본 소양이 있어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로스쿨은 서울 법대가 구축한 아성에 침투한 ‘트로이의 목마’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

변호사 시험 합격률

“법원 구성원들을 보십시오. 어려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그런 문제를 고민할 기회가 없지 않습니까? 다른 가치관이 끼어들 수가 없죠. 다른 학부에서 공부한 학생에게 법을 가르치면, 나름의 다양한 사고방식이 있을 것 아닙니까. 법의 맹점, 문제점을 성찰할 기회가 될 수 있죠. 이 학생들은 판례를 보면 바로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이게 맞나? 고민하는 거죠. 로스쿨 시스템은 국제경쟁력이 있는 법률가들을 양성하는 데는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런 원래의 생각과 달리 그 이상적인 모습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지 못해 유감스럽습니다.”
 
그는 90년대 초 자신이 미국 유학하던 시절 경험을 들려줬다.
 
“토론식 수업을 듣는데 아무 이야기도 못 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너무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영어가 서툴러 그런 줄 알았어요. 집에서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성찰해 보니 그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걸 알았습니다. 판례와 정립된 이론, 법리를 외워서 적용했지, 그것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법리를 만들어 내는 훈련이 전혀 안 돼 있었던 겁니다. 판사로 2년 3개월, 로펌에서 1년을 일한 뒤 유학을 갔는데도 말입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합니까?
“3단 논법 아시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고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이걸 내적 정당화라고 해요. 그런데 대전제, ‘사람은 죽는다.’ 이것이 불분명한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새로운 케이스가 나오면 대전제가 없이 판단을 내려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판사가 입법도 하고, 자기가 입법한 것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법철학자들은 스스로 대전제를 만드는 것을 외적 정당화라고 합니다. 이런 법적 추론 능력을 키워줘야 제대로 된 법률가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기초 소양과 법적 추론 능력 키워줘야
 
그런 교육을 하실 수 없나요?
“커리큘럼을 아무리 여러 가지 제공해도 학생들은 변시에 필요한 과목만 듣습니다. 예를 들어 변리사들이 많이 들어와 기초재산권에 특화해서 공부하려 해도 부담이 돼 졸업할 때까지 한두 과목밖에 못 듣는 거예요. 너무나 어이없는 현실입니다. 변시에 필요한 ‘재판 실무’는 판사와 검사가 와서 가르칩니다. 외부강사 과목이지만 수강생이 인산인해(人山人海)입니다. 로마법, 법철학, 법 인류학, 법사회학, 법 경제학, 환경법, 세법…. 변호사 시험이 아닌 경우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학생 수가 적어요. 기초 소양이랄지 이론이랄지 이런 능력을 키울 방법이 없습니다.”
 
일본도 ‘변시 낭인’이 사회문제였는데….
“일본 로스쿨은 망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학부가 남아 있어서. 우리로 치면 사시도 있고, 변시도 있거든요. 로스쿨을 졸업하면 예비시험을 면제해주지만 똑똑한 학생은 로스쿨을 가지 않고 사시로 갑니다. 어려운 길일수록 자기 능력을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로스쿨 입학전형 방법을 공개해달라는 요구도 있던데.
“금수저, 흙수저 논란 속에서 로스쿨 입시를 정량적으로 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이 있습니다. 정량평가만 한다면 가장 공정한 것은 예전에 사시죠. 로스쿨 취지에 부합하려면 정성평가를 반영해야 합니다. 다만 공정성이 중요해서 몇 가지 제도적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입시위원회에서 선발합니다. 입시위원은 자부심 강한 훌륭한 교수들인데, 교수들도 누군지 모릅니다. ‘수월성’이 첫 번째 기준입니다. 그러면서도 ‘다양성’을 보고, ‘공적 마인드’가 있는 법률가 양성을 이상으로 하고, ‘사회적 약자’도 배려합니다.”
 
일정한 수준이 되면 자격을 주자는 말씀이죠?
“법률가 양성에 이해관계가 가장 큰 사람이 변호사겠죠. 그렇지만 변호사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혹은 국가 차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미국식 로스쿨을 염두에 두고 도입한 것 아닙니까? 미국식 로스쿨은 자격시험입니다. 변호사 수가 도대체 왜 적어야 하는데요. 변호사들만 위한 것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죠.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 시장에서 감별해주지 않겠습니까? 비용이 다르겠죠. 국민은 비용이 낮은 변호사도 필요합니다.”
 
그는 “변호사 시험을 이렇게 어렵게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 시험이 어려워 법학 교육도 이상하게 바뀌고, 준비도 안 된 학생을 내보낸다”면서 “이 모든 것이 변호사 시험이 잘못돼 일어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김진국 칼럼니스트 kim.jink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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