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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김정은 어리다고 무시…트럼프 만난다 하니 돌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다롄을 방문한 7일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 위에서 북한에서 나온 차량들이 단둥해관의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고수석 연구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다롄을 방문한 7일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 위에서 북한에서 나온 차량들이 단둥해관의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고수석 연구위원]

지난 7일 정오쯤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을 연결한 중조우의교.
 
이 다리 위로 북한에서 나오는 화물차들이 줄지어 단둥해관(세관)의 통관을 기다리고 있다. 화물차들 사이에 북한에 관광을 다녀온 것으로 보이는 승합차도 끼어 있다. 화물차들은 중국 차량과 함께 ‘평북(평안북도)’ 번호판을 붙인 북한 차들도 있었다. 그동안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교역량이 줄었지만 최근 해빙 무드 속에 조금씩 회복하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3월 북·중 교역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국 수출액은 1180만 달러로 지난 2월에 기록한 885만 달러보다 300만 달러 정도 올랐다. 같은 기간 북한의 대중국 수입액은 1억4292만 달러로 지난 2월의 1억266만 달러보다 4026만 달러 증가했다. 북한과 의류 임가공을 했던 중국동포 최철남씨는 “지난 3월부터 공식 무역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국경 밀무역은 상당히 완화됐다”고 전했다. 단둥 시내 호텔에도 이전과 달리 북한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단둥 푸루이더(福瑞德) 호텔 관계자는 “지난 4월 북한 투숙객은 지난 3월보다 30%나 늘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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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쯤 푸루이더 호텔 로비에서 중국동포와 함께 우연히 만난 북한의 고위 관리로부터 최근 북한의 변화상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대외경제성 소속”이라고 소개했다. 대외경제성은 무역을 관할하던 무역성과 외국 자본 유치를 전담하는 조선합영투자위원회, 경제특구 개발을 맡은 국가경제개발위원회를 통합해 2014년 새로 출범한 해외 투자유치 기구다. 그는 “최근 변화는 지난해 11월 29일 북한이 선언한 핵무력 완성과 유엔 대북제재가 7:3 정도 섞여 일어났다고 보면 된다”며 운을 뗐다.
 
그는 북한이 생각하는 핵무력 완성은 미국 등 서방 국가의 기준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경우 대기권 재진입과 종말유도단계 등을 완성해야 하지만 북한은 신형 ICBM 화성-15형의 시험발사로 핵무력 완성을 서둘러 선언해 버렸다. 그는 “북한은 화성-15형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정밀한 기술 보유를 위해 핵무력 완성 선언을 미룰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핵·미사일 개발이란 카드를 활용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유엔 대북제재를 설명하는 대목에선 얼굴이 상기됐다. 그는 “과거보다 고통스럽지만 햇빛·물만 제재하지 않는다면 버티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북제재의 효과가 먹혀들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노동당 39호실 산하 경흥지도국 이철호 당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대내 기관지인 ‘근로자’(12월호)에 “연유 판매소(주유소)만 보아도 다른 단위(기관)들은 적들의 제재로 (판매가) 멎었다”고 쓴 기고를 떠올리게 했다. 중국까지 동참하고 있는 강력한 경제 제재를 북한은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북측에서 온 관리는 “이른바 ‘장롱 속 돈’이 시장으로 안전하게 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북한은 이 ‘장롱 속 돈’을 끌어내기 위해 2009년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실패했다. 화폐개혁에도 끄떡하지 않던 장롱 속 돈을 움직인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2년 개인·기업의 경제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단행한 ‘6·28 방침’이다. 북한은 공식적으론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지만 개인이 공장·기업소의 명의로 자금을 투자해 거기서 발생한 수익을 개인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장롱 속의 돈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면서 눈치를 보던 장롱 속의 돈이 조금씩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내수 시장이 살아나고, 돈주(신흥 부자)들은 공장·기업소와 손잡고 공동투자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불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엔 처벌의 대상이었던 장롱 속의 돈이 지금은 대북제재에 대응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강도 높은 대북제재로 재연된 ‘고난의 행군’은 중국이 개입하면서 실질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런 만큼 중국을 보는 북한의 눈이 곱지 않다. 이 북한 관리는 중국에 대해 “배신감마저 든다” “오만가지 정이 다 떨어진다”며 격렬하게 반응했다. 중국에 대한 불만이 한번 터지자 연이어 쏟아냈다.  
 
그는 “지난 3월 북·중 정상회담이 있기 전까지 중국은 김 위원장이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다며 무시했다.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이 발표되자 중국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미국과 손을 잡으려고 하니 그제야 우리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40여 일 만에 두 차례나 김정은-시진핑 회담이 열린 상황에 대한 설명인 셈이다. 북·중 관계를 혈맹으로 인식하고 있는 우리의 시각과도 사뭇 달랐다.  
 
그는 서먹해진 북·중 관계에 비해 한·미 관계는 아주 견고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미국은 한국과 동맹을 맺은 이후 한국을 (경제·군사적으로) 많이 도와주고 있지 않은가”라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한국을 도왔던 것처럼 북조선도 미국과 손을 잡으면 남조선처럼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변화된 북한의 대남·대미 유화정책도 “제재가 지속되면 고통이 가중되기 때문에 대남·대미 유화정책이 일시적인 조치일 수 있다고 처음에는 생각했는데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행보를 보면서 과거처럼 다시 돌아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과거 북한은 개혁·개방 노선으로 나오려다 군부의 반발에 부닥쳐 무산됐다. “변화를 싫어하는 군부가 이번에도 김정은의 비핵화에 반기를 들고 나올 가능성은 없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군부를 휘어잡기 위해 잦은 인사와 숙청 등으로 저항 세력과 정치군인들을 제거해 왔다”며 “현재 군부에서 이런 변화를 거부할 세력은 없으며 군부도 이미 70여 년 동안 준전시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피로감이 누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조선 내부의 기득권층은 10% 정도에 달하는데, 겉으로 (개방에) 동참하지만 속으론 반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10%의 기득권층보다 90%의 인민이 지금의 변화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돌아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둥=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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