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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떠도는 421 폭탄의 정체는?

오후 3시, 어른들은 어김없이 집을 나선다. 그리고 학교에 간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때로는 아줌마와 아저씨도 낀다. 그리고 오후 4시쯤 되면 교문 앞이 북적인다. 리리야, 젠 구워야... 이곳저곳에서 이름 부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주말을 빼고 매일 중국의 소학교(초등학교)와 중학교 정문 앞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풍경이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손주 혹은 아들딸들의 하교 맞이 행사다.  물론 등교도 아이들과 같이 하는 학부모가 많다. 일부 학부모는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간 후에도 귀가하지 않고 그들의 아침 체조 시간을 교문 밖에서 지켜보며 삶의 행복을 만끽한다.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 교문 밖에서 자녀들의 하교를 기다리는 학부모와 노인들 [출처: 차이나랩]

베이징의 한 초등학교 교문 밖에서 자녀들의 하교를 기다리는 학부모와 노인들 [출처: 차이나랩]

다들 알겠지만 이런 아이들을 소황제(小黃帝)라 부른다. 그리고 여기서 중국의 가정 시스템과 문화를 은유하는 ' 421'이라는 숫자가 탄생했다. 1은 소황제, 즉 금지옥엽 외동을 말한다. 2는 그 외동의 부모, 그리고 4는 외동의 친 조부모와 외 조부모를 가리킨다. 말하자면 6명의 어른이 한 명의 외동을 황태자처럼 키우면서 나타나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그로 인한 중국 미래 문제를 꼬집고 있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이를 중국 가정과 사회가 앉고 있는 '421 폭탄'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중국의 소황제를 다룬 영화 포스터 [출처: 바이두 백과]

중국의 소황제를 다룬 영화 포스터 [출처: 바이두 백과]

베이징에서 처음 이런 광경을 보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하교 맞이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세상이 하도 험하니 어린 자녀들의 안전 귀가를 걱정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나. 그런데 초등학교 고학년은 물론이고 중학생들까지 학부모들이 "내 강아지 내 강아지" 하는 걸 보면 "장차 중국 사회에 큰 폭탄이 되겠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응석받이로 자란 그들이 성인이 되면서 폭발적으로 분출될 인성, 즉 과도한 개인주의, 방종, 인내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 부족, 그리고 독립성 결여 등등이 예견되서다.
 
중국인들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중국의 네이버라 할 수 있는 바이두(百度)에 소황제를 입력하면 그 뜻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독자 자녀를 일컫는 말. 응석받이로 자라 독립심이 없고 사회 적응 능력도 떨어지며 어려움을 참는 정신이 부족하다. 이런 소황제 현상은 미래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하는 아주 잘못된 가정 교육이다."
 
중국의 아파트 단지에서 소황제를 돌보는 할아버지 [출처:차이나랩]

중국의 아파트 단지에서 소황제를 돌보는 할아버지 [출처:차이나랩]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중국인들은 그걸 바꾸려 하지 않는다. 머리 따로 몸 따로다. 여기에 자식을 아끼는 중국의 전통 사상과 문화까지 겹쳐 관성처럼 사회문화로 자리 잡았다. 소황제 현상은 중국의 인구 억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예상됐었다. 중국은 인구 증가 억제를 위해 1980년 9월부터 '1자녀 정책'을 시행했다. 때문에 중국의 30대 이하 젊은이들이 대부분 소황제 세대라 할 수 있다. 80년대 이후 1억 5000만 가구가 외동을 키웠다.  

 
중국 부모들의 '소황제 양성'은 1자녀 정책 폐지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계획출산위원회는 2014년부터 부부 2명 중 1명이 독자인 경우 둘째를 낳을 수 있는 2자녀 정책(单独二胎政策)을 시행하고 있다. 이전까지 중국 인구의 92%를 차지하는 한족은 둘째 아이를 낳으면 벌금을 물어야 했다. 한족이라도 농촌의 경우 첫째가 딸이면 4세 이상 터울로 둘째 출산이 가능하고(산모가 28세 이상일 경우 터울 제한 없음), 소수민족에 대해서는 산아제한 정책을 적용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놓지 못하고 교문 밖에서 아침 체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중국의 학부모들 [출처: 차이나랩]

아이들을 놓지 못하고 교문 밖에서 아침 체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중국의 학부모들 [출처: 차이나랩]

 
소황제 세대는 요즘 중국 사회 변화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황제 세대 중 1995~2010년 사이 태어난 10대와 20대 그룹을 'Z 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중국의 새로운 괴짜 소비층으로 열심히 부상 중이다.  
바이두 MUX(百度 Mobile User Experience Department)의 '95세대' 생활형태연구보고에 따르면, 현재 1995년 이후의 Z 세대 출생자 수는 약 1억 명에 달한다. 이들은 개혁 개방 이후 경제적으로 넉넉해진 부모로부터 적지 않은 부를 받아 거침없는 소비성향을 보인다. 또 텐센트의 QQ, QQ 공간(QQ 空间), 웨이보(微博), 위챗(微信), 바이두 티에바(百度贴吧)같은 소셜네트워크(SNS)가 그들 생활의 일부다. 요즘 중국 마케팅에서 스마트폰과 온라인 네트워크가 중요해진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예인-팬 문화활동 등에 수시로 노출돼 이들의 소비 취향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유학파가 늘면서 세계화 흐름과 보조를 맞추고 중국 문화 특유의 폐쇄성에 반발하는 것도 이들 세대의 특징이다.  
 
콘텐츠 관련 앱의 이용 비중 역시 매우 높다. 텐센트 산하 연구기관인 펭귄 인텔리전스(企鹅智酷)보고서를 보면 'Z 세대' 중 동영상 시청 인구는 90.6%로 이 중 월 10일 이상 시청자는 26.3%, 거의 매일 시청하는 비율은 2.8%다. 인터넷 신문 블로그 매셔블은, 'Z 세대'의 소비 규모가 이미 2014년에 약 440억 달러에 달했고 이들이 학교 졸업 후 취업한 2020년 이후에는 중국 디지털 소비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왕이(網易)의 만화 관련 빅 데이터에 따르면, 'Z 세대' 사용자가 관련 사이트 이용자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Z 세대'의 온라인 쇼핑액은 월 240억 위안을 넘어섰다. 결론적으로 중국에서 사업하고 싶으면 가장 먼저 소황제부터 연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의 소황제 [출처: zn.cn]

중국의 소황제 [출처: zn.cn]

 
이들의 주도해가는 중국 사회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양슝(杨雄)상하이 사회과학원 청소년 연구소장은 "요즘 부모들 대부분은 경제활동으로 너무 바빠 자신들의 소황제 양육을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정신적 고아' 상태에 처해있고 이는 미래 중국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황제의 부정적 문화는 학교 교육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중국의 초·중·고교 교실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가 문제가 됐다. 소황제가 혹시나 남들에게 따돌림당할까 봐 걱정하는 학부모나 조부모들이 학교 측에 압력을 행사해 모든 교실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도록 한 것이다. 비단 교실만이 아니고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 전체 곳곳에 CCTV를 설치해 집 밖 소황제들을 경호하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 언론은 "CCTV 범람이 학교 폭력이나 왕따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자신은 최고이고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과도한 개인주의에 빠질 수 있고 실제로 그런 현상이 적지 않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학교의 교실 모습을 폐쇄회로로 실시간으로 중개하는 한 불법 사이트 [출처: 웨이신]

중국 학교의 교실 모습을 폐쇄회로로 실시간으로 중개하는 한 불법 사이트 [출처: 웨이신]

소황제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도 국가적 관심사다. 1자녀 정책으로 인구 증가세는 줄였지만 노인인구는 급증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경제활동인구는 2005년 6.2명에서 2020년에는 3.7명으로 줄었다. 심각한 것은 그 감소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활동인구 감소에 놀란 중국 정부가 2016년부터 1가구 2자녀 정책을 펴고 있지만 출산율은 이전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소황제들은 자녀보다 개인이나 부부의 행복을 우선하고 있어서다. 이래저래 소황제는 중국의 안정적 발전을 저해하는 폭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차이나랩 최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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