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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북한은 왜 중국과 거리를 두려 하나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양국 관계는 아직도 살얼음판이다. 회담에서는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중국이 소외되고 있다는 ‘차이나 패싱’ 우려와 중국이 전략적 완충지인 북한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북한 유실’ 걱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반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북한은 미·중 사이에서 장기인 줄타기 외교를 하며 레버리지 극대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아쉬움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북·중 관계가 최근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한과 중국 사이의 소원함이 지난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으로 말끔히 해소됐는가? 공식적으로 양국 관계는 정상화됐다고 선언됐다. 그러나 이면엔 석연치 않은 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우선 중국 외교 당국이 양국 관계에 대해 일반적인 외교 수사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중 최고 지도자 간의 소통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답방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행보에서 중국을 의식한 언행이 그다지 감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와 관련해 불안해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중국의 불안감을 김정은 위원장과 나눈 시진핑 주석의 대화에서 읽을 수 있다. 시진핑 발언의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북·중 관계가 ‘초심을 잃지 말고’ ‘시시때때로 변하지 말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새로운 공헌을 하자’는 것이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초심을 잊어선 안 된다는 말이나 수시로 변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 모두 불신의 골이 깊어진 양국 관계에 대한 염려가 담긴 수사(修辭)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마치 그런 시진핑의 우려를 덜어주기라도 하려는 듯 “최근 한반도 정세가 급속한 진전을 보여 정서상이나 도의상으로도 당면한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방중 이유를 설명했다.
 
겉으로는 김 위원장이 예우를 지켜 시진핑 주석의 체면을 한껏 치켜세워주는 것 같지만 한 꺼풀 속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대화록은 그만큼 북·중 관계가 소원하고 또 위태롭기까지 하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북·중 양국이 장차 어떤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동요하지 말자고 서로에게 약속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이후 북한의 움직임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대(對) 중국 라인의 강화라 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같은 조치가 시진핑의 ‘차이나 패싱’ 우려를 덜어주기 위한 게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북한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자는 포석이라는 점이다.
 
김 위원장 방중 이후 4월 12일 개최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6차 회의에서 국무위원 4명이 보선됐다. 이중 눈여겨 봐야 할 인사는 김정각과 태종수 두 명이다. 김정각 신임 군 총정치국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체회의에선 당 정치국 위원에 임명됐다.
 
김정각이 비록 상무위원회에까지 진출하지는 못했으나 정치국에 복귀한 사실은 당내에서 다시 약진하고 있다는 걸 말해준다. 태종수는 이미 지난해 10월의 제7기 제2차 회의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됐다.
 
김정각과 태종수의 복귀는 ‘김정일의 사람’이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또한 대 중국 라인의 강화를 뜻하기도 한다. 두 사람은 김정일 생전에 중국과의 외교 경험을 풍부하게 축적했다. 김정각은 2007년 인민무력부 부부장에서 총정치국 제1 부국장으로 발탁됐고, 태종수는 같은 해 10월 내각 부총리로 임명됐다.
 
이후 이들은 평양을 방문한 중국 고위 인사들과의 회담에 단골로 참여했다. 특히 태종수는 함경북도 당 비서로 재직할 당시(2012~14년)에 중국과의 마지막 협력 개발 사업이었던 황금평·위하도 관련 회의 및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각과 태종수 모두 과거 같은 시기에 지재룡 현 중국주재 북한대사와 함께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제 김정은 체제의 중국 라인은 ‘5인 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필두로, 역시 김정일 시대에 중국과의 외교 경험이 풍부한 박봉주 내각 총리, 그리고 노두철 중앙위원과 함께 김정각과 태종수가 가세하는 형식이다. 이 5인 체제는 베이징 현지에 나가 있는 지재룡 대사와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해 움직일 것이다.
 
중국도 입으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말한다. 그러나 말과 달리 속내는 복잡하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진정일 경우 중국 입장에선 반드시 환영할만한 일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는 중국엔 양날의 칼과 같아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계산을 복잡하게 만든다.
 
중국이 비록 북한 비핵화라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지만 정말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반도에서 중국의 입지 축소라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북한의 비핵화 이행 대가는 종전 선언,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북·미 수교, 북·일 수교, 그리고 경제 건설 지원 등을 포함한다.
 
이 경우 북·중의 전통적 우호 관계의 승계 문제가 타격을 받을 건 자명하다. 이제까지 북한을 독점해온 중국의 입지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북한의 자의적 이탈이나 자연스러운 유실로 인해 중국이 북한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북한은 대신 이런 상황에서 중국으로부터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확보하게 된다. 이 레버리지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중국 라인을 다지는 책략을 쓴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공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중국은 북·미 대화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에서의 입지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이는 바로 지난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평양을 찾은 배경이다. 중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평화적 외교 공세’에 대한 진정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북·중 고위 인사의 연쇄 접촉이 풀가동 중에 있다. 이용호 외무상(4월 3일)과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 부장(4월 5일)이 방중했고, 중국에선 쑹타오(宋濤) 당 대외연락부장(4월 11일)과 왕이 외교부장이 북한을 찾았다.
 
중국은 현재 북한 상실의 우려를 북한 끌어안기로 해소하려 한다. 그러나 북한은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가 모두 개선되는 현 상황에서 중국과는 일정 거리를 두려고 한다. 물론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할 경우 북한은 들어 둔 ‘중국 보험’을 이용해 중국의 끌어안기 전략을 수용할 수 있다.
 
◆주재우
미국 웨슬리언대학 정치학 학사, 베이징대학교 국제관계학원 국제정치학 석·박사. 연구 분야는 중국외교와 미·중 관계, 북·중 관계, 다자안보협력 등. 저서로 『한국인을 위한 미중 관계사』 등이 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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