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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중앙일보 <2018년 4월 18일 30면>
숨기고 덮고 감싸고 … 드루킹 게이트 부실 수사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이른바 ‘드루킹 게이트’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이런 중대한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과 검찰엔 진실을 파헤치고 법에 따라 엄단하겠다는 의지를 찾기 어렵다. 소극적 수사와 정권 실세 눈치 보기 등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범인들을 긴급 체포한 뒤에도 쉬쉬하며 보름 넘게 숨기려던 경찰, 이런 경찰의 부실·축소 수사에 대해 지휘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은 검찰 모두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수사 초기 범죄 현장 폐쇄회로TV(CCTV)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던 경찰이 어제서야 뒤늦게 사건 관련자 계좌 추적에 나섰다. 출판사가 책은 한 권도 내지 않은 채 대형 사무실을 임대하고, 수백 대의 휴대전화를 동원하는 등 거액의 비용이 들었을 게 분명한데, 늑장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민주당 권리당원 김모(49·필명 드루킹)씨의 범행은 이미 오래전에 당국에 포착됐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3월 23일 김씨가 불법 선거운동을 한다는 제보를 받아 검찰에 2명을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으니 “당시에도 봐주기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뒤늦게 언론 보도로 공개되기까지 경찰과 검찰은 ‘숨기고, 덮고, 감싸기’에 급급했다. 서울경찰청은 3월 21일 김씨 등을 긴급 체포하고 검찰에 송치했으나 지난 13일 이 사실이 보도되기까지 약 3주 동안 사실상 감췄다. 정권 실세라는 김경수 의원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이후에도 경찰의 감싸기는 여전했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김 의원은 (텔레그램) 문자를 거의 읽어보지 않았다. (댓글 조작이) 불법이었는지도 알 수 없다”고 변호하듯 말했다.
 
여기에다 경찰은 아예 김 의원의 휴대전화는 수사도 하지 않았고, 검찰에 송치할 때도 김 의원 연루 부분을 명시하지 않았다. 이런 경찰이 어제 부랴부랴 수사인력을 5개 팀 30명으로 확대하고 자금출처와 배후를 캐겠다고 뒷북을 치고 있다.
 
어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우리가 (댓글 조작 사건의) 피해자”라며 “매크로(작동 반복 수행 프로그램)를 돌렸는지, 안 돌렸는지가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짜 본질은 매크로를 돌렸느냐의 여부를 넘어 누가 댓글 조작을 통해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했느냐를 밝혀내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 측 발언은 노골적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검경의 후속 수사에 영향을 주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축소 수사와 꼬리 자르기나 다름없다.
 
검경도 국민적 의혹 사건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곤란하다. 야당들의 “특검과 국정조사의 사유가 하나하나 쌓여 가고 있다”는 경고를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의혹을 축소하고 은폐하면 나중에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겨레 <2018년 4월 19일 23면>
조작 부추기는 포털의 ‘댓글 운용방식’ 손봐야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기본적으로 포털 기사에 붙는 댓글의 영향력이 커진데다 현실적으로 댓글 조작이 가능한 데서 비롯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댓글은 기사 못지않게 많이 읽힌다. 제목만 보고 기사는 읽지 않은 채 바로 댓글창으로 이동하는 누리꾼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상단에 노출된 댓글은 여론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댓글 조작 세력들이 노리는 바다.
 
네이버와 다음 등은 ‘1일 댓글 작성 개수 제한’ 등 시스템 개선을 통해 댓글 조작 가능성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포털이 새로운 차단 장치를 도입하면 이를 뚫어버리는 새로운 기법이 바로 등장한다. 매크로 프로그램과 불법으로 수집된 아이피(IP)를 동원한 드루킹 댓글 조작 일당의 수법에 네이버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포털들은 기술적 대응에 앞서 댓글 운용방식의 투명성과 책임성부터 강화해야 한다. 먼저 지금과 같은 ‘손님 끌기식’ 댓글 운용방식을 손봐야 한다. 현재 네이버는 ‘순공감순’이나 ‘공감비율순’으로, 다음은 ‘추천순’으로 댓글을 보여주고 있다. 인기 순위별 노출 방식이다. 누리꾼들의 호기심을 최대한 자극해 오래 머물도록 하려는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댓글 조작의 부작용을 낳는다. 댓글 조작 세력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손님 끌기식 댓글 운용방식은 폐기하는 게 마땅하다.
 
지나친 익명성 보장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실명제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댓글 작성자 등급제 도입 등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는 별개로, 네이버와 다음은 오염된 댓글 문화를 개선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포털로 뉴스를 보는 이용자가 전체의 77%에 이른다. 영향력이 큰 만큼 책임감을 무겁게 느껴야 한다.
 
논리 vs 논리
“댓글 조작 진상 철저히 밝혀야” vs “포털의 댓글 시스템 고쳐야” 
댓글 조작사건으로 구속된 드루킹(김동원)이 지난 2일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댓글 조작사건으로 구속된 드루킹(김동원)이 지난 2일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중앙포토]

‘드루킹’(본명 김동원)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드루킹은 경공모(경제 공진화 모임)라는 조직을 만들어 댓글 조작을 통한 여론 왜곡을 꾀했고 자신의 영향력을 앞세워 정치권에 인사 청탁 및 협박을 시도했다고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드루킹은 느릅나무라는 위장 출판사와 플로랄맘이라는 비누사이트, 2000여 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한 자체 강연을 통해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이들은 경공모 인터넷 카페를 3개로 분리시켜 회원 등급에 따라 다르게 운영했으며, ‘드루킹의 자료창고’나 ‘경인선’이라는 블로그를 통해 대중 접촉을 확대했다. 회원들 아이디를 모아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댓글 조작 및 공감수 조작을 시도했으며, 이를 대량으로 자동화하는 ‘킹크랩’이라는 서버를 구축해 여론 왜곡 활동을 진행했다. 게다가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과시하기 위해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을 하면서 인사 청탁을 시도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악플 및 협박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은 민간인에 의한 조작사건이라는 점에서 2012년 대선 당시의 국정원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는 차이가 있고, 자신의 영향력 확대와 이권 청탁을 위해 여론 왜곡 활동을 감행한 점에서 일반 시민들의 순수한 정치 의사 표현과도 차이가 있다.
 
중앙일보는 이 사건이 제대로 수사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 경찰에 대해 범죄 현장 CCTV 확보나 관련자 계좌 추적에서 늑장을 부렸고 드루킹이 접촉한 김경수 의원에 대한 수사도 없으며 드루킹을 체포한 뒤 3주 동안이나 언론에 감춘 점에서 소극적 수사와 정권 실세 눈치보기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검찰에 대해서는 중앙선관위가 2017년 대선 기간에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드루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했으나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했다는 점을 들어 의혹을 보냈다. 중앙일보의 의심은 혹시라도 정치권의 누군가가 댓글 조작을 통해 대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했던 일이 없었는가에 있다. 경찰과 검찰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말고 댓글 조작의 진상을 확실하게 밝히라고 요구하였다.
 
한편 한겨레는 왜 이런 조작이 가능했는가에 초점을 맞춰 시스템 개선을 주문했다. 또 ‘추천순’ 등의 손님끌기식 댓글 운용방식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이후 네이버는 ‘1일 댓글 작성 개수 제한’ 등을 기술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것은 불법 아이피(IP)로 세탁한 후 매크로를 이용해 대량으로 댓글을 뿌리는 조작단에게는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 사용자에게만 장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겨레는 댓글 운용방식 변경과 더불어 댓글 작성자 등급제 도입도 대안으로 제시한다. 포털 기사 댓글 영향력이 커지고 있고, 포털을 통해 뉴스 기사를 소비하는 이용자가 전체의 77%에 이르는 상황에서 포털의 사회적 책임과 발빠른 기술적 대응을 강력히 요구한 셈이다.
 
서로 초점은 다르지만 댓글 조작을 막으려면 불법 행위의 진상을 밝혀 문제를 확인하라는 중앙일보의 요구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한겨레의 주문 모두 필수적이다. 정치권에서도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을 두고 수사방식과 방지책을 쟁점으로 삼아 다양한 주장과 행동이 전개되었다. 현재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3당 특검연대를 통해 이른바 ‘댓글조작 특검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수사가 진행중이므로 진상이 드러나면 법에 따라 처벌하면 된다는 입장이고, 정의당은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하는 데 힘을 쏟자는 입장이다.
 
수사와 관련하여 서로 다른 주장으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드루킹 방지책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우선, 정치권에서는 총 10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대체로 포털 사이트의 책무성 강화와 뉴스 열람 방식 변경(아웃링크), 댓글 조작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 상세화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학계에서는 포털의 독점적 뉴스서비스 환경에 대한 분석과 뉴스 유통 구조의 변동이 가져온 언론 권력 변화 등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인 차원의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댓글 조작의 악용사례가 있지만 동시에 일명 ‘댓글 저널리즘’의 현상도 여론의 일부다. 불법 댓글 조작과 인터넷 여론의 순기능은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 포털이 뉴스 클릭과 댓글수를 통해 얻는 광고수익을 위해 불법행위를 방치하거나 정치권이 상대 당에 대한 비토를 위해 정쟁의 논점으로 이용하기 보다는 더 건강한 여론 공간이 되도록 섬세하게 법안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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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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