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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건강 해치는 타고난 입맛, 올바른 식습관 들이면 바뀌죠

입맛의 비밀
 
입맛은 건강을 좌우하는 게이트키퍼(문지기)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먹을지 결정하는 신체 감각이기 때문이다. 입맛이 없거나 자극적인 맛에 길들면 영양 불균형이나 칼로리 과잉 섭취로 이어진다. 반면 건강한 입맛은 편식·과식 위험을 낮추고 비만 같은 만성질환을 예방한다. 또 필수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 질병을 회복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입맛은 길들이기 나름이다. 어릴 때부터 건강한 음식 맛을 익히고, 나이가 들어서는 잃어가는 입맛을 돋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건강 밸런스를 잡는 입맛 기르는 법을 알아본다.
 
젊을 땐 입맛 바로잡기
식습관을 형성하는 입맛은 학습의 산물이다. 자극적인 맛에 입맛이 당기는 건 경험을 바탕으로 굳어진 습관이다. 음식이 혀에 닿으면 감각신경을 통해 뇌에 맛이 전달된다. 뇌에서는 음식의 종류와 맛을 지각해 머릿속에 입력한다. 특정 음식을 먹고 싶을 때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가 연상되도록 학습하는 것이다. 레몬을 생각했을 때 침이 고이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단맛·짠맛 등 강한 자극이 뇌 시상하부의 식욕 조절 중추를 자극하면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가 촉진된다. 이 같은 뇌의 보상시스템을 강하게 자극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한 가지 맛에 집착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지면 특정 맛에 집착한다”며 “해당 음식이 일정 기간 제공되지 않으면 불쾌해지고 스트레스가 뒤따른다”고 말했다.
 
단맛·짠맛·매운맛 등을 좋아하는 입맛에 길들면 과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박민선 교수는 “더 강한 맛을 느끼거나 맛을 중화하기 위해 음식을 더 먹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과식은 비만 등 만성질환을 불러일으킨다. 박민수(『잘못된 입맛이 내 몸을 망친다』 저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예컨대 지나친 단맛은 체내 혈당 수치를 요동치게 해 폭식을 부른다”며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부담을 줘 당뇨병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적정량 이상의 소금 섭취는 고혈압·심장병·콩팥병 같은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이다.
 
입맛은 훈련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풍부한 맛을 즐기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부모의 입맛은 자녀에게 대물림된다. 대한비만학회 연구(2015)에 따르면 과체중·비만 자녀의 부모는 그렇지 않은 집보다 패스트푸드를 더 자주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입맛 잡으려면 
아연 풍부한 조개류 먹기

맛을 느끼는 미뢰(혀에서 미각세포가 모여 있는 곳)는 30일마다 재생된다. 미뢰를 재생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필수영양소인 아연(조개류·굴)·비타민B12(닭고기·쇠고기·달걀·우유), 엽산(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을 챙긴다. 영양소가 부족하면 미각이 둔해져 자극적인 맛을 더 찾는다.

 
샐러드 소스는 과일을 갈아서
각종 샐러드 소스에는 딸기·토마토 같은 과일을 갈아 넣는다. 당·나트륨을 덜 섭취할 수 있다. 외식할 때 소스는 부어 먹지 말고 찍어 먹는다. 생선의 밑간은 소금 대신 레몬즙을 뿌린다. 쫄깃쫄깃해지고 짭짤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젓가락으로 먹고 오래 씹기
식사는 젓가락을 사용해 먹고, 골고루 천천히 씹어 삼킨다. 그래야 침이 충분히 분비돼 음식과 골고루 섞여 음식 맛이 더 잘 느껴진다. 대충 씹어 빨리 삼키는 건 중독된 맛에 굶주리던 뇌를 즉시 만족시키고 과식·폭식의 악순환을 부른다. 20분 이상 천천히 먹어야 배부르다는 느낌을 줘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이 작용한다. 또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은 감소한다.

  
간 볼 땐 입맛 의존 말고 염도계 사용
국·찌개는 간을 약하게 하는 대신 들어가는 채소의 양을 두 배로 늘린다. 입맛대로 음식을 만들기보다 가정용 염도계를 사용하면 짜게 먹는 습관을 교정할 수 있다.

  
탄산음료는 탄산수로 대체
간식을 쌓아두지 않는다. 탄산음료·과자를 쌓아두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꺼내 먹거나 자녀에게 칭찬의 의미로 주는 건 아이가 단맛에 길드는 원인이다. 탄산음료를 끊기 어려우면 탄산수로 바꾸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실천한다.

 
나이 들면 입맛 돋우기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노인이 적지 않다. 이럴 때 입맛은 ‘식욕’과 같은 의미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노인들이 예전만큼 안 먹히고 입맛이 변했다며 다 싫다고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며 “노화 탓에 혀의 감각이 무뎌지고 신체 활동이 줄어 음식에 대한 욕구가 떨어지는 데다 치아가 약해져 씹는 맛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년기 식욕부진은 영양 불균형을 일으켜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노인 6명 중 1명은 영양 섭취가 부족한 상태다. 떨어진 입맛을 방치하면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질병 회복이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영양이 충분해야 딱지가 생기면서 섬유화가 진행되고 상처가 낫는데 영양이 좋지 않으면 감염이 잘 되고 상처가 덧난다. 욕창이 회복되는 것도 영양 상태가 좌우한다.
 
입맛이 없어 식사량이 줄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는 미세 영양소 부족이다. 노인에게 부족한 대표적인 영양소는 칼슘과 비타민 A·D, 리보플라빈, 티아민이다. 노인 중 다수가 필요한 양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게 섭취한다. 미세영양소는 신경을 재생하고 혈액을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치매·신경염을 예방하는 데 꼭 필요하다.
 
이외에 평소에 복용하는 약물도 입맛을 떨어뜨리는 원인이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일부 당뇨약과 심장약 중에는 식욕을 상당히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다”며 “입맛이 많이 떨어지면 다른 약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단, 노인은 입맛과 별개로 기본적으로 짜게 먹는 경향이 있다. 박민선 교수는 “노인은 짠맛에 둔감해져 혈압 이상이 생기기 쉽다”며 “소금의 절대량을 줄이고 저염식을 해야 짠맛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싱거운 음식에 익숙해진다”고 말했다.
 
떨어진 입맛 돋우려면
육류 자를 땐 결 반대 방향

노인은 치아가 없거나 의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단한 음식 재료는 부드러워지게 조리한다. 요리 시 육류를 자를 땐 결 반대 방향으로 자르거나 얇게 자르면 씹기 쉽다. 고기엔 키위·배·파인애플을 넣어 연하게 하는 과정을 거친다. 미나리 같이 질긴 채소도 잘게 잘라 썬다. 노인은 침 분비가 감소해 씹기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간 국물이 있거나 촉촉하게 조리한다.

  
다양한 색·질감 활용
색·모양 등을 다양하게 해 식욕을 당기는 것이 필요하다. 색감이 선명한 당근·파프리카·토마토 등을 활용한다. 부드러운 질감의 음식 외에 아삭하거나 바삭한 질감의 음식 재료로 입맛을 돋우는 것도 좋다. 튀김옷은 단단하지 않도록 반죽 농도를 조절한다.
 
간을 할 땐 들기름·참기름을 넣어 입맛을 돋운다.
  
겨자·생강 등 향신료 활용
향신료로 입맛을 돋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쇠고기나 돼지고기에는 겨자·고추·마늘을, 닭고기와 생선에는 생강을 넣어 준다. 추어탕에는 산초가 적당하다. 건조하지 않은 생것을 조리할 땐 향신료를 요리 시작 단계부터 넣어 중간에 꺼낸다. 건조한 가루 향신료는 음식이 다 익어갈 무렵에 넣어야 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향신료가 식욕을 돋우지만 만성 위염이 있는 사람은 속이 쓰릴 수 있다. 당뇨병 환자도 향신료 때문에 식욕이 왕성해져 식사량이 느는 것을 피해야 한다.

 
조금씩 자주 먹기
노인은 입맛이 떨어져 영양이 부족해도 배고픔을 잘 느끼지 못한다. 또 소화액 분비가 원활하지 못함으로써 속이 더부룩해 입맛이 없기도 하다. 소화가 잘 되게 조리한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는 게 좋다. 주식 사이에는 바나나·달걀·치즈·고구마 등 부드러운 간식을 챙겨 먹는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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