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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플라스틱 쓰레기 사태, 재활용 산업 활성화로 풀어야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영국의 2인조 그룹 버글즈는 1979년 ‘플라스틱 시대’란 곡을 내고 물질문명의 시대상을 풍자했다. 지난해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는 노르웨이 해안에 떠내려온 고래의 끔찍한 해부 사진을 공개했다. 위장에 30개의 천연색 플라스틱 봉투가 꽉 차 있었다. 올 2월에는 스페인 남부 해안에 떠내려온 고래의 사체에서 플라스틱 29㎏이 발견됐다.
 
플라스틱의 수명은 500년이다. 1950년대 이후 유통된 83억 t의 플라스틱 중 63억t이 쓰레기가 됐고 그중 9%가 재활용, 12%가 소각, 79%가 폐기됐다. 2016년 일회용 플라스틱병은 1분당 100만개 꼴로 팔렸고 7%만 재활용됐다. 최근엔 지름 5㎜ 이하의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신종 위협으로 급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재활용 쓰레기의 절반을 처리하던 중국의 수입 금지로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올해 수출 물량은 작년 동기간 대비 92% 급락했다. 규제 문턱이 낮은 틈을 타 국내 폐플라스틱 수입은 3.1배로 늘었다. 사전 대책 미비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재활용 업체(2016년 6085곳)는 77%가 나 홀로 사업자이거나 5인 이하고, 71%가 연간 총매출액 1억 원 이하다.
 
선진국은 수출국 다변화와 함께 자국의 발생량 감축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환경적 스트레스는 매우 높지만, 정책적 노력은 최상위권으로 분류되는 국가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 2003년 생산자책임 재활용(EPR) 제도를 도입했고, 통계상(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으론 독일 다음으로 폐기물 재활용률 2위국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기본부터 리셋해야 할 상황임이 드러나고 있다.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고(2016년 통계청)고, 유럽 플라스틱제조자협회 조사에서도 63개국 중 2위다(2017년).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은 연간 1인당 420개로 핀란드의 100배고, 포장 폐기물 발생은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이다.
 
환경 행정에서 폐기물 관리는 기술적·제도적으로 매우 어렵다. 통계조차 신뢰도가 낮고 표준화도 쉽지 않다. 필자는 환경부에서 일하면서 2000년부터 관련 협회와의 자발적 협약을 통해 EPR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본격 도입했다. 재활용 분야를 산업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EPR은 생산자가 재활용에 참여케 함으로써 디자인·제조에서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다. 최초 선정 품목은 2000년 전자제품, 형광등이었다. 2001년 유리병, 금속캔, 종이팩, 전지, 타이어, 페트병, 2002년 윤활유, 2003년 1월 플라스틱 포장재 등으로 확대하며 시행에 들어갔다. 법적 근거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2000년 2월)이었고, 당시 과학기술부와 공동으로 2000년부터 매년 100억 원을 지원하는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등 연구개발사업도 추진했다. 당시 해군과 가전제품 회사의 지원을 받아 울릉도에 들어가 타이어 등 폐기물을 실어내고 가전제품 수리 서비스를 하던 때, 반가워하던 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는 23일 재활용 쓰레기 사태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한다. 소비와 생산 활동, 폐기물 배출, 수거, 선별, 재활용 등 자원순환 사이클의 전 프로세스에서의 기술적·제도적인 개선책을 찾는 첫걸음은 현장 중심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다. 제품의 제조, 수입, 판매 업계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역할 분담과 협력에 기반을 둔 재활용 산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활용에서 재가공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품목별 기준도 표준화돼야 한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다 해도 국민과 업계의 인식과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당장 발등의 불을 꺼야 한다. 재활용 산업의 기술력·자본력·전략 등 리사이클링 산업의 경쟁력이 열악한 상황에서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응급처방이 나와야 한다. 아울러 시행 15년이 되는 EPR 제도가 정착되지 못한 이유와 해결 방안, 실효성 있는 중장기 대책 수립 등 난제가 수두룩하다. 그러나 문제가 주어지면 답도 있는 법, 그 답을 향해 함께 길을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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