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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시리아 공습에 정부 신중한 반응...남북정상회담 의식?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미국·영국·프랑스의 시리아 공습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한국 정부에도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시설 타격 성공을 확인하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 것은 13일 오후 9시1분(현지시간, 한국시간 14일 오전 10시1분). 그런데 한국 외교부가 이를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공식 입장을 낸 건 34시간 48분이나 지난 15일 오후 8시49분이었다. 외교부는 “화학무기의 확산, 사용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 하에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는 화학무기 사용으로 인해 무고한 민간인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짤막한 두 줄 짜리 논평을 발표했다.
 
논평의 제목은 ‘시리아 내 화학무기 사용 관련’이었지만, 이는 사실상 전날 시리아 공습에 대한 정부 입장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군사력 사용을 직접 명시하지 않은 채 ‘화학무기 사용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라고만 했다.
 
미국은 지난해 4월에도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응해 관련 시설을 공습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4월6일 오후 10시18분(현지시간, 한국시간 7일 오전 11시18분) 이를 브리핑했고, 한국은 약 9시간 뒤인 4월7일 오후 8시20분 “시리아 내 화학무기 사용 관련 단호한 대응 등 미국 정부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단호한 대응’, ‘미국의 노력’, ‘적극 지지’ 등 표현이 이번과 다르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시리아에 대한 공습 명령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시리아에 대한 공습 명령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은 시리아 공습이 어렵게 조성한 한반도 해빙 분위기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실제 러시아와 중국이 시리아를 두둔하고 나서면서 미·영·프 대 중·러라는 냉전 구도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지난달 러시아 출신 스파이 암살시도 사건으로 영국 등이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하고 러시아가 맞대응하며 갈등이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미·중이 보복관세를 주고 받으며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도 심상치 않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미국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문제삼은 데 대해 “이는 보통 무역전쟁이 아니라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막고, 미국의 전면적인 우세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8일 사설)이라고 지적했다.
 
주러 대사를 지낸 위성락 서울대 객원교수는 “미·러 관계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악화일로를 걸으며 북핵 문제를 다루는 러시아의 태도가 변해왔음을 알 수 있다”며 “마찬가지로 중국이 미국과 연관되는 모든 이슈를 대미 대결 구도의 틀로 보게 되면 북핵 문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고, 이런 갈등 구조가 미칠 영향은 굉장히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시리아 공습이 북·미 정상회담 자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북한에 주는 함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군사 옵션 카드를 실제 썼다는 점에서 북한에 압박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1회성, 제한적 타격을 했다는 점은 북한의 경우에도 비슷한 접근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들어온 직후 내려진 결정으로, 내부 논의 과정에서 북·미회담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 의미가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동과 동북아의 정세가 다르고,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적으로 국면전환이 필요해 시리아 공습 카드를 쓴 측면도 있는 만큼 북한에 대해 지니는 효과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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