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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75세 택배원이 집까지 안심 배달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의 ‘실버 택배 기사’들은 물품을 손수레 등에 실어 배송한다. [임현동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의 ‘실버 택배 기사’들은 물품을 손수레 등에 실어 배송한다. [임현동 기자]

지난 1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 아파트. 택배 차량 한 대가 14단지 입구에 있는 경로당 문 앞에 멈춰섰다.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마친 택배 기사가 차의 뒷문을 열자 경로당의 문도 열렸다. 경로당 안에 있던 은발의 ‘대원’ 20명이 일어섰다. 이들은 힘을 합쳐 경로당에서 차 안까지 접이식 컨베이어 벨트(20m)를 깔았다. 그 사이 두 명은 재빨리 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18명의 ‘대원’들은 컨베이어 벨트 양옆으로 도열했다. 경로당과 택배 차량의 ‘도킹’을 마친 이들의 정체는 평균 연령 75세인 ‘실버 택배’ 기사들이다. 모두 노원구 주민이기도 하다.
 
차량 안 두 명의 실버 기사는 900여 개의 물품들을 컨베이어 벨트 위로 옮겼다. “이건 407동이요. 이번엔 그쪽 물품이 많네.” 기사들은 30여 분간 각자 자신이 맡은 구역(동)의 물품을 분류해 경로당에 쌓아갔다. 이들은 물품을 손수레·전동차 등에 싣고 배송에 나섰다. 김영원(76)씨는 “운동되고, 돈도 버니 얼마나 좋으냐. 물건 받고 좋아하는 주민을 보면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일부 아파트가 택배 차량의 출입을 막으면서 논란이 이는 가운데 ‘실버 택배’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택배 기사가 아파트 내 지정 장소에 물품을 두면, 65세 이상 지역 노인이 각 가구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택배를 가정으로 배달해야 하는 기사와 ‘보행 안전’을 지키려는 주민이 상생하는 ‘착한 택배’란 평가가 나온다. 주로 지역 사업단, 택배 회사,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한다.
 
상계주공 아파트의 실버 택배단은 4800세대의 택배 물품을 책임지고 있다. 일인당 하루에 40~90건씩을 배송한다. 택배 회사로부터 한 건당 500원씩을 받아 한 달 수입이 50만~100만원 정도 된다. 주민 이승희(83)씨가 2009년 노인 5~6명을 모아 시작했다. 주민 유애순(60)씨는 “얼굴을 잘 아는 어르신들이 배송해주니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실버 기사가 활동하는 이 아파트 단지 안에선 택배 차량을 보기 힘들었다. 하루에만 택배 차 수십대가 드나드는 여느 아파트들과 달랐다. 택배 기사 우모(42)씨는 “비나 눈이 오는데 택배 차를 단지 안에 못 들어가게 하면 물건이 젖어서 난감하다”면서 “택배 차의 출입을 막는 아파트에선 꼭 필요한 서비스 같다”고 말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전국의 ‘실버 택배’ 기사는 지난해 1월 515명에서 같은 해 9월 2066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집계에 포함돼 있지 않은 실버 기사를 포함하면 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택배는 포화 상태인데, 주민이 편리함과 보행권 두 가지 다 추구하면,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공동주택에 택배 물품을 모아두는 거점과 이를 배달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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