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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커머스 치킨게임의 그늘 … 쿠팡 3년 적자 1조7000억원

쿠팡의 깜짝 놀랄만한 적자에 경쟁업체까지 한숨을 쉬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2조6846억원, 영업손실 6388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전년보다 매출이 40% 늘었지만, 영업손실도 13% 증가했다. 쿠팡은 지난 2015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약 1조1000억원) 달러를 투자받은 후 매년 5000억원 이상씩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3년 누적 적자는 1조7510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이날 쿠팡의 실적 발표를 e커머스의 험난한 미래에 대한 전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로 치면 어닝쇼크에 가깝다”며 “애초 2조9000억원 매출에 적자 규모는 5000억원 대로 전망했는데, 예상치를 훨씬 넘겨 우리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반면 쿠팡은 지난 2011년 로켓배송 론칭 후 대규모 투자로 인한 ‘계획된 적자’의 연장선이라고 말한다. 쿠팡 관계자는 “지금은 투자를 통해 파이를 키워 나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영업손실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며 “누적 적자로 인해 자본잠식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재 현금보유액은 8000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쿠팡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은 3030억원이지만, 쿠팡 측은 “감사보고서 작성 이후인 올해 미국 본사로부터 5000억원이 추가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쿠팡은 지난 2014년 이후 물류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지난 2016년엔 인천과 이천에 각각 9만9000㎡ 규모의 메가 물류센터를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엔 물류센터 건립도 없었다. 그런데도 눈덩이 적자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업계는 로켓배송을 지목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직접 배송 비즈니스 모델과 과도한 물류센터 확장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겠냐”고 했다. 실제 쿠팡의 지난해 운반·임차료 비용은 1467억원으로 전년(1294억원)보다 13% 늘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지만, 지난해엔 시스템 효율화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획된 적자’로 인해 올해 또다시 5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날 경우 적자 폭은 2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업계 전체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쿠팡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며 “올해는 증자로 버틴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갈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쿠팡의 경쟁사로는 소셜커머스에서 시작한 위메프·티몬, e커머스 업계를 이끄는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와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가 손꼽힌다. 이들 모두 고전 중이다. e커머스 중 이베이코리아는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623억원으로 전년보다 7% 줄었다. 11번가도 수년째 적자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000억원 대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900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는 별도의 매출·영업이익을 발표하지 않는다.
 
위메프·티몬은 지난해 적자 폭을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소셜 삼총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위메프는 지난해 41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총사 실적 개선에서 앞서고 있지만, 2000억원이 넘는 누적 적자로 자본잠식 상태다. 티몬은 지난해 매출 3562억원, 영업손실 118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24% 감소했지만, 여전히 3년 연속 1000억 원대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보다 더 싼 상품은 없다’는 구호는 e커머스업체들이 온라인쇼핑을 주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는 또한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족쇄가 됐다. 업체들이 여전히 광고와 마케팅에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쿠폰 할인을 통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조만간 심각한 위기에 빠지는 업체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 e커머스의 앞날은 더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빠른 속도로 온라인쇼핑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네이버쇼핑이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4조6000억원이다. 3조~4조원대로 알려진 위메프·티몬보다 앞선다. 지난 2014년 ‘스토어팜’을 론칭하며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불과 3년 만에 이베이코리아(약 15조원)와 11번가(약 9조원)에 이어 3위 업체로 뛰어오른 셈이다. 올해는 9조원대를 넘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네이버쇼핑 거래액은 2조원 대에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네이버쇼핑 등 포털과 e커머스는 원래는 협력관계였다. e커머스가 네이버에 광고를 하거나 검색 후 e커머스로 유입되는 소비자의 매출에 한해선 수수료를 나눠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가 직접 온라인쇼핑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제는 경쟁 관계로 바뀌었다. 방대한 양의 고객 데이터를 갖춘 네이버가 e커머스 시장까지 잠식하면서 기존 업체의 사업 환경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네이버 스마트팜은 최근 ‘스마트스토어’로 이름을 바꾸면서 수수료를 낮추는 등의 정책을 취했다. 이후 네이버에 입점한 쇼핑 사업자가 대거 늘었다.
 
여기에 최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1조원 투자 유치’에 이어 온라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다. 갈수록 경쟁자가 늘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가 수년 내 ‘e커머스 업계의 합종연횡이 일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블랙록·피델리티·웰링턴 등 글로벌 투자사로부터 4억 달러(약 4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쿠팡 법인을 통해 투자금이 유입되는 구조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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