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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추락하는 아베, 위기의 본질은 오만이다

 2017년 초봄의 일본 국회.  
모리토모(森友) 학원에 대한 국유지 헐값 매각을 둘러싸고 재무성 이재국장인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가 발언대에서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시달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에게 메모가 전달됐다. 
사가와 노부히사 전 재무성 국장[로이터=연합뉴스]

사가와 노부히사 전 재무성 국장[로이터=연합뉴스]

 
10m 앞에 앉아있던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 비서관이 전달한 메모였다. ‘더 강하게 가자,PM으로부터~’
PM은 ‘Prime Minister(총리)’의 약자다. 
 
11일 일본 중의원에 출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11일 일본 중의원에 출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곤혹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앞서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모리토모 스캔들과 관련, “만약 나와 나의 아내가 관여했다면 총리도 국회의원도 다 그만두겠다”며 스스로 퇴로를 잘랐다. 총리가 퇴로를 차단한 이상 관료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그 관료에게 "더 강하게 대응하라"며 충성을 강요했다. 일본의 월간지 ‘문예춘추’ 5월호 ‘사가와에게 전달된 총리의 메모’기사 소개된 이 장면은 5년 4개월째 이어져 내려온 아베 1강 일본 정치의 민낯이었다. 그런데 5년이 넘도록 견고하게 쌓아온 그 아베의 성(城)이 흔들리고 있다.  
 
니혼TV가 지난 13~15일 195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전달 보다 3.6%포인트 하락한 26.7%였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최저치다. 지지율 20%대는 일본에서 ‘정권유지의 위험수역’으로 통한다. 
 
14~15일 아사히 신문 조사에선 내각 지지율이 전달과 동일한 31%였다. 하지만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52%로 전달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발족이후에도 가장 높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넘어 역대 최장 총리로 순항하리라던 아베 호는 왜 위기를 맞았는가. 최근 연일 터져 나오는 상식밖의 일들속에 답이 있다. 그리고 그 답들은 대부분 1강 체제의 지속이 부른 오만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①1강의 압박, 알아서 기는 관료사회=아베 총리와 총리 관저의 뜻을 미리 헤아려 '알아서 긴다'는 이른바 관료들의 ‘손타쿠(忖度)’는 모리토모·가케(加計)학원 스캔들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아베 총리가 사학재단들의 특혜에 직접 관여했는지는 별도로 치더라도,그 지시여부를 떠나 관료들이 알아서 미리 움직인 흔적이 적지 않다.
 손타쿠의 출발점은 인사권이었다. 2014년 발족한 내각인사국을 통해 과거 각 부처의 판단에 맡겼던 심의관급 이상 간부직원 600명의 인사를 아베 총리관저가 사실상 장악했다. 절대적인 인사권앞에 관료사회는 ‘충성 경쟁 모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재무성 문서조작과 같은 부조리가 그 속에서 잉태됐다.       
 
②국민과 무관한 그들만의 코드 인사=문서조작, 사학재단과의 사전 말 맞추기. 과거 ‘최강의 부처’로 불렸던 재무성은 아베 정권의 근간을 뒤흔드는 메가톤급 스캔들로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재무성을 총지휘하는 아소 다로(麻生太郞)부총리 겸 재무상을 경질하지 않았다. 국민들 사이의 압도적인 경질 여론 속에서도 “자민당내 2위 파벌의 수장인 아소 부총리를 내쳤다가는 9월 총재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그들만의 정치 논리가 국민들의 목소리 보다 우선이었다.  
11일 일본 중의원에 나란히 출석한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로이터=연합뉴스]

11일 일본 중의원에 나란히 출석한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로이터=연합뉴스]

 
③유체이탈과 내로남불=일본 국민들을 자극하는 건 '유체이탈과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남이 하면 불륜)'이다. 아베 총리는 가는 곳 마다 “고름을 짜내겠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강조한다. 하지만 모리토모 학원이 국가에서 헐값으로 사들인 부지위에 만들려던 초등학교는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昭恵) 여사가 명예교장까지 맡았던 곳이다. 수의학과 특혜 신설 의혹을 받는 가케 재단은 아베 총리의 절친이 이사장이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나는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야당에서 “고름은 바로 아베”라는 비난이 나올수 밖에 없다.   
  
④높은 지지율에 취했다=아베 총리는 지지율에 민감하다. 지난 2월 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평창 정상회담에서도 “당신은 지지율도 높지 않느냐”며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압박했다. 또 지난 1일엔 불과 3%포인트 상승한 여론조사 지지율에 고무돼 휴일임에도 아소 부총리에게 전화로 자랑을 했다. 그동안 50%안팎의 꾸준한 지지율속에서 지지율만 믿고 추진했던 개헌과 일하는 방식 개혁 등의 이슈들이 이제 '졸속 추진'으로 비판받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지율이 힘이 아닌 독으로 작용한 셈이다.   
 
⑤약한 야당과 착시효과=아베 총리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어 준 건 역설적으로 일본의 야당들이다. 아베 정권이 죽을 쑤는 지금도 아사히 신문 조사에서 야당의 지지율은 입헌민주당 10%,공산당 3%,민진당 2%, 일본유신회 1% 수준으로 참담하다. 그나마 희망의당이나 자유당,사회당 등은 아예 0%다. 반면 연립여당인 자민당은 33%,공명당은 4%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답변은 40%에 이르지만 허약한 야당의 현실때문에 자민당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실제 이상으로 더 부각되고 있다. 착시현상이 아베 정권의 눈을 가렸을 가능성이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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