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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국회 의석을 늘려주자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사람들은 누구를 믿을까. 지난해 사회통합 실태조사를 보면 의료기관의 신뢰도가 58%로 가장 높다. 지방자치단체(45%)가 중앙정부부처(41%)보다 높고, 정부 기관 중 검찰(31%)이 바닥이다. 국회는 그 절반도 안 되는 15%다. 시민단체(46%)와 비교해도 3분의 1밖에 안 된다.
 
국회의원은 내 손으로 뽑은 사람이다. 전과 사실, 재산 정도, 학력 등 모든 부분을 공개한다. 경쟁자와의 공방을 통해 먼지떨이 하는 선발 절차를 거친다. 다른 부문은 도덕성 검증도 받지 않는다. 그런데 국회가 왜 이런 기관들에 멀찍이 뒤떨어져 바닥을 치고 있을까.
 
야당들의 ‘분권형 개헌’ 주장에 대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단연 꼴찌인 국회가 무슨 염치로 대통령의 권한을 빼앗으려 하는가”라고 비난했다. 그런 자해성 막말을 들어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걱정이다. 아예 없애버려야 하나.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인데….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가로막는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은 ‘10월유신’을 했다. 계엄령을 선포하고, ‘믿을 수 없는’ 국회를 해산해 버렸다.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유신헌법을 투표율 91.9%에 찬성 91.5%의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유신정우회’도 만들었다. 국회의원 3분의 1을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간선)했다. 경쟁할 일이 없으니 싸울 일도 없었다. 거수기들이라 목소리를 높일 일도 없고, 언행이 저질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을 일도 없었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잘됐나?
 
독재자는 의회를 시끄럽고 비효율적이며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신화를 만든다. 보수건, 진보건 집권만 하면 반의회주의자가 된다. 자신을 견제하는 유일한 기구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히틀러도, 마오쩌둥도 그랬다. 하지만 국회가 하는 일이 그런 역할이다.
 
김진국칼럼

김진국칼럼

대통령은 어떤가. 건국 이후 과연 몇 사람이나 믿을 만한가. 정권은 영원할 수 없다. 나라의 근간인 헌법을 논의할 때는 정권이 교체된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무능하고 위험한 대통령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체제와 서로 견제하고 집단 지혜를 모으는 체제 가운데 어느 쪽이 그나마 안심이 되는지.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선거구제 개편 등이 같이 논의된다면 다른 권력구조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군소 3당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대타협을 촉구했다. 민주당에는 ‘분권과 협치를 실현할 정부 형태’, 한국당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문제가 많다. 국민이 던진 표와 의석수가 서로 맞지 않는다. 20대 총선 서울에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각각 12석, 35석, 2석을 얻었다. 정당 투표 비율대로라면 16석, 14석, 15석에 정의당 4석으로 바뀐다. 민주당 40석, 국민의당 0석이었던 경기도도 두 당이 각각 17석이다. 지역주의, 지역 연고 정당이 기승이다. 거대 양당이 의석을 독식한다. 20대 총선에서 투표자 50.32%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사표(死票)였다는 말이다.
 
헌법재판소는 최소-최대 인구 편차를 2대 1 이하로 제한했다. 농촌 선거구는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홍천 선거구는 서울 면적의 10배다. 군청을 한 바퀴 도는 데만 314㎞다. 서울~대구(237㎞)나 서울~광주(296㎞)보다 더 멀다. 그런데 서울은 25개 구에 의원은 49명이다. 한국당이 혼합선거구제를 내민 건 이 때문이다. 농촌은 지역 대표성을 살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대도시는 사표를 줄이는 큰 선거구로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을 현행대로 두면 지역주의라는 큰 숙제가 그대로 남는다.
 
중앙선관위는 2016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국회에 제안했다. 6개 권역에서 득표 비율로 의석을 배분해 지역구 당선자를 제외한 숫자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지역 대표성과 비례성의 원칙까지 만족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다.
 
문제는 의석수다. 이 방식을 채택한 독일의 경우 10% 내외의 초과의석이 발생한다. 초과의석을 포함하면 300석을 넘을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국회가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국회의원 수를 줄이라는 의견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민주주의의 비용이다. 버려선 안 된다면 고쳐서 써야 한다. 제한된 조건에서라도 의석을 늘려 대타협의 길을 터줘야 하지 않을까.
 
김진국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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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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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