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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바탕과 꾸밈의 부조화, K리그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

지난 8일 열린 프로축구 K리그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수퍼매치’가 던진 충격이 만만치 않다. 이날 경기의 관중은 ‘수퍼매치’ 역대 최소인 1만3122명. 결과가 무득점(0-0)이라도 내용이 좋았으면 모르는데, 그도 아니었다. 게다가 서울 정현철은 손으로 골을 넣고도 모른 척했고, 수원 최성근은 잠시 후 넘어진 정현철을 발로 차고 퇴장당했다. 서울의 ‘간판 공격수’였던 데얀이 수원으로 옮긴 뒤 열린 첫 수퍼매치라 며칠 전부터 떠들썩했다. 그럼에도 먹잘 것 없는 잔치가 된 건 라이벌전 특성상 ‘지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그 근원일 가능성이 크다. 양 팀 모두 재미나 감동은 버리고, 비기는 본전치기를 선택했다.
 
두 팀 간 라이벌전의 기원은 서울이 연고지를 옮기기 전인 안양 LG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는 안양(현 서울)과 수원의 대결을 ‘지지대 더비’로 불렀다. 지지대는 안양(엄밀히 의왕)과 수원 사이 고개다. 수퍼매치 관중이 5만 명을 넘던 시절(5만5397명, 2007년 4월 8일)도 있었다. 그 시절 수퍼매치는 빛났다. 이름이 수퍼매치든, 지지대 더비든 바탕(내용)이 받쳐줘야 꾸밈(이름)이 빛난다. 그렇지 못하면 화려한 이름은 오히려 비웃음거리로 전락한다.
 
그런 점에서 넘쳐나는 ‘더비 매치’가 K리그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더비(Derby)는 원래 같은 도시나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 간 경기를 가리킨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이탈리아 더비’(인터 밀란-유벤투스)처럼 연고지가 달라도 쓰는 경우가 있지만, 흔치 않다. 그런데 K리그는 거의 모든 대결이 더비다.
 
‘호남 더비’(전남-전북), ‘경인 더비’(인천-서울), ‘TK 더비’(포항-대구), ‘동해안 더비’(포항-울산)는 연고지에서 따왔으니 봐주자. 포스코가 모기업인 포항-전남 전은 ‘제철가 더비’, 울산(현대중공업)-전북(현대차) 전은 ‘현대가 더비’다. 유니폼 색깔에서 따온 ‘오렌지 더비’(강원-제주), 지역 별칭(달구벌·빛고을)에서 한 글자씩 딴 ‘달빛 더비’(대구-광주)는 또 뭔가. 철도 노선명을 가져온 ‘수인선 더비’(수원-인천), 통과 지하철에서 따온 ‘4호선 더비’(안양-안산), 구단주인 지자체장 공약에서 유래한 ‘깃발 더비’(수원FC-성남)는 황당하다. 모두 라이벌전을 표방한다. 이기려면 공격하고, 지지 않으려면 수비하라고 했다. 닥치는 대로 라이벌전이라 규정한 게 수비 일변도 K리그를 만든 주범일지 모른다.
 
『논어』 옹야 편에서 유래한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는 말이 있다. 바탕(내용·質)과 꾸밈(형식·文)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뜻이다. 원래는 문학의 내용과 형식에 관한 공자의 가르침이지만, 바탕은 빈곤한데도 꾸밈만 화려한 K리그가 새겨야 할 말이다.
 
장혜수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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