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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등장한 촛불·차벽, 한국 닮아가는 아베 퇴진 시위

지난 14일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아베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고, 경찰은 차벽을 만들어 이들의 의사당 접근을 막았다. [EPA=연합뉴스]

지난 14일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아베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의 시민이 참가했고, 경찰은 차벽을 만들어 이들의 의사당 접근을 막았다. [EPA=연합뉴스]

지난 14일 도쿄 나가타초(永田町) 국회의사당 앞에서 아베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과 관련해 총리 비서관이 ‘총리 안건’이라고 말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각종 스캔들의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이날 집회엔 무려 3만여명(주최측 발표)이 몰려 의사당 정문 앞 도로를 가득 메울 정도였고 경찰 차량으로 만든 차벽까지 등장했다.
 
해가 저물자 수백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아베 정권 퇴진’을 외치기도 했다.
 
3개 시민단체 공동으로 열린 이날 집회에서 시민들과 야당 의원들은 차례차례 마이크를 잡았다. 참가자들은 “아베 정권은 퇴진하라, 당연한 정치를 해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날조, 은폐를 용서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바시의 한 대학생(21)은 “정부가 정부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권력이 폭주하고 있다. 권력은 위가 썩으면 아래도 썩는다”고 비판했다. “Don’t tell a lie(거짓말 하지마)”라고 적힌 종이를 든 한 회사원은 “(정권이)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하거나, 속이고 있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단위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도쿄도 네리마구의 한 회사원(43)은 “정치에 참여한다는 소중함을 4살 큰 아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왔다. 증거가 나와도 인정하지 않고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 정권에 아이들의 미래를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 백 명이 촛불 모양의 등을 들고 ‘캔들 데모’를 하는 모습. [아사히신문 유튜브 캡처]

수 백 명이 촛불 모양의 등을 들고 ‘캔들 데모’를 하는 모습. [아사히신문 유튜브 캡처]

한 대학생은 “모리토모 학원을 둘러싼 재무성 문서조작이 발각되기 직전에 정부의 재량노동제도 데이터의 오류가 발견됐다. 뿌리는 같다. 국민을 속이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오후 6시가 되어 해가 저물자 집회 참가자들 가운데 수백명이 촛불 모양의 오렌지빛 등을 들어 올렸다. 작가인 사와치 히사에(澤地久枝)를 중심으로 한 ‘촛불집회(일본명:캔들 데모)’였다.
 
사와치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문서가 조작되는 정권 아래서 9조 개헌이 논의되는데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말해왔다. 아사히 신문은 “2016년 한국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에 항의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집회에 나선 것을 참고로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 시민(54)은 “정치도 행정도 엉망이다.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는 가운데, 헌법 9조개헌을 물을 자격은 없다”고 말했다.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대표대행은 “더이상 아베 내각으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고름을 짜내겠다’고 (개혁을) 말했던 아베 총리 자신이 고름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자, 집회 참가자들은 “그렇다”고 호응했다.
 
한편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와 관련 “아베 총리의 3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바라키(茨城)현 미토(水戶)시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케학원, 모리토모학원을 둘러싼 일련의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정권 시절 관방장관, 자민당 간사장 등 요직을 지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모리토모학원 문제와 관련 “아베 총리가 ‘부인(아키에)이나 내가 관여를 했다면 총리, 의원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거기에서 발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인 아키에씨가 모리토모 학원 초등학교에 명예교장을 맡았던 것과 관련해 “어째서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나. 변명을 하는 듯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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