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장재연의 퍼스펙티브] 마스크는 답이 아니다…평상시 오염 낮춰라

몇 년째 온 나라가 미세먼지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약속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15일 노후 석탄발전소 8기를 일시 정지시켰다.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 후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오히려 공포심은 더 높아졌다.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미세먼지는 자연 발생적인 것도 있으나 주로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연소 때문에 생성된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염려되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거나, 대기 배출을 줄여야 한다.
 
미세먼지 배출 규제를 강화하면 불가피하게 산업계나 국민 생활에 부담을 준다. 여론 지지가 없으면 정책 추진이 힘들다. 따라서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약속은 대단히 과감하고 도전적인 결단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상당수 국민과 언론은 마뜩해하지 않는다.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 어깃장을 놓기도 한다.
 
중국이 미세먼지 주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정부가 해결책을 수행하는 것을 방해하는 형국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주범인데 별 효과가 있을까 하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환경부가 장기간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것이다. 오염이 심한 기간에는 60~80%, 최고 86%에 달한다고 했다.
 
인제 와서 환경부가 갑자기 국민에게 미세먼지 발생량 감축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하니 선뜻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왜 죄 없는 개인 생활이나 산업 활동에 간섭하려고 하느냐고 반발하게 된다.
 
정부의 기존 입장을 수정하지 않고는 국민 협조를 얻기 어렵다. 시민단체 출신의 장·차관이 들어갔다고 하지만 미세먼지에 관한 환경부 입장이 새 정부에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문재인 정부의 미세먼지 감축 노력이 국민과 언론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마스크 부작용 만만치 않아
 
미세먼지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없으니 국민은 점점 더 불안해진다. 각자도생의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린다.
 
환경부 역시 마스크 착용을 권유해 왔다. 환경오염이 심해져 국민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할 정도면 관리 책임이 있는 환경부의 책임은 목이 열 개라도 감당하기 어렵다.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면피용 변명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있다.
 
식약처는 마스크 기능을 검증해서 KF94, KF99 등 표시를 붙여 안전성을 보증하고 있다. 이름은 보건용이지만 성능으로 봐서 산업용 보호구 수준이다.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매우 작아 일반 마스크로는 걸러지지 않으니 반드시 정부가 인증한 산업용 마스크를 사용하라고 홍보하고 있다.
 
산업용 마스크를 착용하면 숨 쉬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다. 젊은 노동자들조차 불편하고 체력적으로도 힘들기 때문에 착용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마스크를 노약자가 착용하면 부작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1만5000명 이상의 의사와 과학자들이 회원으로 있는 미국 흉부학회는 보호용 마스크 착용은 숨쉬기 힘들게 만들어서 육체적 부담을 주며, 1회 호흡량을 감소시켜 호흡 빈도를 증가시키고, 폐포와 폐에서의 환기를 감소시키며, 심박출량 감소와 같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정부기관이나 의학협회도 마스크 착용에 따른 부작용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심장 또는 호흡기 질환자 그리고 산모에 대해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마스크에 아무런 의학적 주의 표시 없이 판매되고 있다. 마스크 착용과 미세먼지 어느 것이 건강을 더 해롭게 하는지 정밀 조사가 필요해 보일 정도다.
 
장기 오염 낮추는 게 효과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기오염의 건강 영향은 단기간의 고농도 노출만이 아니라 장기간의 저농도 노출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그래서 미세먼지는 장기 기준으로 연평균 기준, 단기 기준으로 일평균 기준이 각각 정해져 있다.
 
1950년대에는 런던 스모그나 뉴욕의 추수감사절 사건처럼 오염도가 수 천㎍/m3 이상으로 높아지면서 큰 인명 피해를 일으켰다. 그러나 지금은 일부 개발도상국 도시들을 제외하고는 그런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극도로 낮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장기 기준을 강화해 가면서 그것을 달성하는데 더 관심을 가질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상이 매우 이상한 날이 연중 며칠은 있듯이 오염도를 줄여나가도 대기 정체 현상으로 인해 며칠은 불가피하게 오염이 크게 높아진다. 이런 날 여론 때문에라도 환경부와 지방정부는 뭔가 대책을 수행하지 않을 수 없다.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실행하기도 힘들고, 실제 보건학적인 효과는 생각보다 매우 작다. 고정관념과는 큰 차이가 있다.
 
WHO는 많은 역학 연구 결과를 검토해서 PM2.5 하루 평균값을 5㎍/m³ 감소시키면 하루 평균 사망률을 0.5% 낮추고, 연 평균값을 5㎍/m³ 감소시키면 연평균 사망률을 3%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위 농도당 효과도 6배나 높고 연평균 사망자 수는 하루 평균 사망자 숫자보다 365배나 많다. 따라서 평균 오염도를 조금이라도 낮추는 것이 고농도 오염이 발생하는 며칠의 오염도를 크게 낮추는 것보다 보건학적 효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
 
평균 오염도를 낮추는 대책으로는 산업체·차량·가정의 연료와 전기 사용량을 줄이거나, 미세먼지 발생량이 적은 연료로 교체하거나, 노후 시설이나 장비들을 교체 또는 폐쇄하거나, 집진장치 등을 통해 대기 중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억제하는 방법 등이 포함된다.
 
평상시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여 전체적인 평균 오염도를 해마다 조금씩 낮춰 나가면서 저에너지 고효율의 경제, 사회, 교통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방법이다. 평균 오염도를 낮추면 고농도 오염 발생일도 저절로 따라서 줄어드는 것은 우리나라 도시만이 아니라 어디에서도 확인되는 현상이다. 평상시 대책이 바로 고농도 오염 대책도 된다.
 
중국발 미세먼지 과대평가 경계해야
 
3월 29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하게 열린 미세먼지 대책 회의 후, 외교부 관리는 앞으로 과학적 근거가 좀 나오면 외교 채널을 통해 중국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환경부가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율이 60~80%라고 단정해 온 근거가 아직은 외교적으로 활용하기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환경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 외교와 국내 오염물질 감축 대책은 우리 공기를 깨끗하게 하자는 목표는 같다. 국내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면 줄일수록 국외 영향의 기여율은 높아지기 때문에 환경 외교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도 지금처럼 고농도인 날의 기여율에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농도 오염도를 보인 특정일에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80%가 된다는 식의 주장은 외교적으로는 물론 국제 학계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배출원과 기상 조건 등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장기간 평균적인 영향은 통계 자료도 많아서 결과의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국제 학계에서 수용되기도 용이하다. 앞에서 설명했듯 미세먼지 건강 영향의 대부분이 장기간 노출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영향을 더 크고 분명하게 확인할 수도 있다.
 
미세먼지, 과학적 측정 선행돼야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체와 국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제조업과 교통 수송 분야에서의 오염물질 배출, 냉·난방과 승용차 운행,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소각 등 우리 모두의 힘을 모아야 하는 정책이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배출가스 규제 강화 등 어떤 정책이나 대책이 효과가 컸는지, 경유 승합차 급증 등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오염도가 어느 정도 높아졌는지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떤 기상 상태가 자주 발생했을 때 오염이 높아지고 낮아졌는지 등도 좋은 정보다.
 
정확한 판단, 다양한 이견의 조율, 효율적인 정책 수단 결정 등을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과학은 소통의 도구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 역시 과학적 정보를 근간으로 하는 소통이 필수적이다.
 
아쉽게도 지금 우리의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은 주로 감정과 기억에 의존하고 있다. 수십 년에 걸친 정부의 공식 대기오염 측정망 자료 분석에 의하면 미세먼지 오염도 변화 추세가 감소했다는 명확한 사실조차 개인적인 희미한 기억보다 신뢰하지 않는다.
 
굳이 지금이 역대 최악이나 세계 최악이 아니어도 현재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은 한참을 더 개선해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시작했더라도 과도한 공포심 자극은 문제 해결의 의지를 꺾는다.
 
배가 곧 침몰한다고 하면 문제를 고치려고 하지 않고 일단 탈출하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 환경은 탈출할 수도 없고 침몰해서는 절대 안 되는 존재다. 문제가 있어도 함께 고쳐가며 계속 타고 가야 한다.
 
아무 잘못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불편하다는 마스크를 씌우고, 공기청정기를 튼 실내에 가두려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방법으로는 절대 우리 미래 세대의 건강을 보호할 수 없다. 어른들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장재연 아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