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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장하는 '수퍼항모' 엔터프라이즈... 한국과도 인연

미 해군의 ‘수퍼항모’ 엔터프라이즈함(CVN 65)의 마지막 플러그가 뽑혔다.
 
세계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엔터프라이즈함(CVN 65). [사진 미 해군]

세계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엔터프라이즈함(CVN 65). [사진 미 해군]

 
12일 미 해군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뉴포트 뉴스 조선소는 엔터프라이즈함의 마지막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 엔터프라이즈함의 원자로는 모두 8개다. 원자로 가동 중단 작업은 2013년 시작됐고, 모두 1000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엔터프라이즈함은 마지막 항해를 떠날 준비를 마쳤다. 미 해군은 페처리 계획에 대한 환경 심사를 마친 뒤 빠르면 2021년부터 워싱턴주의 해군 퇴역함 정비시설(NISMF)에서 엔터프라이즈함을 해체할 계획이다.
 
 
엔터프라이즈함은 세계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이다. 1961년 11월 취역한 뒤 2012년 12월까지 51년간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오대양을 누볐다. 미 해군, 아니 미국의 자존심으로 여겨진 군함이다.
 
전력화한 지 몇 달이 안 지난 1962년 10월, 당시 소련이 미국에서 멀지 않은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면서 시작된 쿠바 미사일 위기에 투입됐다. 쿠바에 대한 해상봉쇄 작전을 시작으로 엔터프라이즈함은 월남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 등에 참전했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1968년 1월 23일 북한 원산 앞 공해 상에서 미군의 정찰함 푸에블로호가 북한 해군에 나포됐을 때 엔터프라이즈함은 한반도로 긴급 전개됐다. 이듬해인 69년 4월 15일 미 해군의 정찰기 EC-121이 북한 공군의 미그-21 공격을 받아 격추되면서 승무원 31명 전원이 사망했다. 그러자 엔터프라이즈함이 또 다시 한반도로 출동했다.
 
엔터프라이즈함은 역사상 가장 큰 군함이다. 길이가 342m, 배수량이 9만3970t이었다. 엔터프라이즈함의 뒤를 이은 미 해군의 니미츠급 핵항모는 333m에 배수량이 10만t이다. 엔터프라이즈함의 승조원은 지방의 소도시 인구와 맞먹는 5500여명이었다. 그래서 별명이 ‘빅 E’였다. E는 엔터프라이즈 영문 표기의 머릿글자다.
 
1969년 1월 14일 비행갑판의 폭발 사고로 일어난 화재를 수병들이 진압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1969년 1월 14일 비행갑판의 폭발 사고로 일어난 화재를 수병들이 진압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엔터프라이즈함이 ‘천수’를 누리지 못할 뻔한 사고도 있었다. 1969년 1월 14일 하와이 해상에서 함재기인 F-4 전투기의 날개에 장착된 로켓이 갑자기 폭발했다. 폭탄 18발의 연쇄폭발로 이어지면 화재가 커졌다. 비행갑판에 큰 구멍이 났을 정도로 폭발 강도가 컸다. 다행히 화재는 진압됐지만 이 과정에서 27명이 사망하고 314명이 부상했다. 15대의 함재기도 파손됐다.
 
엔터프라이즈는 미 해군이 즐겨쓰는 함명이다. 최근 원자로 가동이 중단된 엔터프라이즈함은 미 해군 역사상 8대 엔터프라이즈함이었다. 1대 엔터프라이즈함은 미국 독립전쟁 중이던 1775년 등장했다. 7대 엔터프라이즈함(CV 6)도 항공모함이었다. 이 항모는 1938년 2월 취역한 뒤 제2차 세계대전의 격전을 치르면서도 종전까지 살아남았다. 전쟁 중 가장 많은 훈장은 받은 군함으로 유명하다.
 
2012년 전역식에 참석하기 위해 현역으로서 마지막 항해 중인 엔터프라이즈함. [사진 미 해군]

2012년 전역식에 참석하기 위해 현역으로서 마지막 항해 중인 엔터프라이즈함. [사진 미 해군]

 
엔터프라이즈함은 2012년 12월 1일(이하 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이 참가한 가운데 전역식을 열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3일(이하 현지시간) 퇴역했다. 전역한 함정은 예비역으로 편입되며, 퇴역하면 해상 실사격에서 표적으로 사용되거나 고철로 처리된다.
 
그러나 미 해군에서 엔터프라이즈의 역사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9대 엔터프라이즈함이 몇년 후 나오기 때문이다. 최신 핵항모인 포드급 3번함의 함명이 엔터프라이즈(CVN 80)이다. 이 배는 현재 건조 중이며 2025년 진수 예정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바다에서도 엔터프라이즈, 우주에서도 엔터프라이즈
SF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함(NCC-1701). [사진 CBS/파라마운트]

SF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함(NCC-1701). [사진 CBS/파라마운트]

 
엔터프라이즈라는 함명이 너무 유명하다 보니 가상의 배 이름으로도 쓰였다. 1966년 미국에서 방영된 SF 드라마인 ‘스타트렉’에서 나오는 스타플릿(우주 함대)의 함선이 엔터프라이즈(NCC-1701)다.
 
이 시리즈의 원작자인 진 로덴베리가 왜 엔터프라이즈라는 함명을 썼는지 명확히 설명한 적은 없다.
 
그러나 8대 엔터프라이즈함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최초의 핵항모 엔터프라이즈함은 원자로 8기를 가동시키면 연료의 재보급 없이 지구를 20바퀴 돌 수 있었다. 스타트렉에선 엔터프라이즈함이 임펄스 엔진과 워프 드라이브로 우주를 항해한다고 설정했다. 이 두 동류의 엔진은 작동 방식이 원자로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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