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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자발찌 뗀 50대, 출국 심사대 유유히 뚫고 “여긴 오사카”

끊어진 전자발찌 │ 농락당한 보호관찰 
 
지난달 25일 오후 5시30분. 법무부 산하 서울보호관찰소 전자감독과 한 직원의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가 떴다. “이제 생을 마감하고 싶다. 현○○.” 그 직원이 관리하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 현모(51)씨의 문자였다. 그는 강도·강간 등으로 두 번 복역하고 2014년부터 10년간 두 번째 보호관찰을 받던 전과자다. 그를 관리하는 서울보호관찰소는 이날 낮 12시38분 이후 5시간 가까이 현씨의 위치를 놓쳤다. 그러다 갑자기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가 온 것이다. 그러자 보호관찰소 측은 이날이 일요일인데도 오후 6시10분 전 직원을 비상 소집했다.
 
“아직도 현씨의 소재 파악이 안 됐나?”
 
전 직원이 소집돼 있는 상황에서 오후 7시55분 담당직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현씨였다. “여기 일본 오사카다.” 보호관찰소는 그와 통화한 직후인 오후 8시10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현씨가 이미 이날 오후 2시 일본으로 출국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의 카톡 프로필은 ‘아이시테루(愛してる·사랑해) 간바레(がんばれ·힘 내)’로 바뀌었다.
 
현씨는 사흘 뒤인 28일엔 “오사카 남부 한적한 시골 여관에 투숙 중”이란 문자메시지도 담당직원에게 보냈다. 그런데도 보호관찰소는 법원에 현씨에 대한 구인장을 신청하고, 법무부를 통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이날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법무부 등을 통해 파악한 것이다.  
 
전자발찌 부착자 도주 경로

전자발찌 부착자 도주 경로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의 국내외 도주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만 채운다고 끝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일부러 경보신호 여러 번 낸 뒤 사고 치기도”
 
박 의원실 분석자료에 따르면 서울 휘경동 서울보호관찰소 위치추적 관제센터에는 이날 현씨 사례를 포함해 총 6건의 경보가 더 울렸다. 다 다른 전자발찌 부착자에게서 나온 이상 신호가 관제센터에서 감지된 것이다. 출입금지구역(학교 등)에 들어갔거나 배터리 전력이 떨어졌을 때, 휴대감응장치와 전자발찌 사이의 거리가 5m 이상 떨어져 있을 때(감응범위 이탈) 관제센터는 부착자에게 경보를 울린다. 즉각 전화를 하는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날 근무하는 신속대응팀 5명(6급 이하)은 각각의 부착자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를 걸어도 안 받으면 받을 때까지 계속 전화를 했다. 현씨의 경우 이날 오전 10시30분 관제센터에 ‘감응범위 이탈’로 경보가 울렸다.  
 
현씨의 담당직원이 현씨에게 감응범위 이탈 사유를 묻자 “대리운전을 하던 중 고객이 가방에 넣고 내렸다. 고객을 만나러 대구로 가겠다”고 했다. 전자발찌 부착자가 거짓말을 해도 담당직원이 직접 출동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일부 전자발찌 부착자는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기도 한다. 서울보호관찰소의 한 직원은 “경미한 경보신호를 여러 번 낸 뒤 대형 사고를 치는 성범죄자가 있을 정도로 보호관찰관들 머리 위에 앉아 내려보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씨가 도주한 휴일 근무는 신속대응팀이 했다. 신속대응팀은 낮시간엔 이상 신호가 잡히거나 경보가 울릴 때마다 해당 이상 신호를 내게 한 전자발찌 부착자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소재를 묻거나 경고했다. 이날 출동도 했다. 현씨가 휴대감응장치를 서울 서초구 S백화점 정문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회수하러 한 번 출동한 것이다. 쓰레기통에서 현씨의 휴대감응장치를 회수한 시점은 낮 12시38분. 현씨가 ‘감응범위 이탈’에 대해 고객 가방 핑계를 대며 둘러댄 뒤 두 시간이 지나서야 쓰레기통에서 현씨의 물건을 찾은 것이다. 이 틈을 노려 현씨는 김포공항으로 이동했고, 오후 1시18분 출국심사장을 통과했다.  
 
전자발찌가 위치 정보만 알려주는 역할만 하는 단순 GPS 장비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이래서 나온다.  
 
전자발찌, 위치만 알려주는 단순 GPS 전락
 
현씨 같은 전자발찌 부착 성범죄자의 도주를 막을 수 있는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우선 평소 관리다. 현씨는 2014년 출소 당시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재범 위험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도 서울보호관찰소의 보호관찰소 기록엔 2017년 현씨의 전자발찌를 떼주는 가해제 조치를 검토한 내용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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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느슨한 관리는 현씨에 대한 면담 기록 등에서도 나타난다. 현씨에 대한 면담은 현씨가 한 달에 한 차례 보호관찰소를 찾아오고, 한 번 정도는 담당직원이 출장을 가 만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매회 대부분 ‘면담 양호’로 평가돼 있다. 사실 그는 보호관찰 기간 중 저지른 다른 성범죄(여성에 대한 카메라 도촬)로 B급 수배(벌금 미납 등의 이유) 상태였다. 하지만 면담 기록에서도 보호관찰 기간 중 도촬 등 범죄 사실은 거론되지 않았다. 서울출입국관리소의 직원도 현씨가 B급 수배 상태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곳에선 출국금지 여부만 체크하기 때문이다.
 
‘특정범죄자 전자장치 부착법 시행지침’에 따르면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의 출국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보호관찰소장의 허가를 받으면 허용하게 돼 있다. 하지만 법무부 내부 지침일 뿐이다. 이러다 보니 법적으로 출국 심사대 등에서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전자발찌 부착자에게 보호관찰소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기록을 내라고 요구할 수 있게 돼 있지 않다. 전자발찌 부착자가 “허가 받았다”고 말로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공항 내 보안 검색대에서 전자발찌 부착자가 받은 해외여행 허가증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여권만 확인하고 위해물질 검사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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