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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의 레저터치] 산행 중 금주령 유감

미국에 들어갈 때마다 기분이 언짢은 건 내가 과민해서가 아니다. 미국 입국자, 특히 동양인을 향한 미국 공항 보안직원의 시선은 환영의 의사와 거리가 멀다. 그들의 눈길은 대부분, 손님을 맞이하려는 것이라기보다 범죄자를 색출하려는 것에 가깝다. 테러에 민감한 미국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기분 나쁜 건 기분 나쁜 거다. 나에게는 미국을 해하려는 일말의 의도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 여행의 불편한 기억을 꺼낸 건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안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이후 국내 모든 산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 탐방로는 물론이고 대피소에서도 안 된다. 자연공원법이 국립공원, 도립공원, 시·군립공원, 지질공원을 포괄하므로 국토의 모든 산이라 해도 무방하다. 1차 적발되면 5만원, 2차 이후는 10만원씩 과태료를 내야 한다.
 
환경부는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음주사고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일 텐데, 통계는 꼭 그렇지 않다. 등산 전문지 ‘월간 산’은 환경부를 인용해 최근 6년 동안 국립공원에서 음주로 인한 안전사고가 모두 64건으로, 국립공원 안전사고의 5%였다고 보도했다. 이 5%를 줄이려고 산행 중 금주령이 내려졌다.
 
올해로 여행기자 13년째, 전 세계의 수많은 산을 오르내렸다. 그러나 산에서 음주를 막는 건, 온 국민이 금주를 실천하는 무슬림 국가를 제외하곤 본 적이 없다. 술을 팔지 않는 산은 있었지만 배낭 안의 술을 못 마시게 하는 산은 없었다.
 
현재 국내 등산인구는 1300만 명으로 추산된다(2015년 산림청). 한 달에 한 번 이상 산을 오른다는 성인 숫자다. 여기에 걷기여행 인구 약 1000만명을 더하면 여가활동으로 산자락에 드는 국민은 2300만명을 헤아린다. 하지만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한 번도 국민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다.
 
금연정책도 그렇다. 국내 국립공원은 대피소 주변을 제외하곤 전면 금연이다. 반면에 미국 알래스카의 디날리 국립공원, 일본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야쿠시마(屋久島), 스위스 체르마트 등 내가 경험한 생태관광 명소 중 한 곳도 전면 금연지역은 없었다. 트레킹 코스 곳곳에 흡연장소가 있어 몰래 담배를 무는 사람도 없었다. 산불 예방이라는 명분도 실은 허술하다. 전자담배와 산불의 상관관계를 나는 알지 못한다.
 
한국인은 유난스러워 강제로라도 막아야 한다는 논리는, 나라가 국민을 믿지 못한다는 점에서 자학적이거나 나라가 국민을 믿지 않는다는 점에서 권위적이다. 이런 식의 논리가 통하는 곳이 있긴 하다. 카지노다. 외국인에겐 관광자원이고 내국인에겐 범법지대다.
 
우리도 이제 시민의식이 제법 성숙했다. 산행문화도 많이 건전해졌다. 대피소 사전예약제가 정착되면서 국립공원 탐방로를 어지럽혔던 텐트촌 풍경도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율보다 통제를 앞세운다.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 정책을 보며 미국 공항에서의 불쾌한 기분이 떠올랐다. 동양인이 테러 용의자가 아니듯이 국민은 사고 유발자가 아니다.
 
손민호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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