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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북한 핵시설에 콘크리트 부어 1년 이내 폐기할 수 있다

북한은 비핵화를 ‘단계적·동시적’으로 하자고 했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내인 2년 안에 비핵화를 마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은 6개월~1년 이내에 신속하게 북핵을 폐기하자는 분위기다. 미국은 북한의 단계적인 비핵화 접근법이 과거 실패한 정책이라는 기억을 갖고 있어서다. 실제 민감한 북한 핵시설에 대해선 콘크리트를 부어 넣으면 1개월~1년 만에 완전히 영구 불능화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미·북으로부터 비슷한 시기에 입장이 나오는 것은 양측의 물밑 접촉에 성과가 있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미 중앙정보국(CIA)과 북한 정찰총국이 제3국에서 북한 비핵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2003년 리비아의 비핵화를 위한 사전 조율과정에서도 CIA와 리비아 정보국이 비밀리에 접촉했다. CIA가 확보한 리비아 핵시설 및 핵무기 프로그램 정보를 기반으로 협상이 신속하게 진행됐다. 당시 리비아는 핵프로그램은 물론, 탄도미사일과 화학무기까지 모두 폐기하는 데 동의했다. 북한에도 이와 같은 방식이 적용될지는 의문이지만 미국은 일차적으로 비핵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거에 집중할 전망이다.
 
북한이 말하는 단계적·동시적이란, 핵시설과 핵물질을 공개하고 검증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폐기하되 미국도 그에 맞는 보상을 동시에 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국은 ‘선(先)폐기 후(後)보상’이 원칙이다. 리비아의 경우는 핵프로그램과 핵시설 등을 즉각 공개하고 농축장치 등 핵심시설은 해체해 곧바로 미국에 보냈다. 이후 리비아의 핵시설 폐기가 어느 정도 이뤄졌을 때 미국은 리비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했다. 다음 단계로 2006년 핵폐기가 완전히 정리됐을 때 연락사무소를 대사관으로 승격해주고 리비아에 대한 경제제재도 해제했다. 이 모든 과정이 2년 만에 이뤄졌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이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 방식은 일부 차이는 있겠지만 리비아 케이스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할 첫 번째 어젠다는 핵폐기 의지다. 핵심 내용은 북한이 생산한 핵무기와 핵물질, 핵프로그램 및 핵시설의 폐기에 관한 의지인 것이다. 북한은 핵프로그램을 공개하고 신속한 핵폐기 로드맵을 미측에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트럼프 미 대통령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핵 폐기 단계별로 보상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달 27일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은 이런 북미 정상회담의 여건을 조성할 큰 틀을 합의하는 예비회담 성격이 될 전망이다.
 
북한과 리비아의 핵프로그램은 차이가 매우 크다. 리비아는 핵무기를 본격 생산하기 전이었지만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거쳤고 핵탄두까지 생산해 보관 중일 가능성도 있다. 또한 리비아는 농축시설만 확보한 상태였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핵활동주기(nuclear cycle)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북한은 이와 관련된 기본적인 핵시설(17개)을 1·2차 북핵 파동 때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한 바 있다. 당시 IAEA는 이들 시설에 대한 사찰과 검증도 거쳤다. 이 가운데 우선적으로 해체 또는 폐기해야 할 민감시설은 핵연료 제조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5MWe급 원자로,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 그리고 핵무기와 핵물질 등이다. 미국은 이를 우선 검증한 뒤 폐기하는 수순을 요구할 것이다. 나머지 시설은 시간을 갖고 해체해도 큰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민감한 4개 시설이 이미 사용 중이어서 방사능에 오염돼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농축시설을 활용해 70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했다. 또 원자로를 가동해 배출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시설에서 녹인 뒤 50㎏ 이상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 국방부 군비검증단에 따르면 북한의 핵연료 제조시설은 연간 200t의 핵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5MWe 원자로는 1986년부터 운전을 시작했는데 가로·세로 각각 50m 규모다. 방사화학실험실은 연간 100t의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공정이 2개 설치돼 있다. 길이 192m에 폭이 27m인 건물 속에 있다. 해커 박사가 2010년 영변지역을 방문해 확인한 북한의 농축시설에는 2000개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돼 있고 연간 40㎏의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런 농축시설이 제3의 장소에 추가로 존재할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이 재처리시설과 원자로 등 민감 시설은 폐기 방법에 따라 1개월~33년까지 걸린다는 게 국방부의 분석이다. 가장 빠른 방법은 주요 핵심 장비를 파괴한 뒤 콘크리트를 부어 넣는 ‘영구 불능화’ 방법이다. 이럴 경우 불능화 작업이 1개월밖에 걸리지 않고 비용도 최소로 든다. 하지만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시설 파괴에 위험이 따르는 게 부담이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나오는 방법이 ‘매몰(entombment)’이다. 주요 시설을 분리시킨 뒤 콘크리트를 부어 넣어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1년가량 걸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을 자연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선 언젠가는 굳어진 콘크리트를 뜯어내 다시 해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시설에 대해서는 ‘지연해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지연해체는 방사성 물질을 우선 정리하고 불필요한 시설은 해체한 뒤 방사능이 낮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완전히 해체하는 것이다. 대략 7년쯤 소요될 것으로 국방부는 판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민간 원자력 시설을 해체하는 방식인 ‘즉시해체’인데 최대 33년까지 걸린다. 따라서 북한이 갖고 있는 핵시설의 민감성과 위험성에 따라 영구 불능화, 매몰, 지연해체, 즉시해체 방법 등을 달리 적용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와 고농축우라늄 및 플루토늄은 우크라이나처럼 미국 또는 다른 국가에 보내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이다.
 
한·미가 마지막으로 북한에 요구할 폐기 대상은 화학무기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5000t가량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일부는 전방 등에 배치된 장사정 포탄과 탄도미사일 탄두의 상태로 보관돼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리아가 반군지역의 민간인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해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미국은 북한에 화학무기 폐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화학무기 폐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리비아도 핵폐기는 2년 만에 완료했지만 화학무기는 4년이 걸렸다. 북한의 화학무기를 폐기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폐기공장을 여러 곳에 건설해야 하고 이동형 폐기장치까지 동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충북 영동지역에 화학무기 폐기공장을 지어 2007년 등 수년 동안 1만4000여발의 화학무기 포탄을 폐기한 경험이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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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