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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때 아빠처럼, 10년 뒤엔 나도 올림픽 금"

'탁구 최강 부녀' 유남규-예린 인터뷰
백드라이브 공격을 하는 유예린의 눈빛이 매섭다. 아버지 유남규 감독은 ’다섯살 때 탁구공을 천장에 매달아 놓고 쳐보라고 했더니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스텝을 밟으면서 공을 쳤다“고 했다. [사진 월간탁구]

백드라이브 공격을 하는 유예린의 눈빛이 매섭다. 아버지 유남규 감독은 ’다섯살 때 탁구공을 천장에 매달아 놓고 쳐보라고 했더니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스텝을 밟으면서 공을 쳤다“고 했다. [사진 월간탁구]

차범근과 차두리(축구). 허재와 허웅, 허훈(농구). 이종범과 이정후(야구).
 
‘스포츠 스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같은 종목에서 2세가 맹활약한 경우다. 축구·농구와 야구에 이어 한국 탁구계에도 아버지 못지 않은 2세 스타가 출현할 날이 머지 않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남규(50) 삼성생명 감독의 딸 유예린(10·수원 청명초)이 한국 탁구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지난 10일 경북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4회 회장기 전국초등학교 탁구선수권대회 4학년부 여자 단식 결승. 유예린의 몸놀림은 예사롭지 않았다.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인 그는 백드라이브 공격도 자유자재로 해냈다. 매서운 눈빛과 강한 승부욕은 현역 시절의 아빠를 보는 듯 했다. 정예인(새말초)을 3-1로 누르고 이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유예린은 “결승전이라 떨렸는데, 결과가 좋아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회장기 탁구대회는 국내 초등부에서 가장 역사가 길다. 유승민(35)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이철승(46) 삼성생명 감독, 전 여자 국가대표 김경아(41) 등을 배출했다. 딸의 우승 소식을 접한 유남규 감독은 “내가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기뻤다”고 말했다.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오른쪽)과 딸 유예린 양. 용인=최승식 기자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오른쪽)과 딸 유예린 양. 용인=최승식 기자

12일 경기도 용인의 삼성생명 휴먼센터에서 유남규-예린 부녀를 만났다. 아버지와 딸은 1주일에 한 두 차례 함께 훈련한다. 부녀가 함께 공을 치는데 유예린의 강한 드라이브에 유 감독이 어쩔 줄 몰라 하는 장면도 나왔다. 유예린이 “백드라이브 기술을 성공하면 시원하다”고 하자 유 감독은 “10년 뒤 환갑이 돼서도 볼을 잘 받아주려면 내 체력도 잘 키워야 한다”며 웃어보였다.
 
유 감독은 평소 ‘딸 바보’ 로 유명하다. 유 감독의 휴대전화엔 딸의 이름 ‘예린’ 대신 ‘나의 심장’이란 문구가 적혀있다. 2007년 12월 가방 디자이너 윤영실(43) 씨와 결혼한 유 감독은 마흔살이던 이듬해 10월 늦둥이 딸을 얻었다. 유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예린이가 태어났다. ‘탁구계를 떠나야 할까’ 한참 고민을 하던 무렵 예린이가 태어나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왼손 펜홀더를 쓴 아빠 유남규(오른쪽)와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인 딸 예린. [최승식 기자]

왼손 펜홀더를 쓴 아빠 유남규(오른쪽)와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인 딸 예린. [최승식 기자]

유 감독은 딸을 탁구 선수로 키울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힘든 훈련을 감내해야 하는 운동선수의 길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포츠 스타의 유전자를 감출 순 없었다. 예린은 그림그리기에도 소질을 보였지만 운동장에서 더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유치원에서 달리기를 하면 그는 늘 1등을 차지했다. 피겨 스케이팅과 스키도 잘 탔다. 유 감독은 운동신경이 뛰어난 딸에게 ‘탁구를 한 번 시켜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유 감독은 “예린이가 다섯살 때 고무줄로 탁구공을 천장에 매달아 놓고 탁구 라켓으로 한번 쳐보라고 했다. 그런데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스텝을 밟으면서 리듬에 맞춰 공을 쳤다. ‘탁구를 시켜도 괜찮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예린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2015년 2월, 유 감독은 딸에게 본격적으로 탁구를 시켰다. 유 감독은 “3년 정도 해보고 실력이 시원찮으면 관두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예린이는 탁구 라켓을 잡자마자 전국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16년 3월엔 40여명이 출전한 1~2학년부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 그리고 3학년이던 지난해 8월 교보생명컵에서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유 감독은 “초등학교 1~2학년생이 1시간동안 볼박스(연달아 탁구공을 치는 훈련)를 하는 건 힘들다. 그러나 예린이는 2~3시간을 해도 거뜬하다. 집에 와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뛰어 다닌다. 순발력이나 체력은 날 빼닮았다”고 말했다. 유예린은 현재 4학년부 전국 랭킹 1위다.
 
지난 10일 회장기 초등학교 탁구대회 여자 4학년부에서 우승한 유예린 양. [사진 월간탁구]

지난 10일 회장기 초등학교 탁구대회 여자 4학년부에서 우승한 유예린 양. [사진 월간탁구]

유예린은 아빠가 1980~90년대 한국 탁구를 주름잡았던 스타였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유예린은 “아빠가 서울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영상을 7세 때 본 적이 있다. 실력이 뛰어나 보였지만, 아빠의 헤어스타일이 웃겼던 게 더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그래도 딸 예린에겐 ‘금메달리스트 아빠’가 자랑스러운 존재다. 그는 “식당같은 데 가면 아빠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기할 때도 많다. 탁구 선수로서 아빠가 우상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선수 생활 4년차에 접어든 유예린은 “아빠가 잔소리를 많이 하신다”고 투덜댔다. 유 감독은 “예린이가 절실함이 없다. 바깥에선 아빠지만 탁구장 안에선 탁구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생각해달라고 했다”면서 “중학교에 올라가면 분명히 ‘유남규의 딸 유예린’이라는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이다. 선수로서 성장하려면 마음이 더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오른쪽)과 딸 유예린 양. 용인=최승식 기자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오른쪽)과 딸 유예린 양. 용인=최승식 기자

유 감독은 그러면서도 딸 예린이를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예린이가 좀 더 탁구를 즐겼으면 좋겠다”며 “언젠가 스스로 느낄 계기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1등을 못 해도 괜찮으니까, 재미있게 즐기면서 운동을 하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아빠의 마음을 읽었을까. 예린이는 “걱정하지 말라”고 당차게 말했다. 유예린은 “아빠가 스무 살 때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고 하더라. 나도 10년 뒤면 스무 살이다. 아빠와 같은 나이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아빠의 대를 잇는 훌륭한 탁구선수가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겠다”고 했다.
 
유남규 감독이 지난 2014년 딸 유예린 양이 탁구를 시작하면서 라켓 커버에 쓴 메시지. "사랑하는 예린아, 열심히 노력해서 꼭 국가대표가 돼서 세계 챔피언이 되어라! 힘들어도 참고 이겨내길 바란다. 파이팅!!" 용인=김지한 기자

유남규 감독이 지난 2014년 딸 유예린 양이 탁구를 시작하면서 라켓 커버에 쓴 메시지. "사랑하는 예린아, 열심히 노력해서 꼭 국가대표가 돼서 세계 챔피언이 되어라! 힘들어도 참고 이겨내길 바란다. 파이팅!!" 용인=김지한 기자

용인=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아빠 유남규
생년월일 : 1968년 6월 4일
전형 : 왼손 펜홀더 공격수
주요 경력 :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개인단체 금
1988년 서울올림픽 개인 금
1989년 세계선수권 혼합복식(현정화) 금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단체 금
 
딸 유예린
생년월일 : 2008년 10월 4일
학교 : 수원 청명초
전형 : 오른손 셰이크핸드 공격수
주요 경력 :
2017년 교보생명컵 꿈나무 개인 1위
2017년 삼성생명배 우수선수 초청대회 개인 1위
2018년 회장기 전국초등학교 탁구대회 개인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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