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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삭기·불도저도 무인화 바람

건설현장에 인공지능 시대 예고
 
소형 냉장고 크기의 궤도 차량이 천천히 지하 노후 상수도관 안으로 들어간다. 사람의 눈처럼 주변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레이저와 4개의 정밀 카메라 센서로 사람이 직접 가기 힘든 곳까지 스스로 들어가 수도관 내부 상황을 생중계한다. 인공지능(AI) 로봇을 제작하는 국내 스타트업 포테닛이 이미 지난 2014년에 개발해 공개한 ‘상수도 갱생 로봇’이다. 센서로 파악한 지형지물 정보로 지도를 만들고, 이동 경로를 계획해 자율주행하는 알고리즘은 포테닛이 직접 개발했다. 이 회사에는 건설기계 제작회사는 물론 농기계 제조사 등 대기업들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2일 “지난 2015년부터 협업을 해 온 포테닛은 국내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가진 벤처기업”이라며 “이 회사에 지분을 투자해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제품 개발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건설 현장에서도 무인화,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굴삭기·불도저·지게차 등 건설기계 제조업체들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자동화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포테닛이 보유한 자율주행 기술을 이용해 상용화가 가능한 무인굴삭기·지게차 등을 개발할 것”이라며 “광산 개발 등 고된 노동으로 사람이 일하길 꺼리는 현장용 제품에서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볼보건설기계·현대건설기계 등 경쟁사들도 자율주행 건설기계 제품의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있다. 볼보건설기계는 이미 지난 2016년 9월 자율주행 덤프트럭과 휠로더(모래·자갈 등을 퍼 나르는 건설기계), 무인 화물 운반 차량 시제품이 운전자나 원격 조종자 없이 채석장에서 골재를 채취해 실어 나르는 현장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기계끼리 통신을 하면서 휠로더가 퍼 옮기는 골재를, 덤프트럭이 담아 목표 지점에 정확히 옮기는 작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현대건설기계도 올해 상반기 중 자동 지형 측량 기능(머신 가이던스)이 탑재된 굴삭기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건설기계 제작사들이 무인·자동화 기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24시간 작업이 가능해지는 등 생산성 향상과 함께 인명 사고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굴삭기 작업은 운전기사가 굴삭기를 조작해 땅을 파면, 측량사가 직접 땅을 판 곳의 면적과 경사도 등을 잰다. 설계도대로 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굴삭기로 땅을 파고 고르는 작업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다 보니 작업 속도도 느려지고 측량 도중 굴삭기에 부딪혀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기 일쑤였다. 제작사들이 굴삭기의 버켓(삽에 해당하는 부분) 등에 지형의 경사와 면적 등을 측정하는 센서를 달아 측량사 없이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김두상 볼보건설기계코리아 연구개발 부문 부사장은 “자동화 건설 장비는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사고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작업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며 “건설업체에는 생산성과 연료 효율성 등도 함께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도 “사람들이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를 꺼리다 보니 건설기계를 다루는 기술자들도 노령화하고 있다”며 “무인 굴삭기를 활용하게 되면 ‘측량 후 재작업’ 단계를 줄여 작업 효율성을 20~50%가량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대표적인 업종이라 무인화 속도가 빨라지면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분석(2017년)에 따르면 건설투자액이 1% 늘어나면 종사자 수 대비 0.74%의 고용 증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올해 3월 말 기준 건설업 종사자가 190만명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투자가 1% 늘면 일자리는 1만4000명이 늘어나는 것이 건설업이다.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신기술을 도입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 자체가 후퇴해 더 큰 일자리 감소를 겪게 된다고 경고한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건설기계의 무인화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건 분명하다”며 “하지만 위험하고 힘든 노동은 기계에 맡기고, 건설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곳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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