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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 대통령 당이라 걸려" "서병수, 인기없는 한국당이라"


[지방선거 풍향계]폭풍 전야 부산시장 선거…“한국당 인심 잃어” vs “박정희도 벌 받으러 일어날 판”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 선거는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에 비견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는 1995년 지방선거 실시 이후 23년간 한 번도 넘지 못한 보수 정당의 철옹성을 넘는 사건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이 정부의 2년차 국정 동력을 뒷받침하는 모양새가 된다. 자유한국당의 승리는 보수의 씨가 말라가는 상황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큰 계기가 될 수 있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제동할 힘도 얻게 된다.
 
 그런 복잡한 매듭을 단번에 풀어줄 사람으로 민주당은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한국당은 서병수 현 시장을 각각 내세웠다. 4년 전 선거 때도 이미 맞붙은 그 때 그 사람들의 ‘리턴 매치’다. 선거를 두 달여 남기고 선거 민심을 듣기 위해 봄 기운이 완연한 부산을 찾았다.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오거돈(왼쪽)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자유한국당의 서병수 현 시장이 지난 10일 각각 연제구 거제종합사회복지관과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오거돈(왼쪽)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자유한국당의 서병수 현 시장이 지난 10일 각각 연제구 거제종합사회복지관과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10일 오전 부산역에 도착해 택시를 탔다. 1980년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장일 때 현대건설 근로자로 중동을 누볐다는 택시 기사 조봉일(65)씨는 부산시장 선거에 관해 묻자 대뜸 “이번에는 오거돈이가 유리하지”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이 빚이 많은 도시 아입니까. 그런데 서병수는 관급공사를 잔뜩 한다꼬만 하고, 그 돈을 어떻게 갚을라꼬”라며 “자유한국당은 인심을 많이 잃었다”고 했다.
 
 택시에서 내려 연제구 거제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김호철(78)씨는 생각이 달랐다. 그는 “오거돈이가 이제는 여당으로 나왔으니까 모르지”라면서도 “누가 된다느니 그런 말은 내가 할 수가 없고, 선거는 해봐야 하니까”라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곁에 있던 할머니가 나섰다. 77세의 손모씨는 “한쪽으로만 밀면 되는가. (대통령이랑 같은) 민주당만 밀면 되는가 말이다. 싸움을 하게 만들어야제”라고 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쟁했던 서병수(왼쪽) 부산시장과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선거 두 달 뒤 부산시청 접견실에서 만난 모습 [중앙포토]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쟁했던 서병수(왼쪽) 부산시장과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선거 두 달 뒤 부산시청 접견실에서 만난 모습 [중앙포토]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는 장년층과 달리 젊은 사람이 많이 오가는 서면(부전동)의 분위기는 달랐다. 선거에 관해 묻는 기자에게 돌아오는 답변의 대부분은 “아무 관심 없다”였다. 서점에서 일하는 장근영(25)씨는 “누가 나오는지도 모른다”며 “사회복지사나 환경미화원 같은 분들을 더 챙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청년층에선 상대적으로 오거돈 전 장관에게 호감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기장군 정관산업단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박소영(29)씨는 “서병수 시장은 당 이미지도 그렇고 변화의 바람이라고 해야 할까, 요번에는 쪼끔 어렵지 않나”라며 “젊은 여성들에게는 인기가 없다”고 했다.   해운대에서 만난 서민혁(37)씨도 “지난번에는 서병수 시장 찍었는데 고인물이 썩는다는 말이 있지 않냐”며 “이제 정권도 바뀌었고, 한국당에 실망도 했다”고 말했다.
 
김기식 논란, ‘미투’ 등 정치권 이슈에 관심
 
부산시장 선거 자체보다 중앙 정치권의 이슈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서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나종대(56)씨는 “TV에 김기식(금융감독원장)이가 나오던데, 아무리 내 식구라도 자를 것은 잘라야지. 남이 하는 것은 색안경을 쓰고 바로 자르고…”라며 “미래가 중요한데, 지금 봐서는 박정희(전 대통령)도 벌 받으러 벌떡 일어나야 할 판”이라고 했다. 해운대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허혜정(44)씨는 “주부들은 안희정(전 충남지사) 때문에 많이 놀랬다”며 “‘미투’ 때문에 정치권이 어지럽고 시끄러우니까 기대치가 별로 없다”고 했다.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과 달리 다소 냉소적인 부산시민이 많은 상황에서도 후보들은 열심이었다. 바른미래당의 이성권 예비후보, 정의당의 박주미 예비후보, 무소속 이종혁·오승철 예비후보 등 여러 경쟁자가 뛰고 있다.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부산에서 열린 환경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 오 전 장관 페이스북]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부산에서 열린 환경 마라톤 대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 오 전 장관 페이스북]

 
 선두권인 오거돈 전 장관과 서병수 시장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지난 10일 오 전 장관이 거제동에서 부전동으로, 서 시장이 정관산업단지 내에서 이동할 때 이들의 차에 각각 잠시 동승해 물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오거돈 전 장관은 긴장의 끈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여론조사가 유리하게 나오고 있다.
부산에 숨어 있는, 잠재된 반대 세력이 많아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내가 (2004년, 2006년, 2014년) 세 번이나 떨어져봐서 잘 안다. 
 
서 시장 측은 ‘왜 또 나왔냐’고 한다.
서병수는 특정 세력을 등에 업고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내달려 왔다. 그 분에게 시민이 보이겠나. 서병수는 박근혜의 눈물로 탄생한 시장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10일 부산 기장군 정관산업단지에서 열린 소통 콘서트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서 시장 홈페이지]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10일 부산 기장군 정관산업단지에서 열린 소통 콘서트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 서 시장 홈페이지]

 
 상대적으로 열세인 서병수 시장은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안 좋다.
얼마 전까지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여론조사에 답했다. 지금은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분들이 많아졌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상대가 친박이라고 비판한다.
내가 친박인 건 틀림 없다. 하지만 대통령을 만든 뒤 나는 시장이 됐다. 나한테 정치적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건 정치적 수사다. 
 
 밤새 강한 바람이 불던 부산은 11일이 되자 다시 맑은 하늘이 됐다. 이날 오전 부산의 상징과도 같은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입을 모아 ‘경제’를 말했다.
 
자갈치시장의 건어물 상인 이춘엽(71·여)씨는 “오거돈 그 사람 괜찮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 분위기에 대해선 “우리들이 뭐 아직 상세하게 얘기를 하겠습니까”라며 “장사가 잘되야지, 장사가”라고 했다. 5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국제시장의 문구점 주인 김명덕(74)씨는 “나 개인이야 서병수를 찍고 싶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근데 장사꾼이 선거가 뭔 관계가 있겄노. 우리 재래시장은 망하기 일보직전이라”며 “시장을 다녀봐도 좋은 말은 안 나올끼야”라고 했다.
 
오거돈·서병수 속한 경남고 총동문회 “중립”
 
 선거가 다가오면서 오거돈(21회) 전 장관과 서병수(25회) 시장의 모교인 경남고 동문회도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약 7만명에 달하는 동문 가족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지난달 새로 출범한 경남고 총동문회(회장 박종찬, 사무총장 옥동훈)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기이자 서 시장의 동기로 꾸려졌다. 옥동훈 사무총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25회가 회장을 할 차례가 돼서 한 건데 일부에선 억측을 하기도 한다”며 “지난 선거 때도 그렇고 우리는 중립을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부산=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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