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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어묵·호떡 먹을래? 부산의 ‘핫’한 맛집은 바로 여기!

부산 핫 플레이스 초량845의 가정식 식당 소반봄. 창을 통해 부산 구도심 초량동과 부산항대교까지 내려다볼 수 있다.

부산 핫 플레이스 초량845의 가정식 식당 소반봄. 창을 통해 부산 구도심 초량동과 부산항대교까지 내려다볼 수 있다.

 부산은 맛있다. 돼지국밥이며 어묵이며 심지어 저잣거리 호떡까지 맛있다. 부산 여행에 있어 맛은 조연이 아니라 주연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데이터 131만 건을 분석한 결과, 제주(2위)·속초(3위)를 누르고 맛 여행지 1위로 꼽힌 도시도 부산이었다(2017). 젊은 SNS 유저를 사로잡은 부산의 맛이 궁금했다. 그래서 이번 부산 ‘먹부림’ 여행에서는 활어 회라든지, 복국 따위를 부러 제쳤다. 대신 전통의 강자를 위협하는 부산의 젊은 맛집을 기웃거렸다. 향긋한 커피를 내놓는 카페, 인증샷 찍기 좋은 트렌디한 식당은 자체로 부산의 명소였다. 창밖으로 짙푸른 바다를 두르고 있거나 아기자기한 구도심 골목 안에 있어 맛집을 찾아가는 여정이 곧 여행이었다.   
 
12:00 궁핍한 산동네의 명품 가정식 
제철 식재료로 차린 소반봄 정식.

제철 식재료로 차린 소반봄 정식.

‘부산은 항구’라지만,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부산(釜山)은 원래 산이다. 기차를 타고 온 외지인이 부산에 닿자마자 마주하는 풍경도 역전 산동네 초량동이다. 한국전쟁 때 꾸역꾸역 밀려온 피란민이 이곳에 짐을 부렸다. 한때 궁핍하고 을씨년스러웠던 초량동은 구도심에 매료된 여행자가 찾아들면서 반전의 역사를 쓰는 중이다. 골목골목에 작은 맛집이 숨어 있다. 
초량동에서 ‘핫’한 식당을 찾으려면 부산역에서 여행 가방을 끌고 나온 젊은 여성들의 행선지를 파악하면 된다. 부산역에서 택시로 5분 거리, 여행 가방이 문턱 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 가정식 식당 ‘소반봄’이다. 옛 창틀공장이자 지번(초량동 845)을 이름으로 차용한 건물 초량845 2층에 있다. 660㎡(200평)에 이르는 널찍한 식당은 한쪽 벽면이 죄 투명한 창이다. 『부산을 맛보다』의 저자 박종호씨가 “오밀조밀한 달동네 한가운데 시원한 바다 전망이 펼쳐진다”며 부산 여행의 시작점으로 추천했다. 
전망도 일품이지만 소반봄의 진짜 매력은 맛에 있다. 초량동에서 나고 자란 박민영(40) 대표가 매일 부전시장과 자갈치시장에서 사 온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3월 하순에는 정식(1만3000원)에 청도 미나리를 얹은 삼겹살, 봄 피조개로 만든 카르파치오(이탈리아식 냉채) 등이 나왔다. 2주 간격으로 식단을 바꾼다. 
 
14:00 80년 된 가옥이 일으킨 나비효과   
1941년 지어진 일본식 가옥을 개조한 카페, 초량1941.

1941년 지어진 일본식 가옥을 개조한 카페, 초량1941.

초량845 뒤편에 자리한 카페 ‘초량1941’은 1941년에 지어진 적산(敵産)가옥을 개조했다. 흰 우유에 수제로 만든 과일청을 섞은 우유(6000원)를 판매해 ‘우유카페’로도 불린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은 부산 해안가에 집성촌을 일궜다. 반면 초량1941은 산 중턱에 외따로이 있다. 부산 토박이인 초량1941의 황보찬(38) 대표는 이 건물을 당시 일본인 재력가의 별장으로 추정한다. 황보 대표는 “장인어른이 96년 인수한 낡은 집은 애물단지”였다면서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어 인테리어 업자도 달아났다”고 말했다. 황보 대표는 하릴없이 직접 집수리에 매달렸고, 일본식 가옥을 카페로 개조해 지난해 1월 개장했다. 
초량1941의 봄 한정 메뉴인 벚꽃우유.

초량1941의 봄 한정 메뉴인 벚꽃우유.

처음에는 ‘사람이 찾아올까’ 걱정이 컸단다. 초량1941은 여행객이 수도 없이 찾아드는 초량동 명소 168계단과 6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사람이 뜸했다. 우려와는 달리 초량1941은 개장하자마자 일약 스타 가게가 됐고 카페 주변은 으슥한 주택가에서 활기찬 여행지로 변모했다. 카페 코 옆에 저염 명란젓을 생산하는 부산 향토기업 ‘덕화명란’의 쇼룸, 부산의 과자 전문점 ‘이대명과’도 있다. 
 
18:00 해운대에서 신나는 밤을 
매일 디너쇼가 열리는 동백극장.

매일 디너쇼가 열리는 동백극장.

해수욕 시즌이 아니어도 해운대는 뜨겁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의하면 부산 해운대구는 서울 강남구에 이어 전국에서 가장 카페가 많은 지역이다(지난해 기준 해운대구 546개, 강남구 1753개).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 초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이나 바다 전망을 즐기며 한나절 보내기 좋은 카페가 즐비하다.   
요트선착장 옆 ‘더베이101’는 2층 규모 건물로 펍과 음식점까지 갖추고 있어 식도락가로 북적거린다. 현지 주민에게는 1층 디저트 카페 ‘사이드(SIDE)’가 인기 있다. 유지방을 넣지 않은 밀크아이스크림(4000원)이 대표 메뉴다. 토핑으로 얹은 현미과자는 특허받은 뻥튀기 기계로 즉석에서 구운 것이다. 
더베이101의 카페, 사이드를 방문하면 마린시티 마천루와 해운대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더베이101의 카페, 사이드를 방문하면 마린시티 마천루와 해운대 바다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어스름이 내리면 ‘동백극장’으로 향하자. 영화가 아니라 쇼를 무대에 올리는 극장이다. 옛 하드록카페 해운대점 자리에서 지난달 15일 개장했다. 종업원 국적이 영국·일본·태국 등 다양해 부산의 이태원 같다. 밴드공연·마술쇼 등을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다. 새우구이(3만1900원), 스테이크(5만9900원)가 대표 메뉴다.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세 차례(오후7·9·10시) 공연이 있다. 부산의 대표적인 여름 축제 ‘부산바다축제’의 엔딩 무대를 책임지는 ‘유쾌한 딴따라’ 신지원(35)씨가 사회를 맡는다. 가수 싸이 모사 전문가(?)로 외형도 입담도 똑 닮았다. 입장료는 따로 없다.   
 
이튿날 12:00 벽촌으로 가는 까닭은 
부산 나들이 2일째. 식도락 여행을 떠날 곳은 기장이다. 멸치 산지라고만 알려졌던 기장은 명실상부 부산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지난해 7월 해동용궁사 인근에 휴양시설 ‘아난티 코브’가 들어선 게 결정적 전환점이었다. 7만5837㎡(2만3000평) 대지에 힐튼 부산 호텔과 서점·소품가게·레스토랑 등 상점가를 품고 있다. 바다와 바투 붙어 있어 이국 휴양지와 견줘도 풍광이 뒤지지 않는다.   
서울 신사동 일식당 무라사키의 세컨드브랜드 자색미학의 나베 요리.

서울 신사동 일식당 무라사키의 세컨드브랜드 자색미학의 나베 요리.

아난티 코브에는 서울 도산공원 앞 파스타집 ‘볼피노’, 망원동 라멘집 ‘베라보’ 등 서울에서 검증받은 맛집이 들어서 있다. 이 중에서 일식당 ‘자색미학’은 신사동 고급 일식집 ‘무라사키’의 오너 셰프 문성회(46)씨가 차렸다. 무라사키는 1인 25만원 코스요리만 다루는 반면에 자색미학은 1인 2~3만원 수준의 단품 요리를 낸다. 가다랑어포 대신 고등어포로 국물을 우리는 등 무라사키의 식재료와 조리법은 그대로 유지했다. 연어·아보카도 등을 넣은 매큼한 회덮밥 하와이안포키(2만3000원)를 추천한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점을 둔 산에우스타키오일카페 부산점. 장작불로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판다.

이탈리아 로마에 본점을 둔 산에우스타키오일카페 부산점. 장작불로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판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1938년 문을 연 ‘산에우스타키오일카페’ 분점도 아난티 코브에 있다. 세계 유일의 분점이다. 로마 현지에서 장작불로 로스팅한 원두를 항공으로 배송받는다. 그래서인가. 커피 향이 유난히 그윽하다. 카페라테 6500원. 에스프레소 원액을 넣은 봉봉초콜릿(2만원)도 별미다. 
 
18:00 산복도로에 주당이 모여드는 이유 
주택가에 숨어있는 안락한 바, 모티.

주택가에 숨어있는 안락한 바, 모티.

부산역 주변으로 돌아와 다시 맛 여행을 이어간다. 부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부산의 허리춤을 잇는 산복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달동네와 부산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모티’는 산복도로가 지나는 동구 수정동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한 바(Bar)다. 빨간 대문에 ‘싱글몰트위스키와 코냑’이라는 종이가 붙어있다. IBM에서 소프트웨어 컨설팅을 담당하던 조태진(55) 마스터가 연고 없는 부산에 3년 전 터를 잡고, 제2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다. 정원 15명의 작은 바는 연일 만원이다. 위스키(700종)와 코냑(100종)을 갖췄다. 조 마스터가 해박한 술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후 6시 문을 여는데, 예약하면 낮술도 가능하다. 잔술만 판다. 위스키 6000원부터.   
부산 최초의 근대식 병원 백제병원을 개조한 카페 브래운핸즈백제.

부산 최초의 근대식 병원 백제병원을 개조한 카페 브래운핸즈백제.

술을 즐기지 않는다면 인스타그램 인증샷 명소로 인기가 높은 카페 ‘브라운핸즈백제’를 들러 여행을 마무리해도 좋겠다. 부산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다. 카페가 들어선 빨간 벽돌색 건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정형외과 전문의 최용해 선생이 1922년 설립한 백제병원이었다. 주물 방식으로 철제 가구를 제작하는 회사 브라운핸즈가 리모델링을 해서 이름이 ‘브라운핸즈백제’다. 커스터드 크림을 얹은 에스프레소콘파나(4500원)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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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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