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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갓버젼'있어요?"…진화한 짝퉁명품, 그들만의 거래

A급, B급, 홍콩제 하던 짝퉁 명품 자리 꿰찬 진화 짝퉁
 
'눕 v7 섭마'라고 불리는 가짜 롤렉스 시계. 시계 표면에 씌우는 포장지에 눕을 뜻하는 'N'자가 보인다. [사진 독자제공]

'눕 v7 섭마'라고 불리는 가짜 롤렉스 시계. 시계 표면에 씌우는 포장지에 눕을 뜻하는 'N'자가 보인다. [사진 독자제공]

'눕 V7 섭마.' 뜻을 알기 어려운 디지털 게임 속 주인공 이름이 아니다. 최근 유행하는 정교한 '짝퉁' 명품 이름 중 하나다. 눕 V7 섭마는 롤렉스 시계의 짝퉁이다. '눕'은 짝퉁 명품을 만드는 공장 이름, 'V7'은 일곱 번째 짝퉁 개선 버전, '섭마'는 롤렉스 시계인 서브마리너의 줄인 말이다. 눕 공장에서 만든 일곱 번째 롤렉스 서브마리너라는 의미다. 'pk 갓버젼'이라는 짝퉁도 있다. 품절로 웃돈 거래가 되는 A사 운동화의 짝퉁이다. pk는 공장 이름, 갓버젼은 완벽하게 베꼈다는 의미다. 
관세청 직원들이 지난해 7월 27일 오전 신청공항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환적화물로 가장한 짝퉁 명품 밀수조직의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관세청 직원들이 지난해 7월 27일 오전 신청공항세관 수출입통관청사에서 환적화물로 가장한 짝퉁 명품 밀수조직의 압수품을 공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태원 뒷골목 등에서 A급, B급, 홍콩제라며 팔던 시시한 품질의 짝퉁 명품이 기형적으로 진화했다. 복제 기술 등의 발달로, 레플리카(Replica·이하 랩)라고 불리는 진품과 구별 자체가 힘든 정교한 짝퉁이 등장하면서다. 진품을 앞에 두고 1대1로 베껴 만들거나, 아예 진품과 같은 재질 또는 실제 진품 부품을 섞어 짝퉁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정부의 집중적인 단속에도 짝퉁 명품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주된 이유다. 
 
이른바 '랩 마니아'들이 모인 카페까지 등장했다. 지난 4일 정식 회원 수가 1만명 가까이 되는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카페. 수백여건의 게시글과 사진을 올려두고, 짝퉁 명품 시계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kw사에서 나온 오메가가 품질이 좋다. 젠(진품을 뜻하는 말)과 구별하기 힘들다.', 'zf 공장에서 만든 짝퉁 시계가 품질이 좋다.', 'K11에서 만든 카르티에 탱크(시계 이름)가 좋다.' 같은 식이다. 
카르티에 18k 금팔찌. 원래 120만원짜리 8돈 금붙이가 세공 과정을 거치면서 750만원에 팔렸다. 오른쪽 사진은 제조업자들이 만든 짝퉁 금팔찌. [사진 부산 동래경찰서]

카르티에 18k 금팔찌. 원래 120만원짜리 8돈 금붙이가 세공 과정을 거치면서 750만원에 팔렸다. 오른쪽 사진은 제조업자들이 만든 짝퉁 금팔찌. [사진 부산 동래경찰서]

진품 시계와 짝퉁 시계 사진을 나란히 올려놓고 비교하는 게시글도 보였다. 예전 A급, B급으로 불렸던 짝퉁 명품 시계를 '후레급(품질이 좋지 않다)'이라며 사지 말라는 글도 보였다. 정교한 짝퉁 시계 구입처를 질문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쇼핑몰 등을 추천했다. 
 
진품과 같은 부속 등 섞어 짝퉁 제작
 
아예 짝퉁 시계를 진품 시계 부품과 섞어 50%, 80% '프랭큰' 작업을 한 시계라며 소개하기도 했다. 정교한 롤렉스 짝퉁 시계에 진품 시계판 등을 이식해 개조한 시계였다. 절반 정도의 진품 부품이 섞이면 50%, 더 많이 섞이면 80%로 통했다. 기형적으로 조합된 짝퉁이어서 정식 매장에 들고 가도 모를 것이라는 댓글까지 보였다. 랩 마니아 카페에서 활동했다는 대구의 한 회원은 "30~40만원 정도의 돈을 입금하면 중국에서 짝퉁 업자들이 국제 우편으로 보통 1대1 제작된 짝퉁 시계 한 점을 보내준다"며 "유명 공장 제작 짝퉁 시계의 경우 그 짝퉁을 베낀 짝퉁이 오는 경우까지 있을 만큼 인기가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캡쳐한 정교한 짝퉁 명품 시계. 진품과 가짜를 비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포털사이트 캡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캡쳐한 정교한 짝퉁 명품 시계. 진품과 가짜를 비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포털사이트 캡쳐]

또 다른 카페엔 운동화, 구두, 점퍼 등 정교한 짝퉁 명품 중고만을 사고파는 디지털 장터가 개설돼 운영 중이었다. 이렇게 기형적으로 진화한 짝퉁 명품은 운동화와 귀금속에도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pk 갓버젼'이라고 검색을 하면 A사 운동화가 여러건 검색된다. 진품 대비 실밥 하나, 천 하나까지 똑같다는 게 pk 갓버젼 판매업자들의 주장이다. 명품 브랜드인 발렌시아가 등의 운동화 짝퉁도 pk 갓버젼이 있다. 
세관에 압수된 롤렉스 시계 등 짝퉁. [중앙포토]

세관에 압수된 롤렉스 시계 등 짝퉁. [중앙포토]

카르티에 금팔찌도 정교한 짝퉁이 많다. 진품과 같은 진짜 금을 이용해 만들어 구별 자체가 힘들다. 명품 브랜드의 짝퉁 귀금속은 주로 국내에서 많이 제작된다. 지난 2월 부산 동래경찰서는 카르티에 등 해외 명품 브랜드 귀금속을 모조해 짝퉁 제품을 팔아온 일당을 붙잡았다. 이들은 명품 브랜드 귀금속 제품을 똑같이 모조하거나 기존에 만들어진 금팔찌 등에 명품 브랜드를 각인하는 수법으로 짝퉁 명품 귀금속을 만들었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은 진품 여부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고 전했다. 이 밖에 의류와 여성용 가방 등도 진품과 같은 재질을 사용한 정교한 짝퉁이 넘쳐난다. 
 
기형적인 짝퉁 단속 어려워 
 
문제는 기형적인 짝퉁 명품은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난해한 이름을 사용해 판매하고, 눈으로 봐선 구별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다 SNS 쇼핑몰이나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카페, 해외 개인 직구 형태로만 거래되기 때문에 적발이 더 어렵다. 쇼핑몰 역시 중국 등 해외에 주소를 둔 쇼핑몰이 대부분이다. 카카오톡으로 연락한 뒤 국내 은행으로 돈을 받고, 중국 등 해외에서 물건을 보내는 '게릴라식' 판매 방식을 사용한다. 실제 기자가 한 SNS 짝퉁 쇼핑몰 판매자와 접촉해 눕 v7 섭마 구매를 의뢰했다. 그랬더니 은행으로 돈을 30만원 입금하라고 했고, 일주일 뒤에 배송받을 수 있다고 했다. 눕 공장에서 만든 정교한 짝퉁 시계가 맞다고 판매자는 강조하면서 원하면 진품 부속 일부를 이식해주겠다고도 했다. 기자가 "우편으로 짝퉁을 어찌 받느냐?"고 했더니, "처리하는 루트가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했던 모조품 운동화들. [사진 서울 종암경찰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했던 모조품 운동화들. [사진 서울 종암경찰서]

한국의류산업협회 지식재산권 보호센터 관계자는 "대량으로 제작해 어설픈 짝퉁을 헐값에 파는 시대는 지나갔다. (예를 들어) 진품 시계를 한 점을 사서 두 개의 짝퉁 시계를 만들 정도로 변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012∼2016년 관세청이 적발한 지식재산권 위반 건수(짝퉁 명품 적발)는 총 1603건으로, 금액으로는 2조8218억원에 이른다. 짝퉁 명품을 제조, 판매하면 상표법 위반이다.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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