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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용인아파트는 왜 허위매물 신고가 많을까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래미안 e편한세상’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사하려고 아파트를 내놓은 지 일주일이 지나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자 급한 마음에 집값을 조금 내렸다. 그러자 몇 시간 후 인터넷 포털에 올라간 매물이 ‘허위매물’로 신고됐다. A씨는 공인중개사에게 “일부 입주민이 전용 84㎡의 경우 8억5000만원 이하 물건을 허위매물로 신고해 거래를 못하게 막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포털에 매물을 올리면 허위매물로 계속 신고를 당해 공인중개사에게 몰래 팔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송파구와 강동구·서대문구 등지에서, 경기도에선 화성 동탄2·위례·용인 기흥역세권 등 남부권에서 많았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공인중개사가 시세보다 가격을 낮춰 내놓고 매수자를 유인하는 이른바 ‘미끼 매물’이 허위매물 신고의 주원인이었지만, 최근엔 ‘집값 담합’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접수된 부동산 허위매물 신고 건수는 2만6375건이다. 지난해 1분기 7557건의 세 배를 넘는 수치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가장 많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KISO는 아파트 입주민의 집값 담합을 허위매물 신고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 근거로 1분기 ‘신고 과열지역’(월 300건 이상 접수)의 신고 건수가 1만3654건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었다는 점을 들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용인(3972건), 화성(2674건), 서울 송파구(1326건), 경기도 수원(1202건), 하남(1108건) 순으로 많았다.
 
본지가 입수한 KISO의 ‘1~3월 월 100건 이상 허위매물 신고 단지’ 자료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20개 아파트가 이름을 올렸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파크리오(395건)와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233건), 성동구 텐즈힐1(195건) 등의 신고 건수가 많았다. 경기도에선 화성 동탄2신도시 힐스테이트동탄(687건)·동탄파크자이(386건), 위례신도시 위례롯데캐슬(470건)·위례사랑으로부영55단지(261건), 용인 기흥역세권지구 기흥역센트럴푸르지오(339건)·기흥역파크푸르지오(286건) 등 입주 중인 새 아파트에서 빈번했다.
 
곽기욱 KISO 연구원은 “특정 지역과 단지에서 신고가 집중된 점을 볼 때 이는 미끼 매물이 아니라 ‘집값 담합’에 의한 것으로 충분히 추론할 수 있다”며 “입주민들이 인터넷 카페 등에서 집값을 올리려고 일정 가격 밑으로 매물이 나오면 허위매물로 신고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 단지 내 중개업소들은 아파트 주민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억원 이하로는 팔지 말자’며 가격 담합을 부추긴다고 전했다. 위례신도시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B씨는 지난 2월 ‘위례롯데캐슬’ 매물을 시세대로 내놓았다가 입주민들에게 ‘허위매물’ 신고를 당했다. 그는 “당시 전용 84㎡ 시세가 9억원 선이었는데 11억원 이하로 팔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B씨는 매물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용인시 기흥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대로 매물을 내놓으면 항의전화는 기본이고 욕설까지 듣는 업소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화성동부지회 관계자는 “주민들의 가격 담합 압력과 허위매물로 속앓이하는 회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단지 주민들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의 한 입주민은 “제값을 받기 위한 것이지 무슨 집값 담합이냐”며 “오히려 중개업소의 호가(부르는 값) 장난이 심하다”고 반박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집값 담합은 대개 부동산 경기가 고점에서 꺾일 때 나타나는데, 그 수법이 허위매물 신고 등 갈수록 고도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정희 국토부 부동산산업과장은 “공인중개사를 압박한 집주인을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할 수 있도록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의 주체가 사업체로 한정되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 등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이 조정을 받는 분위기인 데다 집을 빨리 팔아야 하는 소유주도 있어 집값 담합과 그로 인한 허위매물 신고 증가세가 계속 유지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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