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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 장부거래 의혹…덱스가 뜬다

‘갓시민’.
 
유시민 작가의 ‘선견지명’(?)을 칭송하는 말이 다시 인터넷에 돌고 있다. 국내 5위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네스트의 김익환 대표 등에 대해 6일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거래소 법인계좌에 있는 고객 자금을 빼돌리거나 임의로 투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횡령액은 수백억 원대로 알려졌다. 또 암호화폐 소유자와 매수자를 연결해 주지 않고, 중간에 자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른바 ‘장부거래’로 고객을 속였다는 의미다.
 
지난 1월 JTBC가 마련한 암호화폐 관련한 토론회에서 유시민 작가는 이런 장부거래의 모순과 위험에 대해 지적했다. 당시 유 작가는 “비트코인이 탈중앙화를 표방하고 나왔는데 실제로는 (중앙화된) 거래소를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며 “중개소(거래소)의 존재 자체가 이미 비트코인이 탈중앙에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출처: 미디엄

출처: 미디엄

◇탈중앙화 추구하면서 거래 방식은 중앙화


퀴즈 하나. A가 거래소에 현금을 입금하고 비트코인을 하나 샀다. 그렇다면 A가 현재 완전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자산은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은 ‘1비트코인’이라고 답할 것이다. 조금 더 머리를 썼다면 ‘1비트코인-수수료’ 정도의 답이 나올 법하다.
 
유감스럽게도 정답은 0이다. A가 완벽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자산은 하나도 없다. 그럼, A가 산 비트코인은 어디 있느냐고? 거래소 지갑에 있다.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산다고 그 비트코인이 A의 개인 지갑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다. 그냥 거래소 지갑에 머문다. 대신 거래소는 A의 거래 장부에 1비트코인이라고 기재하고, A는 거래 장부를 통해 1비트코인이라는 잔액을 확인한다.
 
대신, A에게 비트코인을 판 B의 거래 장부에서는 1비트코인을 차감한다. 그리고, 그에 해당하는 현금을 기입한다. 곧, 중앙화된 거래소에서 매매할 때에는 암호화폐의 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거래소 지갑 안에서 암호화폐에 붙은 소유권의 꼬리표가 B에서 A로 바뀔 뿐이다.
 
암호화폐의 이동이 실제 일어나는 건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인출해 개인 지갑으로 옮기거나 다른 거래소 지갑으로 옮기는 경우다. 거래소 안에서 꼬리표만 바꿔 달 때에는 전송 수수료(채굴업자에게 지급)가 없다(물론, 거래소에 매수ㆍ매도 수수료는 내야 한다).
 
국내 투자자 대부분은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그냥 둔다. 비트코인을 다량 보유한 상당수의 지갑은 대형 거래소 지갑이라고 보면 된다(비트코인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부의 편중’이 현실 세계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1%도 안 되는 지갑이 전체 비트코인의 90%를 소유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거래소 지갑 등의 이슈를 간과했기 때문에 빚어진 오해다).
출처: 비트인포차트

출처: 비트인포차트

 
그런데, 장부관리의 권한과 책임은 모두 거래소에 있다. 투자자들은 거래소가 실제 보유 코인과 장부상의 숫자를 잘 맞출 거라고 믿고 거래소를 이용한다. 보유 코인과 장부상의 숫자가 맞는지를 엄격히 따지는 주체가 현재로써는 없다. 
 
중앙화된 거래소의 모습은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추구했던 탈중앙화 정신과는 거리가 멀다.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모든 것은 코드로 보증되기 때문에 별도의 신뢰가 필요없는(trustless) 구조가 덕목인 블록체인에서 신뢰(trust)가 핵심인 거래소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장부상에만 존재…내 코인은 어디에


코인네스트가 장부거래를 한다는 의혹은 암호화폐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종종 제기됐다. 입금이 늦어지거나 출금이 지연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업비트ㆍ빗썸 등 메이저 거래소가 은행 가상계좌와 연계돼 입금 처리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반면, 코인네스트는 법인계좌를 쪼개 쓰는 벌집계좌 방식을 활용해 입출금을 수동 처리해야 했다. 아예 현금 입금 계좌 안내란에는 ‘입금 메모를 잘못 쓰면 입금이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한 투자자의 코인네스트 사무실 습격 사건이 대표적이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가 4억 원이 넘는 돈을 코인네스트에 입금했는데 몇 주간 실제 입금이 이뤄지지 않자, 골프채를 들고 직접 사무실을 찾아가 거칠게 항의했다. 
 
이를 목격한 투자자들이 현장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됐다. 당시 투자자들은 “직접 찾아가 항의하니 그 자리에서 입금 처리를 해 주더라”고 말해 코인네스트 측이 고의로 입금을 미룬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출처: 디시인사이드

출처: 디시인사이드

 
또, 암호화폐를 출금할 때 다른 거래소에 비해 유난히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잦았다. 회사 측은 블록체인 거래가 폭주하면서 거래 승인이 지연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거래소에서의 출금은 빨리 이뤄지는 터라 블록체인 상의 문제라기보다는 회사 측이 고의로 전송 작업을 늦추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검찰의 추정대로 코인네스트가 장부거래를 했다면 일어났을 법한 일이다. 곧, 있지도 않은 암호화폐를 투자자들에게 팔았다면,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거래소 지갑에서 꺼내려고 할 때 바로 줄 수가 없다. 
 
다른 곳에서 암호화폐를 구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지연을 핑계 삼는 식이다.
 
장부거래는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 초기에는 암암리에 이뤄진다.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충분한 유동성 확보가 필수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을 사려는 사람은 있는데 팔 수 있는 물량이 없다면 그 거래소에서는 이상 가격이 형성되고, 투자자들은 정상 가격이 형성된 거래소로 떠나버린다. 거래소 자체로 암호화폐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2016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새로 영업을 시작하는 거래소는 암호화폐 유동성 확보에 상당한 돈을 써야 했다. 거래소들이 종종 새로 상장한 암호화폐를 입금하는 고객에게 페이백 이벤트를 벌이는 이유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다.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설립 초기 유동성 문제를 글로벌 거래소인 비트렉스와의 제휴를 통해 해결했다. 그런데 매매는 가능한데 상당수 암호화폐의 지갑을 만들지 않았다. 곧, 암호화폐 거래는 되지만 입출금은 할 수 없다는 의미다. 
 
향후 순차적으로 지갑을 만든다고 했지만 일부는 장부거래를 의심했다. 있지도 않은 암호화폐를 업비트 장부상에서만 사고 파는 식으로 조작한다는 의혹이었다.
 
이에 대해 김형년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부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당장 거래소가 폐쇄돼도 모든 현금과 코인을 고객에게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트래픽이 몰려 서버가 다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입출금 기능 없이 일단 거래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며 “코인 보유 의혹을 해명하려고 보관용 지갑(하드월렛)에 있는 코인과 거래 원장에 있는 코인을 비교해 회계사의 공증을 받았다”고 말했다.
 
◇거래소 안 거치고 직접 코인 바꾼다
일본 거래소 코인체크 해킹 사태, 코인네스트 장부 거래 의혹 등 중앙화된 거래소의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나오는 대안은 ‘탈중앙화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 DEX)’다. 개인 간 거래(P2P) 방식으로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계해 준다. 
 
곧, 중앙화된 거래소가 거래를 중개하는 것에 더해 투자자의 자산 보관까지 한다면, 탈중앙화 거래소는 거래를 중개만 한다. 자산은 개인 지갑에 보관되고 P2P로 직접 이동한다. 거래소를 거치지 않는다.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도 거래소 자체에는 자산을 전혀 보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털릴 자산 자체가 없다. 개인 간 지갑으로 직접 이동하기 때문에 장부거래의 위험도 없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그러나, 매수ㆍ매도자를 일치시켜야 한다.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거래소 이용자가 많아야 한다는 의미다. 또 중앙화된 거래소는 거래소가 나서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탈중앙화 거래소는 그런 역할을 하는 주체가 없다. 게다가 일부 개인들 가운데는 거래소보다 더 해킹에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수수료도 지금 거래소에 내는 수수료가 암호화폐 전송 수수료보다 저렴하다.
  
출처: 월드코인인덱스

출처: 월드코인인덱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탈중앙화 거래소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기술 발전을 통해 지금의 비효율적인 모습이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아토믹 스왑(Atomic Swap)이다. 원래 이름은 ‘아토믹 크로스-체인 트레이딩(Atomic Cross-chain Trading)’인다. 두 사람이 서로 교환을 한다는 약속에 기반해 거래가 이뤄진다. 
 
아토믹스왑이 적용되면 거래소가 없어도 코인 간 교환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아토믹스왑을 적용하면 A가 들고 있는 비트코인 한 개와 B가 가지고 있는 라이트코인 60개를 법정화폐(원화)를 거쳐 교환하는 일 없이 바로 바꿀 수 있다.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은 지난해 11월 아토믹스왑에 성공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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