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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50세에 대장암이면 딸은 40세에 꼭 내시경을

유전성 대장암 막으려면
권모(여·37세)씨는 요즘 고민에 빠져 있다. 어머니가 대장암 진단을 받아 수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어머니 병 간호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생기면서도 자신부터 대장 검사를 받아 봐야 하지 않을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외삼촌이 49세에 대장암으로 사망한 후 가족들 사이에 암에 대한 공포가 스며 들어 있던 터였다.
 
대장암은 유방암과 함께 가족 단위 발생이 많은 암이다. 대장암 환자의 20~25%는 가족력이 있다. 1차 직계 가족인 부모, 형제자매, 자녀 중에 대장암 환자가 한 명 있으면 대장암에 걸릴 위험도는 2~3배 증가한다. 또한 대장암 발병이 두 명이거나, 혹은 한 명이라도 50세 미만에 발병했다면 위험도는 3~4배 증가한다.
 
우리 의학계의 대장암 검진 권고안은 45~80세 사이에 1~2년 간격으로 분변잠혈검사를 시행하는 것이고 필요에 따라 대장내시경을 선택적으로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서가 있다. 대장암 위험 인자가 특별히 없는 일반인이 대상이라는 것이다.
 
부모 형제 중에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최근 우리나라와 국제 권고안을 종합해 보면 분변잠혈검사 단계를 거칠 것 없이 40세에 바로 대장내시경을 받는 것이 좋다. 부모 형제 중 두 명 이상의 대장암환자가 있거나, 한 명이라도 60세 이전에 발병했다면 그 직계 가족들은 40세부터, 또는 대장암 환자의 진단 당시 나이보다 10년 먼저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유방암과 함께 가족 단위 발생 많아
 
대장암의 가족력이 있다는 것은 대장암에 취약한 유전적 소인을 물려 받은 것일 수도 있고, 어려서부터 식습관, 생활 습관을 공유하면서 나타난 결과일 수도 있다. 대장암 중 확연히 유전성 대장암이라고 알려진 질환은 린치 증후군과 가족성선종성용종증이 대표적이다. 각각 전체 대장암의 2~3%와 0.5% 정도를 차지한다. 두 질환 모두 환자의 자녀에게 대장암이 유전될 확률은 50%이다.
 
린치 증후군은 세포분열 과정에서 DNA가 실수 없이 정확히 복제될 수 있도록 수호천사 역할을 하는 유전자인 DNA부정합복구유전자에 선천적인 돌연변이가 있을 때 발생한다. 암이란 세포 내에 유전자의 후천적 돌연변이들이 쌓여서 발생하는 질환이니 몸 안의 세포들에 돌연변이들이 마구 발생하는 상황이 되면 당연히 암도 발생하기 쉽다.
 
조기 발견·관리하면 수명 차이 없어
 
린치 증후군에서 다양한 유전자들에 수많은 돌연변이들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대장암뿐일까. 사실 여성의 경우에는 대장암뿐 아니라 자궁내막암도 문제다. 린치증후군이 있으면 평생 대장암이 걸릴 가능성은 70~80%에 달하고, 자궁내막암 가능성 역시 60~70%에 이르므로 대장내시경뿐 아니라 자궁내막암 검진도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보통 자궁암이라 하면 자궁경부암을 떠올리게 된다. 자궁경부암은 면봉 하나로 이루어지는 ‘팝스메어’라는 세포 검사로 간단히 진단한다. 하지만 자궁내막암은 자궁경부암과는 달리 흔치 않은 암이며 질초음파와 자궁내막조직검사 등을 통한 산부인과 전문의의 심도 있는 검진이 필수적이다. 린치 증후군에서는 대장암·자궁내막암 외에도 난소암·위암·간암·췌담도암·신장암 등 다양한 암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다.
 
권모씨의 어머니는 드디어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 요즘은 대장암 수술 후에 대장암 절제 조직을 이용해 유전성대장암 선별검사(현미부수체불안정성 검사 또는 부정합교정복구단백질 면역화학염색법)를 받는다. 예상했던 대로 권모씨의 어머니는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됐고, 추가적인 유전자서열 검사를 통해 4개의 DNA부정합복구유전자 중 하나인 MSH2라는 유전자에서 선천적인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린치증후군이 확진된 것이다.
유전성 대장암이 확진되면, 직계 가족의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해야 한다. 부담을 느껴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에서 유전자 검사를 피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러다 가족 중에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환자와 동일한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비교적 젊은 나이부터 대장암 검진을 시작해야 하며, 다른 장기에 발생할 수 있는 암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방식으로 조기 검진을 해야 한다. 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의 기회가 매우 높으므로, 정확한 유전자 진단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경우에는 유전성 대장암 가계라 할지라도 평균 수명에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유전성암의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과 함께 전문적이고도 사려 깊은 유전 및 심리 상담이 제공되어야 하며, 검진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다발성 선종 발생하면 대장 절제술
 
어머니 수술이 끝난 후 권모씨는 대장내시경을 받았고, 다행히 작은 용종만 하나 발견돼 간단한 내시경용종절제술로 치료할 수 있었다. 유전자 검사에서는 어머니와 같이 MSH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음이 확인됐다. 일반인과 같은 50세 이후 5년 간격의 대장내시경으로는 충분치 못하므로, 권모씨는 매년 대장 및 위내시경을 받기로 했고 산부인과에 들러 자궁내막암 검진도 신청했다. 자녀들은 아직 초등학생이지만 역시 유전자 검사를 받기로 했다. 린치증후군의 경우 빠르면 청년기에도 대장암이 생길 수 있어서 20세부터 대장내시경 받을 것을 권고한다. 유전자 검사로 조기 검진의 대상이 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린치증후군 말고 또 다른 대표적인 유전성대장암인 가족성선종성용종증은 12세부터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가족성선종성용종증은 사춘기나 청년기에 수백 개에서 수천 개에 이르는 다발성 선종들이 발생해 결국은 대장암으로 100% 이행하는 병이다. 유전자 진단으로 확진하고, 대장에 다발성 선종이 발생하면 전대장절제술을 시행한다. 린치증후군이나 가족성선종성용종증이나 대장절제술을 받더라도 보통 항문괄약근 기능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비록 일반인들보다 화장실은 자주 가게 되지만, 외견상으로 수술 상처 외에 큰 문제는 없다.
 
대장암 가족력, 이전에 용종을 제거했던 병력, 만성염증성 장질환, 유전성 대장암 등 대장암 고위험군에 속하거나, 혈변, 배변 습관 변화 등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아직 젊은 나이라도 대장내시경으로 적극적인 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각자의 상황에 맞게 검진의 시기와 방법도 맞춤형으로 가야 한다.
 
장동경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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