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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경차의 배신···매연 많이 뿜는데 통행료 할인은 1조


[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고속도로서 배기가스 더 뿜는 경차, 통행료 할인만 1조원
 
경차는 각종 세제 감면에 통행료 할인, 주차비 할인 등의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중앙포토]

경차는 각종 세제 감면에 통행료 할인, 주차비 할인 등의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중앙포토]

 현존하는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제도 중에 가장 고참은 단연 '경차' 할인입니다. 1996년에 도입됐는데요. 경차 보급 확대를 통해 중대형차 선호 등 과소비 현상을 억제하고, 주차난과 교통난도 완화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현재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뿐 아니라 취등록세 면제, 유류세 환급 등 다양한 세제 혜택도 주어지고 있는데요. 2008년에는 통행료 할인 대상이 기존 배기량 800cc 미만에서 1000cc 미만으로 확대됐습니다. 
 
경차, 21년간 통행료 할인 1조원   
 통행료 할인규모도 점점 늘어나 1996년 33억원 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860억원 안팎까지 증가했는데요. 96년부터 지난해까지 21년간 누적 할인액만 1조 170억원에 달합니다. 
 
 그 사이 경차는 한때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약 2250만대)의 8%정도인 180만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경차 시장도 갈수록 정체 또는 줄어드는 추세라고 하는데요.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중대형차를 선호하게 된 데다 최근에는 수소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더 주목을 받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요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경차와 관련해 새롭게 주목받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2009년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시행한 연구인데요. 휘발유 경차(800cc) 와 중형승용차(2000cc)를 대상으로 속도별로 연비와 배출가스를 측정했습니다. 
 
 시속 60㎞, 80㎞, 100㎞, 120㎞로 나눠 시험한 결과, 경차와 중형차 모두 60㎞에서 연비가 가장 좋았습니다. 또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불리는 이산화탄소(CO2)와 대기오염물질인 일산화탄소(CO), 총 탄화수소(THC), 질소산화물(NOx)의 배출량도 적었는데요. 
 
시속 100㎞ 넘으면 배기가스 급증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주행하는 속도인 시속 100㎞로 올라가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시속 60㎞ 때 경차의 CO2 배출량이 1이었다면 100㎞에서는 1.46으로 늘어났는데요. 반면 중형차는 1.11에서 1.39로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적었습니다. 시속 120㎞에서 경차는 1.86, 중형차는 1.63으로 그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CO 등 대기오염물질 역시 경차가 시속 60㎞일 때 배출량이 1이었다면 100㎞는 8.66, 120㎞에선 무려 23.0으로 급증합니다. 반면 중형차는 0.37→4.03→4.74였는데요. 당시 국립환경연구원에서는 "출력이 낮은 경차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연료를 과다 소모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사이 경차 성능도 향상됐겠지만, 기본적인 차이는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이처럼 대기오염물질을 더 많이 뿜어내는 경차에 대해 통행료 할인을 계속해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교통전문가는 "애초 경차 통행료 할인을 도입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며 "경차가 내야 할 통행료를 다른 차량 운전자가 대신 내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합니다.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제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제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또 다른 전문가는 "과거 경차 보급을 늘리려던 취지와 유사한 것이 수소차, 전기차 같은 친환경 차"라며 "이제는 친환경 차 보급 확대를 위한 지원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이미 오랜 시간 적용해온 할인제도를 축소하거나 없애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선 기존 경차 운전자가 강하게 반발할 겁니다. 경차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도 연동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도공, 연간 통행료 감면만 4000억원  
 하지만 한국고속도로공사가 시행 중인 6종의 통행료 할인·면제 규모가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당초 3000억 원대이던 통행료 할인·면제 규모는 정부가 지난해 추석부터 정식 도입한 '설·추석 명절 통행료 면제'로 1000억원이 더 보태졌습니다.  
 
 한 가지만 더 꼽자면 출·퇴근 시간대 승용차 통행료 할인 제도도 사실 문제가 많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전문가들의 반대를 외면하고 도입한 제도인데요. 지금까지 할인금액만 4370억원에 달합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당시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면서, 자가용 운행에 할인 혜택을 주는 정책은 이율배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선진국에서는 출퇴근 시간 등 피크타임에는 오히려 통행료를 더 높게 받아 통행량을 줄이는 정책을 쓴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 제도 역시 10년간 운영돼온 탓에 손보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시대 변화와 흐름에 맞게 낡거나 애초 취지와 달라진 할인제도는 과감하게 정리 또는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재 27조원에 달하는 도로공사의 막대한 부채도 부담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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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지 않은 어려움은 있겠지만, 현행 고속도로 통행료 제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과 정비, 그리고 친환경 차 등 미래형 자동차에 대한 지원 확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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