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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중, 비핵화 협상 전에 대북제재 허무려는가

남북 정상회담을 3주여 앞둔 어제 경호와 의전, 보도 사항을 협의하는 실무회담이 열렸다. 전운이 감돌던 북핵 문제가 대화의 틀 속으로 진입한 모양새여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직은 비핵화 관련 어떤 합의도 이뤄진 게 없다. 갈 길이 멀다는 걸 뜻한다. 한데 벌써부터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한 국제사회의 제재 대열이 흔들릴 조짐을 보여 걱정이다.
 
지난달 말 북·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부터 느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중앙정부의 공식 발표보다 접경지대 행정기관들의 실제 통제 수준이 훨씬 중요하다. 그런데 랴오닝성 단둥시의 일부 기업이 최근 북한 노동자를 돌려보내는 절차를 멈췄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는 외국에서 취업 중인 북한 노동자를 24개월 내 송환토록 규정했다. 그동안 이 결의에 따르던 중국이 북·중 정상회담 이후 더 이상 송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 초 중국 지린성 허룽시로 400여 명의 북한 여성 노동자가 새로 파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해 9월 발효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한 신규 노동허가증 발급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 또한 무력화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론 유엔 결의 준수를 강조한다. 하지만 중국은 눈치로 움직이는 사회다. 북·중 정상이 웃으며 우의를 과시한 모습이 중국 지방정부나 상인들에겐 고무적으로 비쳤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노동신문은 어제 “우리 주도로 가장 강한 운전대를 틀어쥐었다”고 말했다. 한반도 정세 변화가 북한 뜻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에 나서게 된 건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과 국제사회의 일치된 제재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또 제재가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건 ‘빈틈’으로 여겨지던 중국이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비록 북한과 특수관계이긴 하지만 북핵만큼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중국의 의지가 배경이 됐다.
 
이 같은 중국의 초심이 흔들려선 안 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 무역 압박이 극대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 카드’를 쓰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을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 문제는 한반도와 중국 등 동아시아 전체의 운명과 결부된 사안인 데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말을 낳을 정도로 고비를 맞고 있는 시점이다. 실패할 경우 동북아에 핵 도미노 현상이 벌어져 중국으로서도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나 평화체제 구축 모두 중국의 역할 없이는 어렵다.
 
우리 정부도 섣부른 남·북·미 3자대화 운운으로 중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또한 “남북이 합의한 48개 협력사업 중 약 20개는 유엔 제재 결의와 무관하게 할 수 있다”며 우리가 먼저 대북제재를 허물 듯한 신호를 보내는 것도 금물이다. 우리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누구를 탓할 수 있겠나. 남북 교류에서 행여 대북제재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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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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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