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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쓰레기통 닫은 중국, 시작은 영화 '소료왕국' 쇼크

‘더 이상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겠다’ 중국발 쓰레기대란 이제 시작 

 
[조현숙의 글로벌 J카페]
 
소료왕국(塑料王國). ‘소료’는 중국어로 플라스틱을 뜻한다. 영어로는 ‘플라스틱 차이나’. 왕지우리앙(王久良) 감독이 연출해 2016년 선보인 중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이다. 영화엔 알려지지 않은 중국의 현실이 담겨있다. 폐플라스틱 처리 공장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의 얘기다.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산 옆에서 이들은 살아간다. 플라스틱을 태울 때 나오는 지독한 연기와 액체 속에서 먹고 마시고 잠을 잔다. 그리고 원인 모를 병에 시달린다. 중국인도 몰랐던 중국의 현실이다. 영화는 개봉과 함께 중국 전역에 충격을 가져다줬다.  
 
‘더는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겠다’. 지난해 7월 중국 정부는 이렇게 선언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폐종이 같은 폐자재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는 중국 내 환경 운동으로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외국으로부터의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자는 중국 내 사회 운동의 영향으로 중국 정부가 이렇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 선언은 한국의 쓰레기 수거 대란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홍콩 차이완 항만에 정박돼 있는 폐기물 운송선. [EPA=연합뉴스]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 선언은 한국의 쓰레기 수거 대란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9월 홍콩 차이완 항만에 정박돼 있는 폐기물 운송선. [EPA=연합뉴스]

 
세계를 오가는 무역 상품 중에 새 제품만 있는 건 아니다. 폐플라스틱과 폐종이, 폐가전제품 같은 쓰레기도 돈을 주고받으며 거래되는 엄연한 무역 상품이다. 관장하는 국제기구가 세계무역기구인 이유다. 
 
세계무역기구를 향한 중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 공표가 단순한 선언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쓰레기 수입 국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은 730만t의 폐플라스틱ㆍ비닐을 수입했다. 금액으로는 37억 달러에 달한다. 
 
세계 폐플라스틱ㆍ비닐 수입량의 절반 이상인 56%를 차지하는 규모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으로 폐플라스틱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다. 물론 한국도 한몫한다.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 포스터. [자료 CNEX]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 포스터. [자료 CNEX]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0여년간 중국은 세계의 재활용 수거통 역할을 했다”며 “2016년 미국은 폐플라스틱ㆍ비닐을 포함해 폐종이, 고철 등 1600만t을 수출했고 52억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올림픽 개최 기준에 맞는 수영장 1만 개 이상을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전했다.  
 
1980년대 이후 중국은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자원 부족에 시달렸다. 폐가전, 고철, 폐플라스틱 수입은 싼값에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폐기물 수입은 지난 30년간 중국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했다”고 짚었다. 
 
시간이 흘러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오염 물질이 중국의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고도성장 후 경제가 궤도에 오르면서 중국인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는 수면 아래 있던 폐쓰레기 수입ㆍ처리에 대해 중국인이 불만을 터뜨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겠다며 폐기물 수입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2005년 광동 구이유 지역의 폐전선 처리 업체. [EPA=연합뉴스]

중국은 더 이상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겠다며 폐기물 수입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2005년 광동 구이유 지역의 폐전선 처리 업체. [EPA=연합뉴스]

 
중국의 갑작스러운 쓰레기 수입 중단 선언에 주요 쓰레기 수출국은 ‘패닉’에 빠졌다. 쓰레기도 처리하고, 돈도 버는 요긴한 창구가 사라질 위기라서다. 
 
지난해 연말 중국이 폐비닐ㆍ종이 쓰레기 수입 중단에 들어가자 미국ㆍ영국ㆍ독일 등 주요 쓰레기 수출국의 반발이 쏟아졌다. WTO에 항의도 하고 중재도 요청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23일 WTO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중국의 폐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한 우려 입장을 밝힌 것도 그 일환이다.
 
중국은 꿈쩍하지 않았다. 올해부터 각국 내에서 쓰레기 처리 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이어졌다. 
 
우려는 현실이 돼 가는 분위기다. 지난주와 이번 주 국내 재활용 업체의 수거 중단으로 벌어졌던 쓰레기 대란은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단행한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 여파가 뒤늦게 한국을 덮쳤다. 한국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 속에 사전 대응이 없었던 탓에 갑작스러운 변화로 느껴질 뿐이다.  
 
지난 1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인근 아파트. 플라스틱을 수거해 가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중앙포토]

지난 1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라동 인근 아파트. 플라스틱을 수거해 가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중앙포토]

 
한국에서 이번엔 폐비닐ㆍ스티로폼만 문제가 됐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쓰레기 수입 중단 기조를 고려하면 수입 중단 대상은 고철, 폐종이, 폐가전제품 등으로 더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이 갑자기 노선을 바꿔 폐자재 전면 수입 재개를 선언할 가능성은 작다. 미국의 소리(VOA)는 “중국은 급증하는 자국 내 쓰레기 처리 문제와의 전쟁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사라진 ‘세계의 쓰레기통’ 탓에 각국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중이다. 대량으로 쏟아지는 쓰레기를 자국 내에서 처리하지 못한다면 결국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매년 수입해 재활용했던 700여 만t의 플라스틱과 2900만t의 종이가 이제는 말 그대로 버려지게 된다”며 “이것은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수출돼 폐기될 텐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낭비”라고 진단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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