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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가전, 그냥 할부로 살까 vs 렌털해서 AS 걱정 없이 쓸까

결혼 10년 차 주부인 장미영(38) 씨는 얼마 전 새집으로 이사하면서 살림살이를 대거 사들였다. 결혼할 때 샀던 대형 가전을 대부분 바꾸면서 장 씨가 가장 자주 한 고민은 ‘렌털’이었다. 새집 장만을 하느라 자금 사정은 여의치 않았고, 낡은 살림살이는 바꾸고 싶었다. 
 
장 씨는 공기청정기(12평형)와 정수기는 물론 TV(55인치)와 김치냉장고(327L)를 3년 약정으로 렌털했다. 이들 가전 렌털 비용으로 총 월 13만원. 여기에 제휴 신용카드를 만들어 2만원을 할인 받아 매월 11만원을 낸다.

약정 기간 동안 AS는 물론 공기청정기와 정수기는 필터 교체, 청소까지 해준다. 장 씨는 “어차피 3년 후에는 내 소유가 되니 무이자 할부로 샀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살까, 빌릴까.’ 요즘 새 제품을 사기에 앞서 장 씨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를 아끼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영향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불황이 일상이 돼 버리면서 당장 저렴한 비용으로 이런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렌털이 돌파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이유다. 혼자 사는데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인 제품을 구매하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55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8.5%를 차지한다. 2000년(222만명)의 두 배 규모다.  
 
찾는 사람이 늘자 ‘인생 빼고 다 빌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다양한 렌털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가전제품·자동차·명품 같은 고가 상품에 이어 침대·가방·미술품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최근엔 애완견을 빌려주는 업체도 생겼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털시장 규모는 2011년 19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8조7000억원으로 커졌다. 2020년엔 40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리사가 정수기를 검사하고 있는 모습.

관리사가 정수기를 검사하고 있는 모습.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렌털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생활가전이다. 시장조사업체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해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렌털 서비스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소 제품 구매에 앞서 렌털 서비스를 먼저 고려하게 되는 품목’으로 정수기(47.8%), 공기청정기(25.5%), 안마의자(25.1%)가 꼽혔다.
 
렌털은 일정 기간 해당 제품을 쓰겠다고 약정하고 그 기간에 매월 일정액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가전의 경우 약정 기간이 끝내면 제품을 소유하게 된다. 사실상 약정 기간 동안 무이자 할부로 값을 치르는 셈이다. 당장 목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예컨대 출고가가 360만원인 LG 올레드 TV(55인치)를 사려면 목돈이 필요하거나 할부 이자를 내고 구매해야 한다. 렌털하면 월 5만9900원(36개월)씩 내면 된다. 
 
공기청정기나 정수기처럼 관리가 필요한 제품은 약정 기간 동안 무료로 AS나 제품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정수기는 평균 4~6개월에 한 번씩 관리사가 집으로 방문해 필터 교환, 청소 등을 한다.  
 
렌털 시장이 커지고 다양한 렌털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면서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렌털 시장이 커지고 다양한 렌털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면서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문제는 약정 기간이 끝나기 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다. 위약금 등의 계약 취소 비용을 물어야 한다. 부피가 큰 제품일 경우 제품 수거 비용에 물류비, 설치비까지 부과하기도 한다. 안마의자가 대표적이다.  A안마의자를 월 3만9900원(3년 약정)을 내고 이용하다가 1년 만에 계약 해지할 경우 내야 하는 위약금은 72만원 정도 된다. 남은 계약 기간 렌털 비용의 30%에 해당하는 32만원, 제품 수거에 따른 물류비 20만원, 등록비 20만원 등이다.
 
그래서 계약 기간이 짧을수록 유리하지만, 매월 내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싶다면 어떤 게 유리한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예컨대 삼성 무풍 에어컨(16평형) 렌털 비용은 3년 약정으로 계약하면 월 7만4000원이지만 5년을 선택하면 4만9000원이다. 엄홍석 GS샵 토탈서비스팀 차장은 “처음 사용하는 제품이라면 일단 써보는 차원에서 계약 기간을 짧게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구형 모델일수록 렌털보다 사는 것이 비용 절감에 효과적일 수 있다. 새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이전 모델의 가격 할인 폭이 큰 데다 유통 업체별로 가격 할인이나 무이자 할부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삼성 HUD TV(55인치)를 렌털하면 월 6만2000원(36개월)을 내야 한다. 3년간 총 223만원이다. 현재 유통업체에서 이 제품은 100만원 후반에 살 수 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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