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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 코드’ 압박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

대표적 지한파 학자인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박사는 지난달 하순 1년여 몸담았던 세종연구소를 떠났다. 세종-LS 객원연구위원으로 초빙받아 연구와 활발한 기고·강연 활동을 해 온 그가 갑자기 짐을 싼 건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연구소 핵심 관계자는 3일 “문재인 정부의 대북 및 외교안보 정책에 비판적 성향을 보였다는 이유로 연구소 측에 청와대 등으로부터 압박이 심했다”고 전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 S박사는 최근 사표를 냈다. 지난 1월 JTBC 토론 프로에 출연했던 게 화근이 됐다. 발언 내용뿐 아니라 “왜 토론자 배치 때 야당 쪽에 앉았냐”는 문제 제기가 청와대와 외교부 측으로부터 쏟아졌다. 팀장 보직은 내정 사흘 만에 없던 일이 됐고 “외부 활동을 금지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S 박사는 결국 민간 연구소로 전직을 결심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안보 관련 연구기관과 박사·전문가 그룹이 ‘코드 몸살’을 앓고 있다. 국책 연구소나 정부 입김이 센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자제와 홍보성 기고, 방송 출연 등의 주문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청와대와 외교안보라인 정부부처가 노골적 간섭에 나섰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천안함 폭침 도발 주범으로 지목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방한으로 논란이 일었던 2월 하순, 국책 연구기관과 국책 TV 방송에는 “천안함을 언급 말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언론 기고에 대한 세밀한 사전 검토와 모니터링도 이뤄졌다. 2월 말 국방연구원을 퇴직한 정상돈 박사는 중앙일보와 만나 “신문에 기고하려던 원고를 문제 삼은 고위 인사가 ‘정부 정책에 맞춰야 한다. 왜 눈치가 없냐’며 직접 붉은 펜으로 껄끄러운 대목 세 곳을 삭제해 버렸다”고 말했다. 퇴임 직전까지 검열성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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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비판적 입장인 탈북 인사의 경우 TV 출연이나 강연에서 배제당하고 있다. 탈북 1호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최근 종편에서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그 여자’로 호칭했다가 한 달간 출연정지를 당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경우 요즘 공개활동을 찾아보기 힘들다. 안찬일 소장은 “탈북자 사회에선 블랙리스트보다 탈북자를 걸러내는 노스(north)리스트가 더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군부대 강연 등으로 생계를 꾸리던 탈북자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보수 성향 단체의 경우 직격탄을 맞았다. 북한연구소는 1만 부 가까이 발행하던 월간 ‘북한’ 발행 부수를 5000부 수준으로 줄였다. 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이 단체 구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중지로 관련 업체가 고사 상태”라고 귀띔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권의 문화계 인사 ‘블랙리스트’를 대표적 적폐로 꼽아 단죄에 나섰다. 하지만 통일·안보 분야 기관과 학자를 대상으로 한 간섭이 도를 넘자 “사실상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다. 또 다른 적폐를 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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