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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도다리가 가장 맛 좋다? 천만의 말씀

이택희의 맛따라기 
‘봄 도다리’라는 말이 국민의 상식처럼 됐다. 해양수산부는 ‘3월의 수산물’로 도다리를 선정했다. “도다리는 제철인 3~4월에 가장 맛이 좋다”는 이유다. 이 말은 오류에 가깝다. 도다리 상식 가운데 그런 게 많다. 우선 봄이 제철인지는 아리송하다. 3~4월에 가장 많이 잡히지만 맛있을 때는 6~9월이다. 그런데 왜 봄만 되면 도다리쑥국을 찾을까. 도다리의 진실을 알아보러 경남 통영으로 갔다.
 
도다리는 귀한 생선이다. 남해안 어민들은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라 부른다. 사진은 문치가자미다.

도다리는 귀한 생선이다. 남해안 어민들은 ‘문치가자미’를 도다리라 부른다. 사진은 문치가자미다.

우리가 아는 도다리라는 이름도 진실은 아니다. 일반인은 도다리를 본 적이 거의 없다. 드물게 몇 마리만 잡히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온 도다리 대부분은 사실 ‘문치가자미’다. 그걸 어민들이 도다리라 부른다(이 기사의 ‘도다리’도 그렇다). 지난달 28일 통영에 새 판을 벌린 김현정(43) 셰프를 만나 종일 도다리를 탐구하고 도다리 스테이크를 해 먹었다.
 

도다리 주산지 견유위판장
 
이른 아침 통영 견유 위판장에서 도다리를 분류하는 어민.

이른 아침 통영 견유 위판장에서 도다리를 분류하는 어민.

오전 4시 통영시 용남면에 있는 견유위판장에 불이 켜졌다. 위판장은 충무공이 학익진을 펼친 견내량을 끼고 자리잡았다. 어민들은 “도다리가 가장 많이 나오고 가장 비싼 곳”이라고 자랑했다. 불이 켜지자 하나 둘 나와 전날 잡은 활어들을 등급별로 바구니에 나눠 수조에 담가 놨다. 그 시간 어선들은 조업하러 출항했다.
 
위판장은 소형어선 전문이어서 수산물이 다양하다. 넓미역부터 군소·돌낙지·해삼·볼락·털게·졸복…. 그래도 도다리가 가장 많았다. 알배기나 커도 몸통이 얇은 놈(쑥국용), 작아도 살이 오른 놈(포 뜨는 횟감), 작거나 덜 자란 놈(뼈 썰기 횟감)으로 나뉘어 있었다. 5시가 되자 경매사가 어종·수량을 부르기 시작했다. 빨간 모자를 쓴 중매인들은 옷깃에 손을 감추고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 가격을 불렀다. 도다리 1㎏에 6만원~7만7000원. 최고 9만원이던 26일보다 낮고, 6만~7만5000원 한 전날보다는 약간 높았다.
 
서호시장의 쑥·도다리·도다리쑥국
 
오전 6시 서호시장에서 쑥과 도다리를 살폈다. 쑥은 누가 봐도 구별할 만큼 다른 2가지가 있었다. 가늘고 긴 푸른 줄기에 잎이 여린 것과 키가 작고 붉은 밑동에 포기가 또렷하면서 잎에 하얀 잔털이 많은 것을 나란히 놓고 팔았다. 상인은 키가 큰 쑥은 제주도 비닐하우스산, 키 작은 것은 통영 미륵도나 한산도 노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도다리쑥국. 맹물에 소금만 넣고 끓여 시원한 맛을 낸다.

도다리쑥국. 맹물에 소금만 넣고 끓여 시원한 맛을 낸다.

김 셰프의 안내로 시장 안 ‘마산보리밥(서호시장 1층 5~6호)’에 들어가 도다리쑥국(1만5000원)을 주문했다. 도다리쑥국 끓이는 과정을 지켜봤다. 손질해 토막 친 도다리와 나박 썬 무를 맹물에 넣고 굵은 소금 약간 쳐 끓이다가 쑥과 어슷하게 썬 대파를 한 줌씩 넣었다. 그 위에 다진 마늘 한 술 얹고 고운 소금으로 간 맞추면 끝이다. 쑥은 자연산으로 보였는데 먹다 보니 재배 쑥도 섞여 있었다.
 
멸치국물이나 간장은 쓰지 않고 맹물에 소금이 가장 시원하다고 했다. 인공조미료는 언제 넣느냐고 물었다. 주인은 “그거 넣으면 맛이 밍밍해져서 도다리쑥국 버린다”고 펄쩍 뛰면서 “도다리쑥국은 3월부터 4월 초까지 맛있고 그때 지나면 맛이 없어진다”고 덧붙였다. 어민들 얘기를 들으니 예전엔 무·대파도 넣지 않았다고 한다. 9가지 반찬과 함께 나온 도다리쑥국은 세숫대야 같은 대접이 넘칠 듯 푸짐했다. 반찬은 서울보다 간이 심심했다. 깔끔한 시원함에 달보드레한 국물이 쑥 향과 차분하게 어우러진 맛이다. 국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서호시장 노점에서는 살아있는 도다리를 1㎏ 1만5000원에 팔았다. 견유위판장 경매가는 최하 6만원이었는데 무슨 곡절인지 궁금했다.
 

50년 어부에게 듣는 도다리 얘기
 
견유위판장으로 다시 갔다. 막 귀항한 1.64t 연안자망 어선 ‘경창호’ 선주 이승윤(64)씨를 만났다. 열다섯 살부터 배를 탄 50년 어부다. 그는 바다에 나가면 날마다 수온을 재고 기록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오랜 세월 날씨와 조업 상황을 날마다 기록한 일지를 요즘도 쓰고 있다. 그의 얘기를 들었다.
 
도다리 조업은 5~10마일(1마일=1609.344m) 해상인 한산도·미륵도 연안에서 한다. 연안에 주로 사는 도다리는 수온 15~25도를 좋아한다. 15도보다 내려가면 바닥에서 펄을 덮고 움직이지 않는다. 남해 도다리는 12~2월 산란하러 연안으로 나와 ‘알을 쏟은’ 뒤에도 영양 보충을 위해 한동안 머문다. 봄에 도다리가 많이 잡히는 이유다. 봄에 도다리 10㎏을 잡아 활어로 싣고 들어오면 배설물이 종이컵 2컵은 나올 정도로 먹이활동이 왕성하다. 5월 지나면 거의 안 먹고 바닥에 몸을 숨긴 채 눈만 내놓고 있다.
 
도다리 산란시기는 위도와 수온에 따라 달라진다. 동해는 2~4월, 서해는 3~5월이다. 견유항 조업 해역은 12월~1월인데 가까운 삼천포나 매물도는 한 달 늦다. 산란하고 서너 달 지나야 살이 찬다. 견유위판장 기준으로 3월 초에 살이 50% 정도 올랐다. 많이 잡히기는 3~6월이지만, 먹기에 제철은 5~11월, 회로 좋을 때는 6~9월이다.
 
산란 직후 도다리는 뼈와 껍질뿐이다. 살이 없어 바다에 던지면 한동안은 수면에 떠있다가 서서히 가라앉는다. 이른 봄 산란해 살이 없거나 알배기여서 살이 맛없는 도다리로 쑥국을 끓여서 먹었다. 살이 부실하니까 머리와 뼈에서 시원한 맛을 우려내고, 바닷바람 견디며 토실토실 순이 올라온 쑥의 향을 어울려 해먹던 남해안 음식이다.
 
이씨는 “도다리가 지난해의 50%밖에 안 잡힌다”고 걱정했지만 28일 수산물 매매 총액은 54만1000원이었다. 수수료 2만3263원을 제하고 51만7737원이 입금됐다. 시장에서 도다리를 1㎏ 1만5000원에 팔더라고 했더니 그는 “서남해 도다리가 7000~1만원에 들어온다. 통영 도다리쑥국의 도다리는 다 그거다. 횟감으로 나가는 통영 도다리는 비싸서 쑥국으로 끓일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택희 음식문화 이야기꾼 lee.tackhee@joins.com 
전직 신문기자. 기자 시절 먹고 마시고 여행하기를 본업 다음으로 열심히 했다. 2018년 처음 무소속이 돼 자연으로 가는 자유인을 꿈꾸는 자칭 ‘자자처사(自自處士)’로 살고 있다.

 
 
 
 
익힌 채소 곁들인 도다리 스테이크 만들어 보세요
익힌 채소 곁들인 도다리 스테이크 만들어 보세요

익힌 채소 곁들인 도다리 스테이크 만들어 보세요

김현정(사진) 셰프는 서울 부암동에서 레스토랑 ‘오월’을 하다가 집세가 엄청나게 올라 계약을 포기하고 2015년 5월 통영으로 갔다. 부암동 ‘오월’은 나름 명소였다. 상호는 서울성곽이 레스토랑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Oh, Wall”하고 감탄하는 말을 우리말로 적었다. 16개월간 통영국제음악당 레스토랑 책임자로 일하다가 체질에 안 맞아 그만두고 먹고 놀고 하다가 지난 1일 ‘통영오월(통영시 데메 3길 64-12. 010-3005-4418)’을 열었다. 100% 예약제로 하루 점심·저녁에 한 팀씩만 손님을 받는다. 정해진 메뉴는 없다. 예약 때 메뉴를 제시하고 손님과 상의해 정한다. 식사 전날 장을 볼 때까지 3~4회 의견을 교환하며 조율한다. 음식 스타일은 ‘로컬-프렌치-이탈리안’이다. 파리 르 코르동 블뢰 조리과정을 수석 졸업한 오너 셰프가 통영 해산물을 활용해 서양음식을 내놓는다. 해산물이 주재료이니 이탈리안도 가미됐다. 김 셰프가 만들어 함께 먹은 도다리 스테이크는 독자들도 해볼 수 있도록 레시피를 소개한다.
 
도다리 스테이크(2인분) 
①도다리는 뼈를 대칭축으로 좌우 2장씩 앞뒤로 4장을 포 떠 손질하여 물기 없이 준비한다.
② 팬에 마늘을 두어 쪽 올린 후 도다리를 반으로 접어서 굽는다(얇으면 후라이팬에 굽지만, 너무 두꺼우면 탈 수 있으니 팬에서 겉을 익히고 180도 예열된 오븐에 넣어 마저 익힌다).
③생크림을 살짝 데운 후 거품기로 거품 낸다.
④접시에 볶아둔 유채를 깔고, 도다리를 올린다.
⑤라따뚜이를 담고 도다리 위에 거품 낸 생크림을 살짝 올린다.
- 라따뚜이(토마토 채소 스튜): ①가지·파프리카 1/2씩, 주키니 호박 1/3, 양파 1개와 토마토 2개를 1㎝ 크기 깍둑썰기 한다. ②팬에 오일 두르고 양파·주키니·가지·파프리카 순으로 볶는다, 소금·후추 간하고 충분히 볶아지면 토마토 넣고 뭉근한 불에 조리듯 끓인다. 물기가 없어지면 완성.
- 곁들임 채소: ①유채는 줄기 없이 잎 부분만 손질해 팬에 오일을 두르고 센 불에 살짝 볶는다. ②불에서 내린 후 소금·후추를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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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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