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더,오래 시 한수] 빼기 또 빼기

기자
윤경재 사진 윤경재
윤경재의 나도 시인(4)
북한산 봄 전경. [사진 전영미]

북한산 봄 전경. [사진 전영미]

 
빼기 또 빼기
 
친구 따라 참꽃 따라  
온 산을 헤맸네
지천으로 널린 연분홍에 취해
영변에 약산 노래하다가  
서산으로 길이 멀어져 갔네
 
늦은 밤  
꿈속 고향에서 영순이 만나고  
땀범벅 신열이 솟네  
 
꽃 몸살이려니 위안하고
쌍화탕 한 종지  
낮잠으로 풀어내자꾸나  
 
병문안 핑계로 막걸리 찾는 친구
넌 아직도 머리로 푸냐고
논배미서 땀 흘리고 새참 가락 마시는  
농주 삼아 나랑 걸쳤다면  
아무 탈 없었을 거야  
저걸로 취했을 땐 이걸로 또 취해야지  
 
빼기에 또 빼기 셈하면  
더하기 되는 걸 모른다고  
네 몸이 말하는 소리  
귀담아들을 줄 모른다고
 
허허 웃고 말았어
 
 
꽃이 핀 의암호. [사진 윤경재]

꽃이 핀 의암호. [사진 윤경재]

 
 
[해설] 가끔은 머리 아닌 가락으로 풀자
우리말 단어에 접두사로 ‘참’자가 붙는 단어가 제법 많다. 그중에 참나무, 참꽃, 참나물, 참깨, 참외, 참다래 등은 식물에 붙은 이름이며, 참새, 참기름, 참숯 등에도 붙었다. ‘참’자가 붙으면 그 쓰임새가 많고 좋다는 걸 나타낸다.
 
참나무는 여러 나무 중에서 사람들에게 제일 유용하다는 의미가 된다. 나무 질이 단단하여 목재로 쓰여 집을 짓는 데 유용하고, 화목으로도 최상이며 숯을 만드는 데 필수 원료이다. 또 표고버섯을 키우는 골목이 된다. 열매는 도토리묵을 쑤어먹는다. 이렇듯 어디 하나 버릴 데가 없어 참나무이다.
 
참꽃은 봄에 산과 들 곳곳에 연분홍 빛깔을 띄며 지천으로 핀다. [사진 전영미]

참꽃은 봄에 산과 들 곳곳에 연분홍 빛깔을 띄며 지천으로 핀다. [사진 전영미]

 
참꽃도 그렇다. 우선 국내 산과 들 곳곳에 지천으로 피어있어 친근하다. 꽃 색깔이 연분홍으로 유난히 눈에 띄고, 봄을 알리는 화신이며 꽃을 직접 따먹어도 향긋하니 안전하다. 약에도 쓰이며 술을 담가 먹어도 된다. 꽃을 따다 화전으로 부쳐 먹으면 그 자태와 향과 맛에 ‘와!’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꽃을 술로 담그면 두견주라는 애틋한 이름으로 부른다. 참꽃은 여러 이름이 있다. 그중 진달래꽃이 제일 익숙하다. 두견새가 밤새 울어 피를 토한 듯하다고 해서 두견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이 잎보다 먼저 피는데 3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온 산에 가득 핀다.
 
진달래 꽃. [사진 윤경재]

진달래 꽃. [사진 윤경재]

 
진달래꽃이라 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김소월의 시가 떠오른다. 시 내용이 우리 백성의 심성과 걸맞고 우리말에 적합한 7.5조 운율로 지어 누구나 쉽게 외운다.
 
산에 핀 진달래꽃의 모습. [사진 전영미]

산에 핀 진달래꽃의 모습. [사진 전영미]

 
친구들과 산에 올랐다가 진달래꽃이 여기저기 피어 그만 꽃에 취한 사월 어느 날이었다. 진달래꽃잎을 따서 입에 물고 소월의 시를 읊으며 온종일 온 산을 헤매고 다녔다. 풍광에 취해, 친구에 취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수다 떨며 쏘다녔다. 그러다 보니 서산으로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예정보다 늦은 하산 길에 바쁜 걸음을 재촉하느라 과속하여 체력을 소진하였다.  
 
가끔은 피곤할수록 잠이 얕아져 꿈속에서 헤매게 된다. 근육에 남아 있는 피로물질이 숙면을 방해하는 까닭이다. 술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면 오히려 더 일찍 깨는 이치도 비슷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일어나니 온 삭신이 쑤시고 몸살 기운마저 있다. 이런 환자가 내원하면 나는 으레 쌍화탕을 처방해 내준다. 쌍화탕은 육체의 과로와 정신 활동을 많이 하여 오는 노곤함에 쓴다. 음양을 함께 풀어 조화시켜준다는 의미로 쌍화탕이다. 오랜만에 저녁까지 쏘다닌 등산으로 사지가 무겁고 관절이 쑤시며 온몸에 열감까지 난다. 밤새 뒤숭숭한 꿈자리로 잠을 깊이 자지 못해 오는 피로까지 겹치니 쌍화탕이 아주 안성맞춤 처방이다.  
 
이렇게 스스로 처방해 짧은 낮잠이나 자면서 피로를 풀고자 했더니 함께 산을 돌아다녔던 친구가 전화로 몸이 어떠냐고 묻고는 찾아와 너스레를 떤다. 대충 내 이야기를 듣더니 다짜고짜 막걸리를 내놓으란다. 근처 주점에 가서 하는 말이 걸작이다. 너는 누가 한의사가 아니라고 할까 봐 환자한테 처방을 내리는 습관대로 한다고. 머리로서 모든 걸 풀어가는 취향이 보인다나. 자기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나아가 가락으로 풀어낸다나 어쩐다나.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저걸로 취했을 땐 이걸로 또 취해야지” 한다. 말인즉슨 다 옳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에 수학이 떠오르는 건 또 뭐람. 마이너스를 마이너스로 곱하면 플러스 된다는 대수법칙이 뇌리를 스친다. 친구의 말이 옳기도 하다는 증명을 내가 스스로 내리고 있었다. 수긍한다는 의미겠지. 난 속으로 몰래 키득키득 웃었다.
 
곧이어 친구는 “한의사란 녀석이 자기 몸이 내는 소리도 듣지 못하느냐?”고 농을 친다. 산에서는 제 몸 상태에 맞추어 쉬엄쉬엄 산행해야지 과욕을 부렸다는 핀잔이다. 산에서 자기 따라 막걸리로라도 틈틈이 허기를 때웠다면 이렇게 기진맥진하지 않았을 거라는 조롱이다. 늘 듣는 어투다. 술에 약한 나인데 어쩌란 말인지.
 
봄의 산과 꽃. [그림 전영미]

봄의 산과 꽃. [그림 전영미]

 
친구가 하는 말. 옛날 모내기 철에 여럿이서 논 줄 매고 허리 굽혀 모를 심을 때, 누구나 노랫가락으로 힘을 내지 않았냐고 한다. 새참에 곁들여 내주는 농주에 얼큰하게 취하면서 땀을 식히고, 논배미에 앉아 이집 저집 가정사라도 입에 올리며 여러 날 함께 두레를 나누었다는 게 그의 요지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산판에서 나무를 베는데 두 일꾼이 경쟁하듯 열심히 도끼질했다. 한 일꾼은 가끔 쉬면서 일했고, 다른 한 명은 쉬지도 않고 일에 매달렸다. 그런데 며칠 뒤 모든 일과가 끝나고 십장이 결산하여 보니 가끔 쉬면서 일하던 친구가 더 많은 성과를 내어 놀랐다는 것이다. 나중에 그런 연유를 물어보았더니 그 일꾼은 휴식을 취할 때 도끼날을 벼렸으며, 고향에 두고 온 처자식을 떠올리며 콧노래를 불렀고 용기백배하여 일에 매진했다는 줄거리다.
 
그렇다. 가끔은 살아가면서 골치 아픈 문제를 머리가 아니라 가락으로 접근하여 푸는 방법도 있겠다. 오늘 허허로운 친구 덕분에 귀한 가르침을 또 한 번 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윤경재 한의원 원장 whatayun@hanmail.net 
 
 

비트코인의 탄생과 정체를 파헤치는 세계 최초의 소설. 금~일 주말동안 매일 1회분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연재합니다. 웹소설 비트코인 사이트 (http://news.joins.com/issueSeries/1020)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