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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58 코카서스 여행의 종착지, 아르메니아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전경.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전경.

 
조지아, 아제르바이잔을 지나 드디어 코카서스 3국의 마지막 나라인 아르메니아로 향하기로 했어요. 아제르바이잔에서 바로 아르메니아로 가고 싶었지만,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사이가 좋지 않아 국경을 넘을 수 없어요. 그래서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트빌리시 센트럴역으로 돌아와 아르메니아로 가는 기차를 타기로 했죠. 여행 기간이 짧을 땐, 아제르바이잔~조지아~아르메니아 순(혹은 역순)으로 경로를 짜는 게 가장 효과적이에요.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오가는 야간 기차가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워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예레반행 야간기차를 예약했죠. 결과적으로는 잘못된 선택이었지만요.
 
트빌리시에서 예레반으로 가는 기차 티켓.

트빌리시에서 예레반으로 가는 기차 티켓.

 
예레반행 야간열차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이유는, 우선 요금 대비 시설이 매우 노후했기 때문이에요. 가장 저렴한 3등석 요금이 67라리(약 3만원)였는데, 열차 칸에 들어오니 쥐포 굽는 듯한 퀴퀴한 냄새가 나더라고요. 청결도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은 우리 부부이지만, 불쾌함 때문에 밤에 잠들기 조금 힘들었어요. 그리고 트빌리시에서 마슈롯카(미니버스)를 타면 6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서, 굳이 9시간 반 걸리는 기차를 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이렇게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지 않아서인지, 우리가 탄 예레반행 기차에는 외국인 여행자만 열 명 남짓이었고, 대부분 빈 자리였어요.
 
예레반 행 기차 3등석 내부.

예레반 행 기차 3등석 내부.

 
기차는 밤새 달려 오전 7시 예레반역에 도착했어요. 예레반 기차역은 예레반 시내에서 약 3㎞ 남쪽에 위치해 있어요. 다행히 전철역과 기차역이 지하통로로 이어져 있어 쉽게 시내로 이동할 수 있어요. 트빌리시에서 비상시를 대비해 5만원 정도 미리 환전을 해왔는데, 문제는 지폐 단위가 너무 크다며, 역 창구에서 돈을 받아주지 않는 거예요. 이른 아침이라서 역 근처 환전소도 문을 닫았고, 아침을 먹으며 잔돈을 만들어볼까 생각했지만 주변 식당도 아직 문을 열지 않았어요. 배낭을 메고 역 주변을 서성이다가, 다시 역 직원에게 부탁해보려고 역 지하통로로 돌아왔어요. 그런데 마침 그동안 구멍가게 같은 슈퍼 하나가 문을 열었더라고요. 신이 나서 슈퍼에 들어가 아침 겸 먹을 주전부리를 사서 겨우 전철을 탈 수 있는 작은 돈으로 바꿀 수 있었어요. 티켓 창구에 작은 돈을 내미니 직원도 수고했다는 표정으로 전철을 탈 수 있는 동전 모양의 플라스틱 토큰을 건네줬어요. 1회 지하철 요금은 100드람(약220원). 그렇게 무사히 예레반 시내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이른 아침의 예레반 역 지하통로. 기차역에서 전철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른 아침의 예레반 역 지하통로. 기차역에서 전철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예레반의 첫인상은 특별했어요. 보통 대도시는 바둑판처럼 네모난 블록으로 이뤄져 있는데 예레반 시내는 둥근 원형 모양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 중심에는 오페라 하우스와 공화국 광장(Republic square)이 있고, 북쪽으로는 예레반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거대한 계단 카스케이드(Cascade)가 있어요. 이 모든 것은 1924년, 도시계획가이자 건축가인 알렉산더 타마니안(Alexander Tamanyan)가 설계했어요. 카스케이드 앞 공원에는 커다란 그의 동상을 볼 수 있어요.
 
예레반 공화국 광장.

예레반 공화국 광장.

예레반 오페라 하우스.

예레반 오페라 하우스.

카스케이드 공원 앞의 알렉산더 타마니안 동상.

카스케이드 공원 앞의 알렉산더 타마니안 동상.

 
원래 맑은 날엔 도시 뒤로 만년설이 덮여 있는 아라라트 산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고 하는데, 우리 부부가 방문한 기간엔 매일 날씨가 흐려서 안개만 짙게 끼어 있었어요. 코카서스 3국을 다 여행한 여행자들이 말하길, 조지아를 둘러보고 아르메니아에 오면 큰 감흥이 없다고들 하더라고요. 두 나라 모두 기독교 국가라서 문화적으로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르메니아에 올까 말까 살짝 고민하기도 했는데, 결정적으로 아르메니아에 오게 된 이유가 있었어요. 바로 세반호수(Lake Sevan)를 보기 위해서예요.  
 
세반호수.

세반호수.

 
세반호수는 해발 1900m에 위치한 담수호로, 아르메니아 뿐 아니라 코카서스에서 가장 큰 호수에요.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 아르메니아에서는 ‘아르메니아의 바다’로 불리기도 하죠. 세반 호수에 가려면 북부 버스터미널(Northern Bus Station)에서 세반 혹은 디르잔행 마슈롯카(미니버스)를 타면 갈 수 있어요. 단, 세반으로 갈 경우엔 세반 시내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세반 호수까지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가장 편한 방법은 디르잔 행 마슈롯카를 타고 가다가 근처 길가에서 내려 걸어서 이동하는 방법이에요. 물론 가장 편한 방법은 예레반에서 택시를 대절해서 다녀오는 방법이죠. 저희는 주머니 가벼운 배낭여행자라서 오늘도 역시 대중교통을 이용했어요. 예레반 시내에서 259번 시내버스를 타고 북부 터미널에 도착한 후, 디리잔 행 마슈롯카를 탔어요. 목적지는 ‘페닌슐라(Peninsula)’ 혹은 ‘세바나방크(Sevanavank)’를 말하면 돼요. 1시간 정도 달리니 드라이버 아저씨가 다 왔다며 도로 옆에 우리를 내려줬어요.
 
북부 버스터미널로 가는 259번 버스.

북부 버스터미널로 가는 259번 버스.

예레반 북부 버스 터미널.

예레반 북부 버스 터미널.

세반호수까지 갈 수 있는 딜리잔행 마슈롯카.

세반호수까지 갈 수 있는 딜리잔행 마슈롯카.

 
세반호숫가의 가장 좋은 뷰포인트는 거북이 모양으로 생긴 세바나방크 반도(Sevanavank Paninsula)예요. 우리가 차에서 내린 곳은 이 반도의 시작점으로, 세바나방크 반도의 언덕 위에 위치한 세바나방크 수도원(Sevanavank Peninsula)이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와보고 싶던 곳이었어요. 걸어가고 있으니 택시기사들이 택시를 타고 가지 않겠냐는 달콤한 유혹을 해왔지만, 가격은 그리 달콤하지 않았어요. 수도원까지는 600m만 걸으면 되고, 또 공기가 너무 상쾌해서 굳이 택시를 탈 필요를 못 느꼈거든요. 천천히 걸어 언덕 입구에 가자 유명 관광지답게 기념품 상점이 쭉 늘어서 있었어요.
 
세바나방크 반도.

세바나방크 반도.

세바나방크 반도 지도.

세바나방크 반도 지도.

수도원 입구에 늘어서있는 기념품 상점들.

수도원 입구에 늘어서있는 기념품 상점들.

 
언덕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눈이 녹아 질척였어요. 눈을 밟으며 언덕을 오르자 호수의 전경이 펼쳐졌어요. 물론 이건 거대한 호수의 일부분이지만요. 세반 호수는 해발 1900m의 고지에 있는 호수이다 보니, 호수를 둘러싼 산을 따라 눈이 하얗게 내려앉아 있었어요. 날씨가 흐려서 호수가 푸른 빛으로 빛나지는 않았지만 색 빠진 듯한 파스텔 톤의 풍경이 겨울의 느낌을 더욱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았어요. 언덕 위 교회는 9세기에 지어진 세바나방크 수도원이에요. 언덕 위에 홀연히 자리 잡고 있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어요. 언덕 아래에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도 많아서, 예레반에서 하루 시간 내서 다녀오기 좋은 것 같아요.  
 
파스텔 톤의 겨울 세반호수.

파스텔 톤의 겨울 세반호수.

언덕 위의 세바나방크 수도원.

언덕 위의 세바나방크 수도원.

 
세반호수에서 다시 예레반으로 돌아와 공화국광장에서 야경을 즐기며 예레반 여행을 마무리했답니다. 아르메니아를 마지막으로 코카서스 3국 여행기를 마칩니다. 그동안 코카서스 3국 여행기 재밌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레반 공화국 광장에서.

예레반 공화국 광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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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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