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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스파이 피습’ 관련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영국 정부가 러시아 출신 이중스파이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영국에 주재하는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올해 6월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 장관급이나 왕실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고, 러시아와의 고위급 접촉 중단과 일부 러시아 자산의 동결 조치도 발표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4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러시아 외교관 23명을 일주일 안에 추방할 것”이라며 “이들 외교관은 영국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정보 기관원들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외교관 추방은 30년 만에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메이 총리는 또 적대 국가의 활동이 영국 내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하는 법률을 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첩을 색출해 처벌하는 법을 새로 만들고, 문제 소지가 있는 러시아 관리들의 영국 입국 불허와 함께 이들의 영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메이 총리는 “러시아인들의 입국 심사를 강화할 것”이라며 “부패한 러시아 고위층들이 영국에서 머무를 곳은 없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또 러시아와의 고위급 접촉을 중단하기로 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초청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월드컵에 선수단이 참여하더라도 장관급이나 왕실 관계자가 불참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외에 메이 총리는 영국인의 생명이나 재산을 위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증거가 있을 경우 러시아의 국가 자산을 동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 안보 때문에 공개할 수 없는 대러 제제 조치도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가 국가안보위원회를 개최한 뒤 내놓은 이같은 제재는 러시아가 메이 총리가 설정한 13일 자정까지 적당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의 독극물 살해 기도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 회동을 요청하기도 했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이유로 수감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은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영국 정부는 스크리팔 부녀에게서 1970∼80년대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Novichok)’이라는 신경작용제가 검출됐다며 러시아에 소명을 요구했었다.
 
한편 영국으로 망명한 또 다른 러시아인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그가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의문사한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의 친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출신 니콜라이 그루쉬코프(68)가 12일 저녁 영국 런던 뉴몰든에 있는 자택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가족과 친구 등이 발견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척결 과정에서 쫓겨나 2001년 영국으로 망명한 베레조프스와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서울=황수연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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