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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파 틸러슨 경질 다음날 주한미군 철수 들고나온 北

왼쪽부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왼쪽부터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중앙포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4일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다시 들고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 대화파였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전격 경질한 다음날이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5월쯤으로 가시화된 9일 이후로는 대미 비난 수위를 낮춰왔다. 노동신문의 단골 비난소재였던 한ㆍ미연합훈련 및 주한미군 관련 비난도 자제했다. 그랬던 북한이 틸러슨 장관의 경질 직후인 14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틸러슨 전 장관은 북한에게 “만나서 날씨 얘기라도 하자”던 대화파의 대표주자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3일 트위터를 통해 렉스 틸러슨 미 국무 장관의 경질 소식을 알렸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3일 트위터를 통해 렉스 틸러슨 미 국무 장관의 경질 소식을 알렸다. [중앙포토]

 
해당 글은 지난 7~9일 미국 하와이에서 진행된 한ㆍ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첫 협의를 소재로 했다. 이 협의는 2019년부터 적용될 SMA 개정을 위한 것으로,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분담이 골자다. 노동신문은 14일 ‘약탈자의 흉계가 깔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주한미군을 “미제 침략군”으로 칭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많이 내라고 하는 것은 도적이 매를 드는 격으로 무지막지하게 놀아대는 날강도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파렴치한 침략자와 약탈자로서의 몰골”이라는 비난도 퍼부었다.  
 
 
이 글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적시하는 대신 “오만한 지배자”라는 표현을 택했다. 지난해 “늙다리 미치광이”에 비해 수위는 낮지만 하루 앞선 13일자에서 골랐던 “미 집권자”라는 점잖은 호칭보다는 비난 강도가 세다. 노동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협상에서 “오만한 지배자의 흉심과 날강도적 본성”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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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되는 것은 노동신문이 기존엔 미국에 대한 비난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던 패턴과 달리, 한국을 내세워 주한미군 철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는 점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남조선 인민들이 바라는 것은 불청객인 미제 침략군의 무조건적인 철수”라며 이번 협상이 한국 국민들의 “혈세를 강탈해낼 흉심”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으로 한국에 “막대한 피해와 재난을 입힌 데 대해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주한미군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파고들겠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임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 대북 강경파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신임 국무장관으로 지명한 마이크 폼페이오 CIA 국장. 대북 강경파다. [AP=연합뉴스]

 
북한은 또 주한 미군이 “남조선을 그 누구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침략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며 “(미국의) 다른 민족에 대한 멸시와 패륜패덕에 젖은 미제침략군이 남조선 인민들에게 들씌우는 불행과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남북 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활용해 남남갈등을 조장하고 북ㆍ미간 협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통남봉미(通南封美) 전략이다. 남북미간 삼각관계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외교의 새 ‘얼굴’로 지명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대북 강경 노선을 의식해 앞으로 벌어질 탐색 국면에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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