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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통령史 불명예…'퇴임=피의자' 공식이 됐다

문재인 정부 309일만에 포토라인 선 MB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9시 23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섰다. 퇴임 1844일만이자 문재인 정부 출범 309일만이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검찰 수사를 받는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으로 이름을 올렸다.
 
뇌물수수·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뇌물수수·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의 논현동 집에서 검찰청사까지는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포토라인 앞에서 이 전 대통령은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무엇보다도 민생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매우 엄중할 때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또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과 이와 관련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미안하단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헌정 사상 다섯 번 째 전직 대통령이다. [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헌정 사상 다섯 번 째 전직 대통령이다. [뉴스1]

또한 "전직 대통령으로서 물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며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고개를 숙이고는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글자수로는 총 223자였다. 시간은 1분 남짓 걸렸다. 1년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8초짜리 29자의 심경 표현보다는 길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고(故)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5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두환, 고(故) 노무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5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뉴스1]

 
이 전 대통령 수사는 지난해 10월 BBK 주가조작 사건 피해자인 옵셔널캐피탈 대표 장 모 씨가 직권남용 혐의로 MB를 고발하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MB가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모습은 문재인 정부 출범 때부터 예견된 그림이었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해시태그가 유행처럼 번졌고, 일각에선 “박근혜보다 이명박이 더 원흉”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1월 17일 기자회견)이라고 맞받아쳤으나 전세를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외려 “수사가 옥죄여 올 때마다 반격의 카드가 있을 것처럼 떠들더니, 결국 칼 한번 꺼내보지 못하고 잡혀가나”라는 볼 멘 소리마저 우파 진영에서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출두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의 칼날에 무작정 항복한 건 아니었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된 이튿날인 지난해 11월 12일, MB는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새로운 정부가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하는걸)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자신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에게 1월 17일 새벽 구속영장이 발부됐을 때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찰수사는 보수를 궤멸시키는 정치공작” “짜맞추기식 수사로 공직자들을 괴롭히지 말고 모든 책임을 나에게 물으라”며 한껏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검찰에 출석하며 이 전 대통령은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을 뿐 정치보복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1995년 11월 1일 오전 자진출두 형식으로 검찰의 소환에 응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검에 도착, 차에서 내린뒤 검찰청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중앙포토]

1995년 11월 1일 오전 자진출두 형식으로 검찰의 소환에 응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검에 도착, 차에서 내린뒤 검찰청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중앙포토]

 검찰 수사 받는 다섯번째 전직 대통령
 
검찰에 소환된 첫 번째 전직 대통령은 1995년 11월 1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같은 해 12월 3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내란죄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 소환에 불응한 덕(?)에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바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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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 2일 연희동 자택 앞 골목에서 당시 검찰의 전면 재수사에 대해 반발하며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 2일 연희동 자택 앞 골목에서 당시 검찰의 전면 재수사에 대해 반발하며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혐의로 2009년 4월 30일 검찰에 출두하며 “면목 없는 일”이라고 했다. 1년 전인 지난해 3월 21일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의 피의자로 섰다. 
 
문민정부 이후 김영삼(YS)ㆍ김대중(DJ) 이외 전원이, 특히 최근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이 모두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불명예 기록을 낳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 ‘대통령 퇴임=피의자 신분 전락’이 공식화되는 거 아닌가”라는 말은 이제 과언이 아니다.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기 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사저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중앙포토]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기 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사저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대국민 사과의 뜻을 밝히고 있다.[중앙포토]

 
현재 검찰은 국정원 특별활동비ㆍ불법 비자금ㆍ다스 소송비 대납 등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총량이 110억 원대 이른다고 보고 있다. 20여 가지에 이르는 혐의 사실과 증거인멸 우려 등을 내세워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MB 측은 “공소시효(특가법상 10년)가 지났다”란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미지수다. 다만 보수 진영에서도 “MB가 갇혀야 저들의 한풀이 적폐청산도 마무리되지 않겠나”라는 분위기가 있다. 이날 오전 자유한국당 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치보복이라 말하진 않겠지만 2009년 노무현의 비극으로부터 이렇게 된 측면도 완전히 부정할 순 없다"고 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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