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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 정성 담은 도시락, 연매출 5억 “효자네~”

지난달 27일 오전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농협 3층. 위생 모자를 눌러쓴 할머니 7명이 주방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황태장아찌 13개 담아주세요. 무 너무 익히면 안 돼. 파는 이따 넣어줘.” 도시락을 싸는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도마 위에서 각종 야채가 준비됐다.
 
바삭하게 튀긴 새우·돈가스 냄새는 고소했다. 테이블에 줄줄이 놓인 도시락에 김가루, 멸치볶음, 장아찌, 우엉, 피클, 콩나물, 돈가스 등 순으로 반찬이 담겼다. 밥과 국은 가장 나중에 포장됐다. 전해순(62·여)씨는 “마른반찬을 먼저 넣고 갓 조리한 반찬, 밥과 국 순서로 도시락을 싼다. 그래야 고객들이 최대한 따뜻한 도시락을 드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할머니들이 만든 200여 개의 도시락은 청주 시내 병원과 학교, 기업 등 곳곳에 배달됐다.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 할머니손맛 작업장에서 우암시니어클럽 소속 할머니들이 배달 전 도시락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 할머니손맛 작업장에서 우암시니어클럽 소속 할머니들이 배달 전 도시락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60~70대 할머니가 직원인 도시락 회사가 연 매출 5억원 대의 회사로 성장했다. 노인복지법인 청주 우암시니어클럽 소속 어르신들이 일하는 ㈜할머니손맛이다. 노인일자리 사업 일환으로 시작한 도시락 사업단이 10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어엿한 도시락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할머니손맛은 2006년 우암시니어클럽이 출범하면서 발을 뗐다. 당시 강신욱 우암시니어클럽 초대관장이 “자식들에게 든든한 한 끼를 선물하던 마음으로 도시락을 만들어 팔면 어떻겠냐”며 아이디어를 냈다. 할머니 7~8명이 의기투합해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만들었다.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 할머니손맛 작업장에서 우암시니어클럽 소속 할머니들이 도시락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 할머니손맛 작업장에서 우암시니어클럽 소속 할머니들이 도시락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안달순(72·여)씨는 “처음엔 홍보가 되지 않아 병원, 약국, 주유소, 미용실을 돌며 전단지를 뿌렸다”며 “하루에 3개를 판 적도 있다. 팔리지 않으면 시니어클럽 직원들이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거나 이웃에게 줬다”고 말했다. 초창기 연 매출은 100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직접 우려낸 육수와 천연조미료를 쓰고,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해 반찬을 만든다는 소문이 나면서 금세 단골이 늘었다. 지금은 하루 평균 도시락 200개를 배달한다. 행사가 많은 봄·가을에는 하루 주문량이 2000개를 넘어선 적도 있다. 할머니손맛은 6000원~1만원까지 반찬 수에 따라 다양한 가격의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도시락을 점심시간에 맞춰 전달하는 게 원칙이다. 보온병에 밥과 국을 따로 포장하는 특별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회사에는 현재 60세 이상 어르신 21명이 직원으로 있다. 조리·배달·세척반 등으로 역할 분담을 하고 하루 4~5시간 일한다. 근무 시간에 따라 월급 50~70만원을 받는다. 배달을 담당하고 있는 연재인(74)씨는 “손님들이 옛날 어머니가 해주던 밥맛이 난다며 응원해 줄 때 힘이 난다”며 “돈을 벌면서 손자들에게 용돈도 주고 취미생활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할머니손맛은 2015년 보건복지부 고령자 친화 기업으로 선정된 뒤 이듬해 4월 주식회사로 독립했다.
 
박순희 할머니손맛 부장은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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