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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왕적 권력 견제가 미흡하면, 개헌 이유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정부의 독자적 개헌안을 발의할 방침이라고 청와대가 어제 밝혔다. 현실화되면 1980년 이후 38년 만의 정부 개헌안 발의이지만 실제로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헌법을 바꾸려면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야당은 물론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마저 정부 주도의 개헌안 발의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청와대가 개헌 드라이브에 나선 건 일단 국회 압박용으로 볼 수 있다. 개헌 공약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결의를 보여 설사 개헌안 발의에 실패해도 ‘자유한국당 심판론’을 앞세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주도 개헌안이 나오게 된 건 정치권, 특히 야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 1월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했고, 대선 과정에선 주요 후보가 모두 지방선거 때 개헌을 약속했다. 하지만 줄곧 소극적이던 야당은 지금 ‘꼼수 개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실은 개헌 투표를 병행하면 지방선거에서 불리할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정작 중요한 건 여야의 이런 정치적 유불리가 아니다. 무엇을 위한 개헌이냐는 게 핵심이다. 많은 국민이 개헌에 찬성하는 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직 최종 확정된 건 아니지만 정부 초안은 이런 폐단에 대한 근본적 견제 방안엔 미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안에 담긴 대통령 4년 연임제는 오히려 대통령 권한이 강화되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야당이 대통령 권력 분산을 위해 주장하는 ‘국회의 국무총리 선출권’은 빠졌고, 대신 ‘추천권’은 현행 유지가 1안인 복수안 형태로 보고됐다고 한다. ‘각종 권력기관에 대한 대통령 인사권 제한’ 역시 기대에 못 미쳐 야당은 ‘빈 껍데기 개헌안’이라고 혀를 차고 있다.
 
게다가 진행 방식도 바람직한 게 아니다. 헌법이 대통령에게 개헌안 발의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청와대 주도의 개헌 드라이브는 정도가 아니다. 청와대의 개헌 독주는 여소야대의 현실을 고려할 때 성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공연히 야당을 자극해 불필요한 정쟁만 초래할 소지가 크다.
 
개헌안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논의를 주도하고 개정안을 발의하는 게 최선이자 순리다. 청와대가 서둘 일이 아니라 이제라도 정치권이 분발해야 할 과제다. 특히 한국당은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 개헌 시기에 대한 약속을 어기면서 반대로만 일관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당초의 개헌 논의가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출발한 만큼 논의를 여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여야가 개헌 시기만이라도 합의하고 국민에게 함께 공표하는 정도의 결과물을 하루속히 내놓아야 한다. 국회가 헌법 개정안을 발의조차 못한 채 개헌 논의를 구경만 한다면 존재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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