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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진료 OECD 2배, 입원 일수 1.8배 … 한국은 의료 과잉

경남 남해군에 사는 배모(82·여)씨는 몇년 전 허리 수술을 받은 뒤 홀로 거동하기 불편해졌다. 지난해 배 할머니는 함께 살던 아들 부부에게 “요양병원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입원할 만큼 아픈 곳은 없었지만,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가 자신을 돌볼 수 없어 병원을 택했다. 혼자 집에 남은 어머니를 챙기지 못해 마음 쓰이던 아들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배씨는 요양병원 입원·퇴원을 반복하고 있다. 소위 요양병원에 만연하는 ‘사회적 입원’이다. 배씨는 “때 되면 밥 챙겨주고, 물리치료도 해주니 병원이 낫다. 아들·며느리에게 짐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의 인구 대비 요양병원의 병상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 아니라 병원 이용이나 검사도 월등히 많아 ‘의료 과잉’ 현상이 심해 건강보험 재정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 의료 실태조사 결과(2011~2016년)를 13일 공개했다. 복지부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2001년부터 5년 주기로 조사하고 있다. 건강보험·의료급여·보훈·자동차보험·산재보험 등의 자료를 통합해 분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의료는 공급과 이용 모두 과잉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3개로 OECD 국가 평균(4.7)의 2.8배 수준이다. 1인당 연간 평균 입원 일수(한국 14.5, OECD 8.1),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한국 14.6, OECD 6.9)가 월등히 많다. 고가의료 장비의 대명사인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비도 인구 100만명당 한국은 27.2대나 있다. OECD 15.5대의 1.8배다. MRI 검사비용의 대부분이 건강보험이 안 돼 환자 부담을 초래한다. 장비가 넘치니까 병원들이 검사를 남발한다. 수술·처치 등의 수가가 낮아 이를 벌충하려는 목적도 있다.
 
최모(87·부산광역시)씨는 한달에 서너번은 집 주변 병·의원을 찾아간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최씨는 몸이 안 좋다 싶으면 수액 주사를 맞거나 관절염을 앓는 무릎에 주사를 맞는다. 그는 “주변 노인들이 MRI, CT 찍는 게 좋다고 이야기하는데다 의사도 한 번 찍어보라고 권유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증가는 더 문제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 최고라는 점을 감안해도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2016년 기준 전국 의료기관의 입원 병상 수는 67만1818개다. 이 가운데 요양병원의 병상이 38%(25만5490개)를 차지한다. 2011~2016년 전국 의료기관은 연평균 1.9% 증가했지만 요양병원은 988곳에서 1428곳으로 연평균 7.6% 늘었다. 30~99병상 소규모 요양병원은 8.1% 줄어들었지만 300병상이 넘는 큰 데는 31.5% 급증했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병원이 늘고 의료 이용이 증가하는 이유는 지역 별 의료 수요에 맞게 병상·장비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요를 충족하면 병원 개설이나 병상 증설, 신규 장비 도입 등을 통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병상과 장비는 거의 자유시장에 맡겨져 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집에서 통원 치료를 해도 충분한 노인이 입원한다. 요양병원에 걸어 들어갔다가 폐렴·욕창 등으로 번지면서 사망한다.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일종의 ‘사회적 고려장’”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역마다 노인 주간보호센터·방문 돌봄 등을 늘려 집에서 지내면 환자와 의료 재정에 이롭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일본은 지역별 의료 이용 시스템이 잘 돼 있는 반면 우리는 별 관리 없이 병원 인허가 등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영상이나 병상 관련 수가를 조절해 과잉 의료에 따른 건보 재정 악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스더·정종훈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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